일러스트레이터 롭 도비(Rob Dobi)가 음악 전문사이트(Noisey.com)에 실은 그림. 출처 롭 도비의 트위터(@Robdobi)
박물관·경기장 등 곳곳 ‘위험’ 이유 금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014년 최고 발명품’의 하나로 선정된 ‘셀카봉’이 2015년 벽두부터 곳곳에서 ‘민폐 아이템’이 되고 있다.
3월 초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과 영국 런던의 국립미술관은 관광객들의 셀카봉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은 사진 촬영 자체를 금지한다.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도 셀카봉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카메라 휴대와 촬영은 허용하지만 셀카봉은 금지했다. 시카고의 디트로이트의 아트인스티튜트, 뉴욕의 근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겐하임미술관도, 로스앤젤레스의 게티센터와 게티빌라도 셀카봉 반입을 금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국립미술관도 셀카봉 금지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은 2월 방문객들이 셀카봉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달초 2명의 미국 관광객은 콜로세움 벽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다가 체포됐다.
유적지와 박물관만이 아니다. 올해초 도쿄 디즈니랜드는 입장객들의 셀카봉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축구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토트넘 홋스퍼, 남미 국가들도 축구장에서 셀카봉 사용을 차단했고, 브라질 리우카니발 행진에도 셀카봉은 금지됐다. 여행객의 필수품으로 각광받는 셀카봉이 정작 세계적 관광지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셀카봉 금지는 그 인기에서 비롯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1m 길이의 쇠막대를 머리 위로 치켜든 상황의 잠재적 위험 때문이다. 유물이나 전시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셀카봉 촬영자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차분한 감상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는 관람객들의 불만이 주된 이유다. 경기장과 축제에서는 유사시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금지 사유에 보태졌다.
셀카봉 잘못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셀카봉을 쓸 때 적절한 장소와 때를 구분하지 못한 채, 아무데서나 치켜드는 게 문제다.
< 구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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