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김모 씨는 하루에 총 7종류, 18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당뇨와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기침, 콧물, 가래 때문에 거의 매일 감기약을 먹었다. 각종 영양제도 세 가지 복용한다. 여러 약을 복용하다보니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두 번 먹는 일도 있다. 자연히 당뇨, 혈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 만능주의? 용도·용법·보관 등 ‘잘 먹어야 약’
약을 한 웅큼씩 복용하는 노년층이 많다. 한 조사로는 평균 4.1개의 약을 복용했다. 5개 이상 복용하는 사람도 38.9%였다. 약을 많이 복용하다 보니 약 부작용 때문에 다른 증상이 생겨 또 다른 약을 복용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복용하는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제산제 자주 먹으면 만성 변비 부작용도 : 많은 노인들이 속쓰림 증상을 호소해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소화제 등을 복용한다. 일부는 위장약은 위를 보호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많이 자주 먹을수록 좋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위산분비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위산이 지나치게 억제돼 영양소와 비타민 흡수가 줄어든다. 골다공증, 폐렴, 콩팥 손상,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제산제는 만성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적정 기간에만 용법에 맞게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알루미늄이 든 제산제를 장기 복용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 환자는 신경독성, 빈혈 등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 사람이 두통이나 요통으로 소염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하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기전상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항응고제, 혈소판응집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궤양 등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위염 등 병력이 있으면 궤양 유발 위험성이 낮은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는 사람들도 많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밝혀진 경우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약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혈액순환개선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항응고제, 혈소판응집억제제 등과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을 높인다. 항응고제 중 와파린을 복용할 때 비타민 K를 섭취하면 혈액응고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많은 약을 먹고 있는 환자라면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 섭취는 적절히 줄여야 한다.
일부 혈압약, 시금치·콩 함께 먹지 말아야 : 약을 복용할 때는 음식이나 음료와의 궁합도 따져봐야 한다. 감염 질환이 생겼을 때 복용하는 일부 항생제는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과 약물 성분이 결합해 흡수가 떨어질 수 있다. 흡수력이 낮아지면 약효가 줄기 때문에 항생제는 반드시 물로 복용해야 한다. 항진균제, 항원충제를 복용할 때 술을 마시면 구역,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음주는 삼가야 한다.
혈압약 중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약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자몽주스에 포함된 성분이 칼슘채널차단제의 대사를 떨어뜨려 약효가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비타민K가 많이 든 시금치, 케일 등 녹색채소나 콩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크랜베리주스, 자몽주스, 녹차 등의 음료도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 타이레놀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호흡기 약물 중 테오필린, 아미노필린 등 기관지확장제를 복용할 때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심계항진, 불면, 불안 등의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갑상샘 호르몬약은 공복에 먹어야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커피, 자몽주스, 칼슘 함량이 높은 우유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 복용 목적과 용법 정확히 파악해야 : 약을 복용할 때는 자신의 질환을 알고 약의 복용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약이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인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증상이 나아지면 중단해야 하는지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을 가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량 용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임의로 약을 많이 복용하거나 복용하는 것을 건너뛰면 안된다. 전문의들은 “복용이 불편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용법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에도 유통기한과 적절한 보관법이 있다. 대부분의 약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일부 약은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한다. 약의 특성에 맞춰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약의 독성이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약효가 떨어지기도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약효를 보장하기 어렵다.
약물 부작용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약국에서 받은 복약 설명문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된다. 이전에 부작용을 겪었던 약이 있으면 정확한 이름을 알아둬야 한다. 나중에 약을 처방받거나 조제할 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약물 처방을 피할 수 있다.
'● 건강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량음료 벌컥… 당뇨·신장병엔 독 (0) | 2018.08.13 |
---|---|
무더위엔 두뇌도 흐물흐물 “성능저하” (0) | 2018.08.08 |
그저 감기겠지? A형 간염 조심 (0) | 2018.06.19 |
임신 ‘오해와 진실’ (0) | 2018.05.30 |
유방 크면 암 잘걸려?‥ No (0) | 2018.05.23 |
‘절친’ 되려면 6주 200시간 걸려 (0) | 2018.05.01 |
나이들며 입맛 떨어지면‥ (0) | 2018.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