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 겪었지만 한인사회 괄목할 성장
당분간 경제 어려워도 단결노력이 관건
한인들의 캐나다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이후 지난 50여년 동안 캐나다 한인 사회는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냈다. 문화, 예술, 학문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비교적 발전이 저조한 분야는 정계 진출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민 초기의 한인 이민자들은 거의 맨손으로 캐나다에 도착하여 열심히 일하였다. 그 결과 1980년대 쯤에는 상당 수의 성공한 기업가들을 배출하게 되었고 일반 교민들의 생활수준도 많이 향상 되었다. 한인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있는 편의점, 세탁업, 요식업, 식품점, 여행 숙박업, 부동산 중개업 등등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효과가 보이는 비교적 순탄한 비즈니스 환경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기치 못했던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축적해 놓았던 자산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리는 경우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는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저이자율 정책에 힘입어 아직까지도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교민경제를 지탱해 주는 커다란 활력소 중의 하나였다. 이와 더불어 꾸준히 증가하는 이민자 수와 어학연수 붐으로 인한 유학생 수의 증가는 교민경제에 한동안 지속적인 성장요인을 제공해 주었다. 1980년대 초부터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한인 사업가들과 주택 구입자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제공함으로서 한인사회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인사회 경제발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였다. 한인경제의 주축을 이루고있는 편의점 업계가 일요영업 허용, 대형 할인점 체인의 진출, 정부의 담배 판매에 대한 규제강화 등등으로 인하여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 한인 이민자 수의 지속적인 감소가 겹쳐 한인경제가 전반적으로 활력소를 잃게 되었다. 다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저이자율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붐은 부동산 중개업의 호황을 지탱해 주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 중앙은행의 기준 이자율 상승은 저이자율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 그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있다.
이 시점에서 한인동포 경제의 앞날을 내다볼 때 단기적인 전망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다. 우선 캐나다 경제 자체의 단기적인 전망이 밝지 않다. 캐나다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산업 전체가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상태가 좀처럼 쉽게 호전될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다만 미국경제의 호황과 캐나다 달러 가치의 약세는 캐나다 수출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 수출 증가 효과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캐나다 서부지역 경제에 대한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다. 낮은 유가는 일반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나 이로인한 캐나다 달러가치의 하락은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이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새로 들어선 연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가를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시 되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일년 전에 발효된 한캐 자유무역 협정도 장기적인 효과를 바라볼 수는 있겠지만 당장 그 효과를 기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경제의 지속적인 호황, 유럽경제의 서서한 회복, 그리고 중국경제의 연착륙, 이 세가지가 현실화 되는 행운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캐나다 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계속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낮은 루니 가치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한인 여행객들이나 유학생들이 캐나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 동포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 연방정부로 부터 기대해 볼 수있는 보다 관대한 이민정책도 동포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인 동포경제 활성화를 위한, 그리고 한인들의 장기적인 생황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적인 요소뿐 만은 아닌 것 같다. 한인사회 100년을 향한 경제번영의 길을 모색해 본다면 우리가 풀어야 할 몇가지 숙제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첫째는, 동포사회의 단합이다. 캐나다 동포사회는 부끄럽게도 우리 모국의 분열된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이념적인 면에서, 정치적인 면에서, 아니 한인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 분열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자기 생각만이 옳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도 때로는 해볼만 하다. 둘째는, 한인들이 단결하여 주류사회에 적극적으로 온 힘을 다하여 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민족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 인구의 1.5%로서 10%가 넘는4명의 연방장관을 배출한 시크(Sikh)계 인도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인 동포경제 번영의 지름길은 단합과 노력이다.
끝으로, 시사 한겨레의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한인 동포사회와 함께하는 시사 한겨레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 유종수 - 경제학 박사, 공인은퇴-재정상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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