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트럭 운전을 한 남성의 얼굴. 왼쪽에 유독 주름이 많은데 트럭 창문을 통과한 자외선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1년 중 5월 가장 강한 ‘자외선 제대로 차단하기’
유명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12년 4월19일치에 ‘편측 일사성 피부염’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보고한 논문에는 28년 동안 트럭 운전을 한 69살 남성의 얼굴 사진(오른쪽)이 실려 있다. 오른쪽은 눈가 주름만 조금 있을 뿐인데 왼쪽은 89살 노인처럼 쭈글쭈글하다. 연구팀은 차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자외선A의 영향 때문이라 분석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자외선은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외선A는 유리창과 구름을 통과할뿐더러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선 가운데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한쪽 끝인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은 200~4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영역이 자외선이다. 파장이 긴 순서대로 대략 삼등분한 자외선A·B·C 가운데 자외선C는 오존층에 막혀 지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자외선B(280~320㎚)도 오존층에서 일부 걸러지지만 맑은 날이면 상당 부분이 지상까지 내려온다. 반면 자외선A(320~400㎚)는 오존과 구름을 쉽게 통과해 대부분 지상까지 온다.
단순히 파장 길이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자외선A와 자외선B는 성질이 여러모로 다르다. 자외선A는 일년 중 가장 강한 시기가 5월인데 자외선B는 7~8월이 최고점이다. 자외선A는 5~6월의 강도가 연평균의 3배에 이르는 반면 자외선B는 7~8월이 연평균 5배에 이를 정도로 여름에 집중된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은 꽤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다.
자외선B는 하루 중 오전 10시~오후 4시에 80~90%가 집중되지만 자외선A는 아침부터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른다. 자외선B는 구름이 끼면 맑은 날의 50%, 비가 오면 25%로 강도가 약해지는 데 비해 자외선A는 흐린 날조차 노출량이 많다. 자동차용 유리는 380㎚ 이상의 자외선A는 차단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앞유리보다 옆유리의 자외선 차단율이 낮아 운전자의 왼쪽 얼굴과 팔에 일사성 피부염이 더 심하고 자주 발생한다. 같은 양이라면 자외선B가 훨씬 강력하지만 지상에 도달하는 자외선A의 양이 20배에 이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5월이면 자외선 문제가 생기는 시점이다. 4~9월을 위험 시기로 보고 대처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자외선A·B는 피해 양상도 차이가 난다. 자외선B는 살갗이 빨갛게 변하는 홍반을 일으키고 심하면 검게 타거나 물집이 생기는 일광화상에까지 이른다. 반면 자외선A는 피부 깊숙이 진피까지 침투해 색소침착(변색)을 일으킨다. 색소침착은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멜라닌 색소를 늘리는 것으로 그 자체가 해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색소침착이 반복되면 진피 안의 콜라겐 변성을 일으켜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자외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자외선B는 직접 DNA의 변성을 일으켜 흑색종이나 편평세포암 등을 일으킨다. 자외선A는 활성산소를 생성해 간접적으로 DNA 손상에 따른 발암 위험을 높인다. 기미·주근깨·주름·검버섯 등은 홍반이나 색소침착처럼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자외선에 의해 생기는 피부 변성이다.
자외선을 쬐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에 살갗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옷과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최대한 가리되 노출되는 피부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자외선차단제는 선크림, 선블록 등으로도 불리지만 미국에서는 선스크린이라는 용어만 제품 표기에 허용하고 있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B를 주로 막아주는 화학적 차단제와 자외선A를 차단하는 물리적 차단제가 있다. 화학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발산시키는 원리이고, 물리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반사 또는 산란시켜 피부를 보호한다.
화학적 차단제의 성능은 자외선차단지수(SPF)로 표시한다.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 생기는 최소 홍반량과 발랐을 때의 최소 홍반량을 비교한 수치다. 인종마다 최소 홍반이 생기는 시간이 다르다. 황인종은 평균 20분으로 SPF20인 차단제를 바르면 이론적으로 400분(20×20) 동안 자외선을 막을 수 있다. SPF 수치는 1㎠당 2㎎을 발랐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기준에 맞춰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려면 얼굴에만 2g의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이다. 집게손가락 첫째 마디 위에 4번 정도 짜서 발라야 한다. 실제로는 20~50%밖에 안 바른다. 도포량이 절반이면 차단율은 25%로 떨어진다. 활동 중에 묻어나가거나 땀에 의해 손실되는 것을 고려하면 차단제를 2~3시간마다 다시 발라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물리적 차단제의 성능은 자외선A의 차단 효과(PA)로 표시한다.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 생기는 색소침착량과 발랐을 때의 색소침착량을 비교한 수치다. 효과 정도에 따라 PA+, PA++, PA+++ 등 3가지 등급으로 분류한다.
차단제는 외출 20~30분 전에 발라줘야 차단 성분이 피부 표면에 균일한 상태로 흡착될 수 있다. 잘못하면 살갗이 얼룩덜룩하게 탈 수 있다. 미국에선 ‘바르는 즉시 차단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제품 설명에 넣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물리적 차단제가 많이 들어간 제품은 하얗게 들뜨는 백탁현상이 생길 수 있지만 성능과는 무관하다. 유통기한이 2~3년으로 표기돼 있어도 일단 개봉 1년 이상 된 제품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냉장보관하면 사용기한을 늘릴 수 있다.
< 이근영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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