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사무실에서 캠프 관계자들이 탄식을 내뱉고 있다.


대구·경북 이변은 없었다온통 분홍빛 물결

 25석 모두 통합당 싹쓸이

보수의 아성 더욱 견고해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단독 과반은 허락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아성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더욱 견고해졌다.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기며 두터운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던 이 지역은 이번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15일 투표시간 종료 직후 방송 3사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석을 모두 석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년 전 민주당은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나중에 복당한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을 당선자로 배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텃밭 투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는 37.8%의 득표율로 통합당 주호영 후보(61.2%)에게 크게 뒤졌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명실상부 여권의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피폐해진 보수층의 마음을 두차례 연속으로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인 대구 북을 홍의락 후보도 34.4% 득표율에 그쳐 상대 후보인 김승수 후보(62%)에게 큰 격차로 1위를 내줬다.

통합당 후보들은 대구 12개 지역구에서 고루 선전했다. 류성걸 후보(대구 동갑·70.6%), 김상훈 후보(대구 서·66%), 추경호 후보(대구 달성·68.5%) 등은 각각 상대방인 민주당 서재헌 후보(25.3%), 윤선진 후보(16.6%), 박형룡 후보(25.6%)를 크게 앞질렀다. 선거 막판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잇단 막말이 파문을 일으키며 더불어민주당이 180석까지 넘볼 수 있다는 여당 압승론이 돌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 야당에 표를 몰아주는 결집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날 대구 지역 출구조사에서 통합당 후보가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분류된 지역구는 이인선 후보(39.5%)가 홍준표 무소속 후보(36.4%)와 맞붙은 수성을뿐이었다.

보수 유권자의 통합당 쏠림 현상은 경북의 농촌 지역으로 가면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 김천의 송언석 후보(82.3%)는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권역 내에서 가장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해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어 군위·의성·청송·영덕의 김희국 후보도 78.6% 지지율을 기록해 강부송 민주당 후보(20.3%)3배 넘는 격차를 보였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는 예상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흐름은 이날 빠르게 치솟은 지역 투표율 추이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대구와 경북 지역 투표율은 각각 67%, 66.4%로 전국 평균(66.2%·오후 6시 기준)보다 높았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23.56%)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공포의 시나리오에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에 대거 투표소로 몰려나왔다는 해석이다. < 노현웅 기자 >

 

민주당, 호남 28개 선거구 사실상 싹쓸이전망

양향자·김성주, 천정배·정동영과의 리턴매치에서 설욕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후보들이 15일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윗줄 동남갑 윤영덕·동남을 이병훈·서구갑 송갑석·서구을 양향자 후보. 아랫줄 북구갑 조오섭·북구을 이형석·광산갑 이용빈·광산을 민형배 후보.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28개 선거구 대부분을 싹쓸이하며 고토를 되찾았다. 4년 전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호남의 귀환이 이번엔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해준 모양새다.

15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방송>(KBS)이 예측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전북 28개 선거구 가운데 전북 남원·임실·순창 1곳을 뺀 27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전남·북에서 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두 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는 듯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보수정당 후보 중 민주당 후보와 경합을 벌인 후보조차 없었다. 국민의당에서 갈라져나온 민생당 후보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후보들도 대부분 쓴잔을 마셨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에선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이 8곳을 모두 석권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큰 득표율 차이로 민생당 등 상대 후보들을 따돌리고 있다.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갑석(광주 서갑) 후보를 뺀 7명의 민주당 후보가 모두 초선의원에 도전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민생당 중진 의원들을 크게 눌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시절 직접 영입한 뒤 고졸 학력 삼성전자 상무로 화제를 모았던 양향자 후보(광주 서을)는 민생당 소속 6선 의원인 천정배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설욕할 수 있게 됐다. 출구조사에서 양 후보는 73.8%의 득표율로 20.9%에 그친 천 후보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갑에선 윤영덕 민주당 후보가 71.4%의 득표율로 4선에 도전한 장병완 민생당 후보(26.0%)를 눌렀고, 광산갑에선 이용빈 민주당 후보가 76.9%4선의 김동철 민생당 후보(13.1%)를 앞질렀다.

지난 총선에서 담양·함평·영광·장성 한 곳에서만 민주당 후보(이개호)의 당선을 허락했던 전남 10개 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이 유력하다. 특히 목포에선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지낸 김원이 민주당 후보가 관록의 박지원 민생당 후보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는 48.7%의 득표율을 보여 관록의 박 후보(38.4%)보다 10.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정의당 후보는 11.2%의 득표율을 거뒀다.

전북의 경우 그동안 여론조사에선 국민의당 출신의 두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산의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신영대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져 무소속의 높은 벽을 재확인했다. 김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35.5%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신 후보는 60.8%를 기록했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국민의당 출신 이용호 후보는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이강래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경합을 벌였다. 전북 선거구 10곳 가운데 9곳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전주병의 정동영 민생당 후보(34.8%)도 현 정부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성주 민주당 후보(64.1%)에 크게 뒤져 4년만의 리턴매치에서 지역구를 내놓게 됐다. <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