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꽃샘 추위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봄이 코앞에 다가온 느낌은 피부로 전해진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은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함께 기온이 오르면서 원인 모를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흔히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봄이 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비타민 요구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봄철 피로감과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는 비타민B와 비타민C가 풍부한 봄나물이 제격이다. 그러나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의 대부분이 봄에 발생하고 주요 원인이 봄나물이라고 한다. 봄을 맞이하며 몸에 좋고 맛있는 봄나물을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자.
봄의 피로·춘곤증에 활력소
비타민·미네랄 풍부 약나물
두릅·원추리 등은 꼭 데쳐야
식초·참기름·들기름 활용
봄나물은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말을 실감케 해주는 음식이다. 나물 속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 여러 영양성분은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 예방에 유효하게 작용한다. 가히 ‘약(藥)나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봄철 산행에서 나물을 많이 채취하는데, 잘못 채취한 나물을 먹고 식중독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식용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독초를 잘못 섭취하면서 빚어지는 사건이다. 따라서 비전문가는 야생나물을 채취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도시의 도로나 하천 주변에서 자라는 나물에는 중금속 오염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역시 함부로 채취해 먹으면 안 된다.
봄나물은 초록색을 잘 살려 조리하면 눈과 입이 더욱 즐겁다. 나물의 초록색은 엽록소 때문인데 이 엽록소는 산성 환경에서 갈색으로 변한다. 따라서 나물의 초록색을 잘 유지하려면 식초를 먹기 직전에 넣어야 한다. 또한 봄나물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고 무치는 것도 좋다. 나물에 함유된 지용성 영양소의 흡수를 높이는 현명한 조리법이기 때문이다.
봄나물 중 달래, 돌나물, 참나물, 취나물 등은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생으로 먹는 나물은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씻어야 흙, 잔류농약, 식중독균을 제거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두릅, 다래순, 원추리 등에는 고유의 독성 물질이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야 한다.
오신채의 하나로 불가에서 먹기를 꺼리는 달래는 마늘과 영양 및 효능이 비슷해 ‘산마늘’로도 불린다. 달래에는 비타민 A·B1·B2·C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칼슘과 철분 함량도 비교적 높다. 특히 달래에 풍부한 칼륨은 몸속의 나트륨과 결합해 밖으로 배출되므로 염분 과다 섭취로 인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한다. 그래서 염분이 많이 들어가는 찌개류에 달래를 넣고 끓이면 좋다.
냉이는 봄나물의 대명사다. 칼슘과 철분, 비타민 A·C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특유의 향미로 소화액 분비를 도와준다. 또 식물임에도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높아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 많이 권해지는 나물이다. 피로 해소는 물론 피부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를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비타민 C도 많이 들어 있다. 또 냉이의 비타민 B1과 콜린 성분은 음주 후 숙취 해소에 좋다. 냉이 속 칼슘·철분 등 미네랄 성분은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특징을 지녔다.
쑥은 민간에서 손발이 찬 사람이나 부인병 등에 걸린 여성들이 ‘약’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다. 이는 쑥에 풍부한 비타민 B1·B2·C 등이 에너지 대사를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쑥에는 특히 비타민 A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쑥 한 접시(약 80g)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 A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A가 눈 건강에도 좋지만 감기 예방 등 면역력도 강화해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돌나물은 김치를 담가 먹거나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는다. 해독 성분이 들어 있어 종기가 나거나, 데었을 때, 독충이나 뱀에 물렸을 때 꽃을 찧어 붙이기도 한다. 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성분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도 불리는 고사리는 최근 부정적인 분석 글도 많이 나오지만. 예로부터 장수 식품으로 많이 거론되는 나물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좋은 음식이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고사리에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기능성 다당류와 산성 다당류가 함유돼 있어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 C가 풍부하며 칼륨도 많이 들어 있어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씀바귀는 예로부터 간 해독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씀바귀가 오장의 사기와 속의 열기를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킨다고 기록돼 있다. . 또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다.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는 14배, 항박테리아 효과는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는 7배에 달한다는 국내 한 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무쳐 먹으면 별미인 원추리나물에는 콜히친이라는 독성성분이 있어서 과량 섭취 시 구토, 복통, 설사,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원추리 어린 순에는 콜히친 농도가 낮아 봄에만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콜히친은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되지 않지만 수용성이므로 원추리를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반드시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후 무쳐 먹어야 안전하다.
맛있고 안전하게 조리한 봄나물로 건강하게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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