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KBO) SK 와이번스의 내야수 제이미 로맥(Jamie Romak)은 캐나다 출신 선수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온 세계가 불안에 휩싸인 이달 중순 그의 말이 캐나다 언론을 장식했다. “한국이 캐나다 보다 더 안전하다. 사재기도 없고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온타리오 런던에 있는 자택에서 이달 초 태어난 둘째 아들의 출산을 본 뒤 KBO 개막전 준비를 위해 지난 3월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언론에 의외의 솔직한 얘기를 털어 놓았다. 한국에 가겠다고 하니까 “너 미친거 아니냐! 거기가 안전한 거야?”고 캐나다 지인들이 말리더라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창궐하고 세계 각국이 다투어 한국사람 입국을 제한하는데, 왜 거길 가느냐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언론은 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더 안전하고, 화장지도 살 수 있고, 사재기도 없다”고 강조한 말을 크게 실었다.
어쩌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불어나는 요즘, 유학생과 교민들의 귀국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니 많은 한인들 그리고 캐나다인들도 로맥의 한국행 ‘탈출’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방역성공을 축하하고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조야에서 한국을 거론할 때마다 시큰둥했던 트럼프의 돌변은 기이할 정도다. 같은 날 스페인의 산체스 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방역 후진으로 눈총받는 일본 정부의 각료는 한국 방역을 깎아 내렸던 발언을 사과하기까지 했다. 26일은 문 대통령 제안으로 G20 정상들의 코로나 공동대응 화상회의가 열린다.
한 동안 중국에 이어 코로나에 초토화된 것으로 비쳤던 한국에 대해 최근 각국 지도자들과 톱클래스 매체들, 의료진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한국이 질병 테스트에서 미국을 완패시켰나”(로이터 통신) “한국정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 자유를 보장하며 방역에 성공했다”(뉴욕타임즈) “세계적으로 이렇게 잘 대처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빛난다”(BBC) “한국정부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철저한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독일 슈피겔) …
불과 5년 전, 중동에서나 번지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국을 엄습했던 일은 악몽이다. 당시 사망자 38명은 사우디에 이은 세계 2위였다. 감염원이 된 재벌소유 병원과 확진자 동선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며 급성전염병에 허둥대다 화를 키웠던 무능정부의 기억은 모두의 뇌리에 남아있다.


이번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지는 “투명성과 개방성으로 성공적 대응한 한국은 민주주의 강점을 보여주었다”고 중국과 일본을 비교해 평가했다. 외국 네티즌들의 트윗을 보면 “처음으로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느꼈다”는 표현도 한다. 한국산 ‘드라이브 스루’ 검진, 즉 승차검사는 이제 세계표준으로 등극했다. 묵묵히 내실있게 나가며 창의와 혁신의 모습을 잃지 않은 코리아의 진면목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참 기막힌 것은 정작 한국 안에서는 ‘중국을 막지 않은 정부가 무능하다.’ ‘마스크 수급이 엉망이다’. ‘방역을 망쳐서 경제가 죽어난다.’는 등 막무가내 정부 비판이 이른바 보수언론과 정치인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아카데미 4관왕 영웅들을 환영한 지난 2월의 청와대 오찬을 끌어다 “짜파구리 파티 하다 코로나가 확산됐다”(이재오) 라고 참 저질스럽게, 지금도 방송에 나와 헐뜯는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있는 비판을 하고 잘한 것은 칭찬할 줄 아는 아량과 품성이 이제 선진국 소리를 듣는 한국의 언론과 보수정치인의 자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캐나다의 부실 석유회사 인수를 포함해 해외 자원개발을 빌미로 무려 35조원을 날렸다는 ‘투기꾼’같은 정부를 떠받들었던 인물이 염치없이 토해 낼 발언은 아닌 게 분명하다. ‘장사치 수법’으로 나라를 자기 회사처럼 운영한 정치인, 청와대를 ‘성형미용실’처럼 활용했던 지도자에게서 국민들은 무엇을 깨달았던가. 세월호 참사의 수많은 희생자들은 왜 우리에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가? 만약 ‘최순실 정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면…그야말로 소름끼칠 코로나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21대 총선이다. 4월초 재외선거부터 4.15 국내까지, 민의의 한 표 한 표가 한국정치와 정치인의 수준과 그들이 설계할 삶의 질, 나라의 품격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후회에 떨었던 기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투표권을 가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이다.
혹여라도 다시금 쓰라린 세월을 감내할 각오라면, 지난 어둠의 본색을 달콤한 선전으로 치장한 반민족 독재 카르텔의 교활함 앞에 굴복해 또 다시 망각의 어리석은 표를 던질 일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