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스크 제작 공장에 노 마스크로 방문

상점에선 마스크 착용 다투다 총기 사망까지

마스크 아닌 KKK 두건 쓰고 식료품점 다니기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3일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했으나, 마스크 착용 거부감 탓에 논란과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미시간주 홀리에서 68살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저가 잡화 상점인 달러 트리에 갔다가 직원의 옷에 자신의 얼굴을 문지른 뒤 경찰에 붙잡혔다고 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이 남성은 직원이 “(미시간주 행정명령에 따라)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하자, “이걸 마스크로 쓰면 되겠다며 직원 셔츠에 눈과 코 등을 문질렀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한 남성이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의 두건을 쓰고 식료품점을 방문했다. 공공장소에서 안면 가리개를 착용하라는 지역당국의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이었다. 두건을 벗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도 무시했다. 한때 백인우월주의가 득세했던 지역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시민은 <시엔엔>(CNN)몹시 참담하고 절망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미시간주 플린트의 저가 잡화점 패밀리 달러의 경비원이 총에 맞고 숨졌다.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말다툼을 벌였고, 상점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해당 손님의 아들이 경비원에게 총을 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허니웰 공장을 방문해 한 직원에게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 제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공장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눈 보호용 고글만 착용했다. 피닉스/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스크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는 5일 코로나19 사태 속에 38일 만에 첫 외부 공식행사 일정으로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날아가,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 허니웰을 방문했다. 공장 시설 일부에는 마스크 착용 필요안내문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끝내 쓰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국민들에게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하면서도 나는 안 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달 28일 미네소타주의 병원을 방문할 때 혼자만 노 마스크인 모습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마스크 착용에 익숙한 아시아와 달리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환자나 범죄자의 것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미국인이 정부의 착용 권고를 따르고 있지만, 일부는 불편하고 불필요하다며 극구 거부한다. 나아가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자유 억압으로까지 여기며 반발한다. 최근 미시간주 등에서 자택대기 행정명령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인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주와 오하이오주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쳐 권고 사항으로 낮췄다. <뉴욕 타임스>마스크가 바이러스 문화 전쟁의 화약고가 됐다고 짚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