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엠디(MD·미사일방어) 체계이다. 또한 북한 방어가 주요한 목적이 아니다. 유럽 엠디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에 부시 정부의 엠디 계획을 변형한 유럽 엠디 계획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때 동북아시아에서도 엠디 체계 구축을 위한 한·미·일 삼각협력이 시작되었다.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실무회담에서는 한·미·일 엠디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2010년에는 미사일 탐지·추적을 공유하는 미·일 연합훈련에 한국이 처음으로 은밀하게 참가했다. 이 훈련이 바로 지난 6월에도 실시된 ‘퍼시픽 드래건’ 훈련이다. 일본 언론은 올해부터 ‘엠디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이 훈련을 전후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국 관리들은 엠디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유럽에 엠디 체계를 구축해왔다. 2012년에는 터키에 ‘AN/TPY-2’ 레이더가 배치되었다. 터키의 레이더는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추적한다. 이 정보는 독일에 있는 나토 사령부 지휘소를 통해 지중해에 있는 이지스함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해 이란에서 서유럽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격추시키겠다는 것이다.
터키 레이더는 성주에 배치하려는 사드 레이더와 같은 것이다. 국방부는 터키 레이더는 추적과 탐지를 하는 전방배치용(FBM)이고, 성주 레이더는 사격통제를 하는 종말단계 레이더(TM)라고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종말단계 레이더를 전방배치용으로 전환하는 데는 8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 10일 서울을 방문한 제임스 시링 미국 미사일방어청장도 “단기간에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북아에서도 유럽 엠디 체계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성주에 배치할 레이더를 전환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면 중국이나 북한에서 일본, 하와이, 알래스카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탐지하는 엠디 레이더가 된다. 그러면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사령부 지휘소를 통해서 미국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으로 연동된다. 이후 알래스카의 미군기지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순서를 밟는다. 일본의 이지스함에서도 SM-3 미사일로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도 인정했듯이 성주에 배치하는 사드로는 서울을 방어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주 사드 레이더가 일본의 이지스함과 연동되면 도쿄를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환영하는 이유이다.
유럽 엠디에 대해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의 억지능력을 무력화해서 유럽에서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타결했는데도 유럽 엠디를 진행하는 것은 엠디가 자국을 겨냥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엠디는 냉전시대의 불안했던 대결구도를 글로벌 차원에서 부활시키는 고래싸움이다.
유럽 각국에서 엠디에 대한 반대가 거세게 일었다. 체코는 미국과 AN/TPY-2 레이더 배치에 대한 협정까지 맺었으나 레이더 배치지역 주민투표에서 90% 이상이 반대해 무산되었다. 터키에서도 AN/TPY-2 레이더 배치에 대한 반대가 격렬했다. 터키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사드가 서울 방어는 못하면서 도쿄 방어는 가능하다는 점과 비슷하다.
유럽의 반발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엠디를 추진한다는 점과 정치외교적 노력보다는 군사적 대응을 우선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엠디에 의한 안보 추구는 미국 군산복합체만 배부르게 한다는 것이 엠디를 반대하는 유럽인들의 생각이다. 유럽인들의 논리는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 김창수 - 코리아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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