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이 포함된 무장세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정부를 전복하려는 침공공작을 주도한 조던 구드로(가운데). 미군 특수부대 출신인 그는 ‘실버코프 유에스에이’라는 사설 보안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실버코프 누리집 갈무리
2019년 반마두로 군부반란 실패하자, 용병 쿠데타 음모 시작
미 특수부대원 출신이 주도…용병회사 실버코프
베네수엘라 반정부 인사들이 개입…과이도 의회 의장은 부인
탈영병, 사기꾼, 마약범죄자들이 결합…콜롬비아 정부에도 통보
베네수엘라 “모든 것 알고 있었다”…미국 “우리와는 상관 없다”
지난 3일 새벽 미국인 용병들이 포함된 무장세력이 베네수엘라 해안을 침공하려던 사건은 국제 사회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용병들의 정권 타도 공작을 현실로 드러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미 한달 전부터 떠돌기 시작한 이 음모와 관련된 이들을 취재해, 상세한 전말을 보도했다. <에이피>의 보도는 반미 중남미 국가의 정부를 둘러싼 각종 세력들의 음모와 공작 실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편집자>
2019년 4월30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려는 군부반란이 일어났다. 미국은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했고, 다른 60여개국도 미국의 입장을 추종했다. 정부군 내의 반마두로 군인들은 반란을 일으키면 나머지 정부군과 마두로의 측근들이 가세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에 의해 신속히 진압됐다.
반란이 실패로 끝난 몇주 뒤 이웃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메리엇 호텔에서는 이 실패한 반란에 참가한 군인과 정치인들이 모였다. 마약거래를 한 베네수엘라 정부군 탈영 군인, 마두로에게 해임된 관리들, 수상한 금융거래꾼들도 합세한 자리였다.
이 모임에서 눈에 띤 중심 인물은 미국 퇴역군인 조던 구드로(43)였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3차례나 청동성장 훈장을 받은 구드로는 특전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으로 각종 침투작전조를 지휘한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13년 주택보조금으로 6만2천달러를 사취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는 2016년 전역했다. 전역 뒤 푸에르토리코에서 사설 경비 계약자로 일했고, 2018년 플로리다에서 사설 보안회사 ‘실버코프 유에스에이(US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실버코프의 누리집에는 구드로가 전투를 벌이는 사진를 게재하면서, 이 회사가 50개국 이상에서 저명한 외교관 및 군사전략가 등과 함께 공작을 벌였다고 선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제적인 경호 팀들을” 운용했다고도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와 구드로의 인연은 2019년 2월 시작됐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선이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국경에서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려고 개최한 콘서트의 경비를 맡으면서부터다. 구드로는 이 콘서트 뒤 미국으로 돌아와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는데 관심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쪽과 줄을 대려 노력했다. 군 동료 드류 화이트는 당시 구드로가 자신에게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계획을 밝히고, 자금 모금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황당한 계획이라고 판단해, 그때부터 구드로와의 접촉을 끊었다.
구드로는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경호원인 케이스 실러를 소개받았다. 실러는 2019년 3월 워싱턴 유니버시티 클럽에서 열린 반마두로 모금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협력자인 레스터 톨레도가 주도했다. 지난해 5월 구드로는 실러와 함께, 마이애미에서 열린 과이도 협력자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과이도와 그 측근들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 자리를 통해, 실러는 구드로가 현실을 모른채 능력 이상의 일을 하려는 인물로 파악하고는 그와의 접촉을 끊어버렸다고 밝혔다.
톨레도는 보고타에서 구드로를 클리베르 알칼라라는 유명한 반체제 성향의 전 베네수엘라 장군을 소개해줬다. 그는 탈영한 베네수엘라 정부군 그룹의 우두머리였다. 하지만 그는 2011년 콜롬비아의 좌파 반군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게 지대공 미사일을 제공하고는 코카인을 건네받은 혐의로 미국에 의해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 4월 알칼라는 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미국 검찰에 의해 마약거래 혐의로 기소돼, 현재 뉴욕에서 수감된 상태다. 매해 250톤의 코카인을 미국에 보내려는 마약테러단의 음모를 기획한 혐의이다.
