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가의 한 병원의 호스피스로부터 교회로 전화가 걸려왔다. 암 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어 예배를 원한다는 것이다.
너무 곱고 젊은 엄마가 두 딸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병약하여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고 자녀들은 어머니의 오랜 투병생활에 많이 지쳐있었다. 17년 전 이민와서 3주 교회를 다니고는 고달픈 이민의 삶에 쫒기며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찬송을 부르자 그녀는 힘찬 목소리로 1시간 동안 구원찬송을 부르며 천국을 소망했다. “나는 구원열차 올라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빵빵~~” 그리고 기도를 부탁했는데 어디서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힘찬 목소리로 혼자 30분을 쉬지않고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하나님께 회개하고 오직 천국을 소망하며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었다.
이틀 후에 병실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그녀는 힘이 없어 5분도 앉아있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5일 후 자녀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백인 간호사가 그녀의 마지막 운명의 시간에 들어가 그렇게 평안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 봐 주었다.
48세의 짧은 일생동안 늘 병치레를 하며 어느 한 곳도 정착하지 못하고 한국과 캐나다 사이를 오가며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았다. 너무나 가난하여 이중 직업을 가지며 벌어도 아파트 렌트비와 학비도 모자랐다. 이런 가정의 형펀으로는 장례를 치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 캐나다의 사회복지사사와 호스피스가 발벗고 나서 그녀의 장례일정을 도왔다. 장례식장도 장지도 모두 정부에서 제공해 주었다. 큰 딸은 이 일을 진행하면서 캐나다의 복지제도에 감탄하며 자신도 복지사가 되어 고통받는 이웃을 돕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의 죽음은 한 알의 씨앗이 되었다. 씨앗 속에는 수많은 열매가 담겨져 있다. 그것이 어떤 밭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열매가 맺힌다. 우리의 마음이 가난해지면 아름다운 열매로 가득하고, 우리 마음이 황폐해지면 온갖 나쁜 열매로 가득하다. 가진 것 없고 병약하게 죽었다고 낙심할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긍휼과 은혜를 베푸는 손길이 많다.
한 엄마의 죽음이 깨어진 아빠와 자녀들의 관계를 하나로 묶었다. 약한 자를 돕는 성도의 손길은 오히려 더 큰 은혜를 받았다. 장례 기간 동안 돕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감동의 눈물이 흘러 넘쳤다. 모든 것이 은혜로 값었이 주어졌다. 유족들은 하나님과 이웃의 공급에 감격하며 진정한 위로를 경험했다.
버림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갈 때 필수 조건이다. 긍휼은 은혜의 통로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주님을 의지하는 마음은 모든 것을 채움받는 그릇이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죽음은 새로운 시작인 ‘생명(life)’을 주었다. 가난한 장례가 가장 부요하고 희망찬 축제로 변했다.
< 박태겸 목사 - 캐나다 동신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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