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을 태우고 리비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던 어선이 18일(현지시각) 침몰해 700명 넘게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리비아 근해에서 난민선이 뒤집혀 400여명이 숨진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지중해 난민’이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지중해 난민 참사는 난민을 배출하거나 수송하는 쪽과 목적지인 유럽 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 난민 배출국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 나라들이다. 계속되는 전쟁, 폭정, 빈곤, 질병 등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최근에는 내전이 치열해진 시리아의 난민이 부쩍 늘었다. 이탈리아와 가깝고 해안 관리가 허술해 유럽행의 관문이 된 리비아에는 수십만명의 난민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낡고 작은 배에 난민을 가득 태우다 보니 전복 사고가 빈발한다. 얼마 전에는 난민들을 바다 한가운데 남겨놓고 선장과 선원이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었다.


난민과 이민자가 늘수록 유럽 나라들의 반이민 정서도 커지고 있다. 극우세력이 이민자 문제를 부각시켜 세를 키우고 정부가 외국인 유입에 강경 대처하는 패턴이 형성된 것이다. 2013년 10월 360여명의 난민이 숨진 직후 만들어진 해양 구조 계획은 1년여 동안 13만명을 구조하는 등 큰 성과가 있었다. 유럽연합이 지원한 이 계획은 올해 초 소규모 국경경비 계획으로 대체됐다. 이후 이탈리아는 자체 구조 활동을 강화했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다. 결국 국가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동·아프리카 나라들과 활개치는 불법 브로커들, 난민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유럽 나라들이 모두 참사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지난해 9월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 잘사는 나라로 불법 이주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4만명이 넘는다. 하루 8명꼴이다. 이 가운데 지중해에서 숨진 사람이 2만2천여명이나 된다. 지구촌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유럽 나라들이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당장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참사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