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정부 부처, 2015년 세월호 특조위 조사 조직적 방해"

"박근혜 정부 때 특조위 진상규명국장·공무원 파견 저지검찰에 수사요청"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를 청와대와 여러 정부 부처가 조직적으로 저지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특조위가 22일 밝혔다.

특조위는 이에 따라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진철 전 인사수석비서관 등 전 청와대 소속 9, 당시 인사혁신처·차장 등 인사혁신처 소속 8, 해양수산부 처장·차관 등 총 19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

또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활동 저지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10개 정부 부처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비서실장은 특조위가 박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을 조사하고자 한다는 것을 인지한 후 20151030일부터 한 달여간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이하 실수비회의)에서 최소 8차례 이상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미 인사 심사를 통과한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의 임용이 보류되고, 파견이 예정됐던 1719명의 공무원이 미파견된 것으로 특조위는 파악했다.

특조위는 "당시 인사혁신국장과 해양수산비서관실 행정관의 진술에 따르면 이는 이 전 실장은 물론 현기환 당시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청와대와 인사혁신처·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가 상호 공모해 실행한 결과로 드러났다""특조위의 동향이 포함된 문건이 청와대 부속실에도 발송된 점으로 미뤄 박 전 대통령 역시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검찰은 2017년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을 수사할 당시 해양수산부 관련자 중심으로만 수사를 진행했고, 조사활동 방해에 가담한 공무원들은 기소유예되거나 별다른 형사처분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특조위는 국가적인 비극을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어렵게 만들어진 진상규명기구인 만큼 해당 의혹이 낱낱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이번 주 중으로 해당 내용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수사 요청하고, 관련자 진술조사 자료 등 증거자료 256건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월호 조사방해' 행안부 등 압수수색항적 의혹도 수사

기재부·인사혁신처 등 특조위 유관 부처 대상해수부는 AIS 제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조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2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참사 당일 세월호 항적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행안부 인사기획관실과 경제조직과, 기재부 안전예산과, 인사혁신처 인사관리국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2014년 이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과 관련한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특조위 파견·임명과 예산배정 등을 다룬 보고서·회의록·업무일지 등을 토대로 부처간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고 청와대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규정상 임의제출이 어려운 보안사항이나 개인정보 관련 자료들이 포함돼 부득이하게 영장을 근거로 해당 기관의 협조를 받아 자료를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옛 여권 인사들이 특조위 활동 전반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희생자 가족들 주장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근혜 청와대의 불법개입 정황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옛 여권이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조사 안건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 파견을 축소하는 등 특조위 무력화를 시도했다고 의심한다.

사참위는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추가로 발견했다며 이병기(73)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진철(65) 전 인사수석비서관 등 19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20151011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조위의 청와대 행적 조사 안건이 채택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이같은 지시가 내려진 이후 특조위가 제청한 진상규명국장 임용이 보류되고 정부 부처들의 공무원 파견도 중단돼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22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와대 등에 의한 세월호특조위 조사방해 수사요청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조윤선(54)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재원(56)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조대환(64) 전 특조위 부위원장 등이 2015119일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특조위 조직과 예산을 줄이기로 한 뒤 조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했다며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지난 16일 조 전 부위원장에 이어 전날 윤학배(59) 전 해수부 차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전 차관은 해수부 내부에 '세월호특조위 대응 전담팀'을 만들어 특조위 예산과 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단계별 대응전략을 세우도록 주문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미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영석(61) 전 해수부 장관과 이 전 실장, 조 전 수석도 조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이들의 공소사실은 대응문건 작성 지시 등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족협의회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황교안(63) 전 국무총리, 김기춘(81) 전 비서실장, 현기환(61) 전 정무수석, 최경환(65)·유일호(65) 전 기재부 장관 등도 조사방해에 가담했다며 세월호특별법상 직무집행방해 또는 형법상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또 전날 해수부로부터 세월호 항적이 기록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임의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세월호 항적이 조작됐다는 의혹은 특조위 조사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세월호 사고 원인을 조사하며 항로가 기록된 AIS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AIS 데이터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풀 결정적인 증거라는 주장이 있어왔지만 아직 제대로 그 내용이 검증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