당시 구드로를 만난 알칼라는 마두로 정권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촉구하는 강력한 반정부 인사로 떠오른 상태였다. 알칼라는 구드로와 톨레도를 만나서, 베네수엘라 정부군에서 탈영한 300명의 전투원을 선발해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알칼라는 그 중 수십명은 이미 콜롬비아-베네수엘라가 접경한 라과지라 반도 주변에서 운영하는 3개의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드로도 알칼라에게 자신의 회사가 전투원을 준비중이라고 화답했다. 양쪽은 마두로 정권 타도를 위한 자원자들로 구성된 부대를 만들고, 급습 작전에 필요한 약 150만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 조달을 논의했다. 구드로는 이 작전을 지원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과 접촉하고 있다고도 과시했다.
처음부터 이 대담한 계획은 이미 분열이 심화되는 베네수엘라 반체제 진영을 더욱 갈라놓았다. 불투명한 과거를 가진 알칼라는 신뢰받지 못했다. 하지만 구드로는 알칼라를 신뢰했다. 민주주의를 복원한다는 베네수엘라 반체제 진영이 부패뿐만 아니라 정권과의 밀실 거래를 일삼는다는 알칼라의 불신을 구드로도 공유했다. 특히, 구드로는 알칼라가 군 장성 출신이어서 베네수엘라 군부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의 지형에 정통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의 사절인 톨레도는 보고타에서 이들과 만난 뒤부터는 연락을 끊었다. 그들이 추진하는 작전이 자살행위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구드로는 자신의 동료 퇴역군인 4명을 콜롬비아로 데려와, 알칼라와 함께 직접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알칼라와 구드로는 접경 지역의 기지에 있는 오합지졸 전투원들에게 중무장 차량으로 국경을 넘은 뒤 96시간 안에 수도 카라카스로 잠입할 것이라고만 말하고는 자세한 전투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구드로는 굶주리고 사기가 떨어진 정부군 병사들은 도미노처럼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요원이었던 이프레임 매토스는 콜롬비아에 있는 친구로부터 이들의 소식을 듣고 지난 9월 그 기지를 방문했다. 그는 전투원들을 2주간 훈련시키다가, 수도도 없고 끼니도 거르는 열악한 환경에 경악했다. 그는 전투원들로부터 구드로가 트럼프를 경호했고, 마두로의 기지를 습격하는데 필요한 무기와 공중 지원이 준비되고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고 들었다. 2주만에 그곳을 떠난 매토스는 “직접적인 미국의 군사개입이 없이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불행하게도 용병 사업계에는 자신의 군사경력을 비싼 돈에 팔려는 카우보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당국은 이들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었고, 보고타에 있는 베네수엘라 망명자들도 미국 관리들에게 이를 보고했다. 알칼라는 지난해 6월 콜롬비아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지원을 요구했다. 구드로가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이라고도 허풍쳤다. 콜롬비아 당국은 구드로가 중앙정보국 출신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알칼라에게 침공 계획을 계속 떠들면 추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칼라와 구드로가 초기 자금으로 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원을 약속했다고 거론되는 사람으로는 미국의 유명한 치즈 회사 크래프트를 창업한 크래프트 가문의 후손 로언 크래프트 및 트럼프 경호원 실러다. 이들은 마이애미와 워싱턴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망명자들 모임에 참석했었다.
크래프트는 친구들에게 실버코프가 실행할 ‘민간 쿠데타’를 위한 모금을 했다고, 그로부터 자금을 요청받은 기업인 2명은 밝혔다. 크래프트는 과이도 정부가 들어서면, 에너지 및 광업 분야에서 특혜계약을 약속받았다며 기부자들을 유혹했다. 크래프트는 자신을 ‘베네수엘라와의 제일 계약자’라로 적힌 약정서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크래프트는 구드로와 지난해 3차례나 만난 것은 인정했으나, 그와는 어떠한 사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인도적인 구호를 보내는 것을 구드로와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구드로가 군사행동을 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지난 10월15일부터 모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약속됐던 자금은 오지 않았으나, 콜롬비아에 있는 3개 기지들에는 더 많은 자원자들이 왔다. 구드로는 구색을 갖추려고 했다. 군복이 지급됐고, 훈련도 강화됐다. 실버코프는 자원자들에게 근접전 기술도 가르쳤다.
