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계 3위, 알루미늄 업계 2위 고베제강의 알루미늄·구리제품 품질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고베제강에서 품질을 조작해 생산·판매한 제품이 자동차와 신칸센 부품, 항공기는 물론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제작중인 고속철 부품에도 사용된 것이 확인되는 등 국제 문제화되면서다. 알루미늄 등은 물론 철분(鐵粉)제품도 데이터 조작이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온 뒤 회사도 인정, 조작문제는 전 제품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철분은 자동차 기어 등부품을 만드는 소재다.
11일 아사히·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일 "(자위대가 쓰는) 방위산업 제품에도 고베제강 알루미늄 부품이 사용됐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나섰다. 고베제강의 품질조작 제품을 공급받은 회사는 일본 내에서만 200여곳이며, 이 가운데 방산 관련 업체는 현재까지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SUBARU), IHI 등 4곳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방위 분야에도 불안이 확산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산업성은 원자력발전소에 품질조작 제품이 사용되었는지는 현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성도 미쓰비시중공업이나 가와사키중공업 등 항공기 부품 업체에 사용상황과 부품 안전성 등을 확인하라고 요청했다. 이 회사들은 미국 보잉사 등 항공기업체에 부품을 공급 중이다.
국토교통성은 외국 항공 당국과도 연대해가면서 일본 국내에 취항 중인 항공기 기체 전반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정보 수집도 진전시키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재팬' 신화가 흔들릴 우려도 제기됐다. 고베제강에 앞서 닛산자동차도 무자격 직원이 출하 전에 품질검사를 한 것이 최근 적발됐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미쓰비시자동차 등 일본 간판급 제조업체의 연비 조작사건이 있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은 10일 닛산·고베제강 문제 등에 대해 "품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일본 제조업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가 있는데, 방치 시 큰 문제가 될 걱정되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구로사카 게이주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조작은) 고객 신뢰를 배반한 것으로 10~20년 뒤까지의 수주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JP모건증권 모리 가즈히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업체 등 주요 고객이 리콜을 요구할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대규모 리콜로 확산할지도 관심사라는 설명이다. SMBC닛코증권 야마구치 아쓰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서스펜션 등 구조재의 리콜로 발전하면 (고베제강의) 실적에 대한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베제강 주식은 팔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10일 300엔(22%) 내린 1천68엔으로 하한가 수준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11일에도 오전 10시10분 현재 15.73% 내린 900엔에 거래됐다.
한편 고베제강은 품질조작 적발로 초래될 수 있는 수익 악화에 대비해 재무구조개선을 서두르고자 100% 출자 자회사인 신코부동산 매각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이 자회사는 아파트·단독주택 임대와 분양사업을 하는 업체로 900억엔(약 9천억원)의 부동산자산을 보유했다. 매각금액은 약 500억엔으로 예상됐다. 고베제강은 주력인 철강 부진으로 2016회계연도에 23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고베제강은 자동차 산업의 알루미늄 제품 수요 증가로 2017회계연도에는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조작사태라는 돌발악재를 만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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