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북-미 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DJ(김대중 전 대통령)라면 지금의 상황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궁금해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존재가 새삼 그리워진다.
DJ는 생전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고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핵무기는 북한 국민을 먹여 살리는 수단이 못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일본과 남한의 핵무기 개발을 유혹하고, 그 결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를 핵 화약고로 만들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DJ는 미국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소련과 중국이 남한과 국교를 맺고 교류를 강화할 때 미국도 북한을 승인하고 국제사회로 나오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경영 실패에 덧붙여, 미·중·소 등 주변 강대국들의 북한 외면 정책이 김정은 가문으로 하여금 핵개발이라는 최후의 도박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DJ의 생각이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DJ가 내놓은 북핵 위기의 해법은 ‘일괄타결론’이었다. 그의 일괄타결론은 곧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생존·번영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고,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고, 남한은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DJ의 일괄타결론은 지금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일부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제타격론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잘하면 통일까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은근히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나 무력에 의한 통일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고, 미국이 중국과 전면전을 각오하고 통일전쟁을 감행할 리도 없다. 북한 선제타격은 결국 수백만명의 사상자와 한반도 전체의 폐허만 가져온 채 그냥 어정쩡하게 봉합되는 선에서 끝날 것이다.
북한은 지금 남한, 미국, 중국 가리지 않고 모든 주변 국가들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다. 이런 나라를 상대할 때는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DJ는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열기까지 연금, 투옥, 생명의 위협을 반복하여 당하면서도 무려 30여년 동안 일관되게 평화통일론을 펼쳤다. 기업인 정주영 회장의 소떼몰이 발상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 베를린 선언의 성과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량을 뛰어넘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힘이 달리면, 마음이 흔들리면 촛불 국민에 의지하라. 우리 국민은 평화를 위해 제2의 촛불을 들 준비가 되어 있는 위대한 국민이다. 그래도 흔들리면 DJ처럼 역사를 믿어라. 역사는 반드시 전쟁을 막으려 한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할 것이다.
DJ의 롤모델 역할을 했던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동-서독이 교류하고 협력하며 민족의 동질성을 보존·발전시켜 나가면 절반의 통일은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DJ의 생각도 똑같았다.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는 남북한이 평화 속에서 인적·물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공존공영하고, 그러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언젠가 통일의 날이 오지 않겠는가.
DJ 서거 8주기 주간을 맞이하여 그의 햇볕정책과 일괄타결론의 힘찬 부활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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