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의 눈엣가시’ 필리핀 최대 방송사, 폐업 위기
정부, ABS-CBN의 사업권 재심의 앞두고 ‘기한 만료’ 내세워 중단 명령
두테르테, 자신의 ‘마약과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하자 노골적 공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필리핀 최대 방송사 <ABS-CBN>이 5일 정부 명령에 따라 방송을 중단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이날 <ABS-CBN>의 사업 허가 기간이 전날 만료됐고 이 방송사가 의회에 제출한 방송 사업권 갱신 요청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며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모두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회사는 필리핀 전국에서 70개 이상의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방송사의 마크 로페스 회장은 방송 송출 중단 직전 텔레비전에 출연해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방송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수백만의 동포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부통령 출신의 뉴스 방송 진행자 놀리 데 카스트로는 “우리는 시청자 여러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펼치는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 방송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12월 연설에서는 “ABS-CBN의 계약이 끝날 예정”이라며 “나 같으면 팔아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방송 사업권 허가와 갱신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는데, 지난해 5월 중간선거를 거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필리핀 상·하원은 지난 3월 중순부터 휴회중이며 오는 11일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이 방송사의 사업권 갱신 문제를 언제 심의할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방송 중단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신기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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