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 임신부의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이 좋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고, 치과 치료 등과 같이 필요한 치료를 피해야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아울러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이나 출산 때 통증을 덜어주는 무통분만에 대한 오해도 많다. 임신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실천하다가 아이를 유산하거나 임신부의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임신과 관련된 흔한 오해를 풀어본다.
3개월까진 뜨거운 목욕·핫팩 금지
■ 임신 초기에는 찜질방, 사우나 피해야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 3개월까지 사우나나 찜질방 등을 찾지 않도록 권고한다. 임신부가 너무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오히려 유산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38도 이상의 고열에 노출되면 태아의 신경 발달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 목욕이나 핫팩의 사용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임신한 뒤 유산을 했다면 월경을 1~2번 정도 하고 난 뒤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태아 성장을 돕는 자궁의 내막이 재생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산모 복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유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산모 복대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수술 직후 수술 부위를 압박해 지혈을 할 목적이거나 수술 이후 산모가 걸을 때 필요하다. 또 임신 중기 이후 배가 불렀을 때 보행을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 임신했을 때 치과 치료는 금물? 임신부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치과 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에서는 임신부 가운데 약 절반이 치주염을 앓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임신부가 치주염을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으면 전신 염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조기 진통이 나타나 조산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다. 치주염 등 치과 질환이 나타났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과치료 때 국소 마취는 임신에 별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 중에는 감기약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자칫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임신 초기라면 감기약이라도 되도록이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일주일 안에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기침, 가래, 콧물 등과 같은 증상이 계속되거나 열, 근육통, 목구멍의 통증 등과 같은 특이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된다. 특히 임신 전부터 루푸스, 갑상선질환, 고혈압 등으로 스테로이드제제나 항고혈압제 등을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생각에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복용중단하면 태아는 물론 임신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 무통분만을 하면 전혀 아프지 않다? 출산할 때 무통분만 시술은 척수신경을 마취하는 것이다. 이 마취법으로 출산 과정의 통증은 크게 줄지만, 무통분만에 사용되는 마취제는 개개인마다 반응에 차이가 있다. 또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통증 강도가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무통분만을 했지만 여전히 출산의 통증을 강하게 느꼈다는 임신부도 있다.
보통 제왕절개 분만을 하면 다음 아이부터는 무조건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절개한 부위가 자연분만을 할 때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제왕절개 분만 뒤 자연분만도 가능하다. 다만 제왕절개 분만 뒤 자연분만을 할 때 자궁 파열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주치의와의 적절한 상담해야 한다.
■ 자궁근종이 있으면 임신이 안 된다? 자궁근종은 여성 5명 가운데 1명 정도로 흔하다. 이 자궁근종이 있으면 종종 생리통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생리 중 출혈량이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임신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자궁근종이 수정란 착상을 방해해 자연유산 경우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자궁근종 위치에 따라 자연분만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산전 또는 산후에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궁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피부에 색소가 과다하게 침착된다. 특히 젖꼭지 주위, 겨드랑이, 생식기 주변에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임신 기간에는 원래 있던 점이나 주근깨가 더 커지거나 짙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배꼽 아랫부분 임신선도 색소가 과다하게 침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기미도 많아지는데, 임신부 10명 가운데 7명에게서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 이런 문제는 햇볕을 쬐면 더욱 악화된다. 출산 뒤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임신 중기부터는 꾸준한 운동도 필요해 임신중에도 자주 움직여 몸무게 관리를 해야 한다. 체중이 불면 임신성 고혈압이나 몸이 붓는 부종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를 출산한 뒤에도 비만 가능성의 문제도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무게 급증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임신부의 근육과 관절, 인대 등을 적절히 자극해 순산을 돕는다. 임신 중 운동은 유산 위험성이 적어지는 임신 12주 이후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심박수가 1분에 150번을 넘지 않을 정도 가벼운 운동이 좋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임신부는 1주일에 2~3번 정도만 하되 한 번에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운동 강도는 본인이 ‘약간 힘들다’고 느끼기 바로 전 단계가 좋다. 종류는 무릎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깅과 같은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걷기, 수영, 체조 등이 좋다. 무릎이 좋지 않다면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임신 중후기에 오면 배가 많이 나오면서 척추가 앞뒤로 휘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허리를 펴는 운동보다는 구부리는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 골반에 대한 운동도 필요하다. 호흡을 할 때 코로 깊게 들이쉬면서 입으로 길게 내뱉는 복식호흡처럼 하면 운동의 효과가 허리 및 복근의 깊숙한 근육까지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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