하지만, 3월 초가 되자 모든 계획은 급속히 무너져내렸다. 이 공작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 헤르난 알레만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나, 우리는 지원하지 않았다”며 과이도 의장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지에 있던 전투원 중 한 명이 베네수엘라로 잠입했다가 체포됐다. 콜롬비아 경찰은 15만달러 상당의 각종 무기와 장비를 실은 트럭 수송을 막았다. 이 장비 중에는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경영하는 마이애미의 전쟁물자 제조회사 ‘하이-엔드 디펜스 솔루션스’의 헬멧도 있었다. 구드로는 지난 11에 이 회사를 방문해 무기를 주문했다.
콜롬비아 경찰에게 수송되던 무기가 압수될 때 쯤 알칼라도 마약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알칼라의 체포 뒤 침공 공작은 거의 와해됐다. 코로나19도 번지자, 전투원들도 기지에서 도망갔다. 콜롬비아 경찰은 본격적 수사에 들어갔다.
베네수엘라 정부 쪽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정보기관장인 디오스다도 카벨로는 몇달에 걸쳐 이 음모를 파헤쳤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그들의 일부 모임에 돈을 대는 방식으로 그들 속에 잠입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인데도 구드로는 포기하지 않고는 공작을 감행했다. 52명의 무장대원들을 먼저 베네수엘라로 침투시켜서, 정부군 병사들을 모집하는 1단계 작전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새벽 구드로의 군 시절 동료인 루크 덴먼과 아론 베리의 지휘를 받는 60여명의 무장대원들이 콜롬비아에서 쾌속정을 타고는 베네수엘라의 라과이라 인근 해변으로 침투를 강행했다. 작전명은 ‘기드온 공작’. 기드온은 외적을 물리친 고대 이스라엘 판관의 이름이다.
그들이 베네수엘라 연안에 접근하자, 베네수엘라 해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쾌속정의 연료도 바닥이 나서, 표류를 시작했다. 구드로는 이 때 덴먼과 베리와 마지막 교신을 했다. 베네수엘라 해군은 이들과 교전해, 8명을 사살했다. 덴먼과 베리는 생포됐다.
지난 2018년 10월22일 휴스턴에서 열린 트럼프의 정치 집회에서 구드로가 객석 통로에서 좌우를 살피고 있다. (위의 사진) 2018년 3월10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트럼프 집회에서도 구드로는 군중 속에서 긴장된 경계 상태의 표정을 짓고 있다.(아래 사진)
다음날인 4일 베네수엘라 정부군은 2만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이 사건과 관련된 200여명을 체포하거나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용병’들이 콜롬비아에서 침투해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에 있는 구드로는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해방시키려고 이 공작을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미국이 지원하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구드로는 과이도가 이 계약을 준수하지 않았으나, 60명의 전사를 동원해 자금을 지원받지 않은채 작전을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작전에는 하비에르 니에토라는 베네수엘라 군 장교가 참가했다고도 밝혔다. 구드로는 “모든 차원의 사람들에 접근하려고 했다”며 “아무도 내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고,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우리 정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내부의 문제들을 희석시키려고 쿠바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멜로드라마”를 날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미국 시민인 ‘용병’ 2명의 체포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해외에서 체포된 미국인의 석방을 의례적으로 요구하던 국무부는 그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또 이 사건의 주모자 구드로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쪽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부인하자, 베네수엘라의 호르제 로드리게즈 공보장관은 구드로와 트럼프가 같이 찍은 사진을 내밀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2018년 10월18일 찍은 사진이며, 구드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구드로의 실버코프가 트럼프의 정치집회에서 경비를 맡은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도했다.
타렉 윌리엄 사아브 검찰총장은 실버코프가 과이도 의장과 맺은 2억1200만달러의 계약을 공개하기도 했다. 과이도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 S.A.’(PDVSA)의 미국 자회사인 시트고로부터 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를 받았고, 자회사인 시트고의 이익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과이도의 통제 하에 있다.
과이도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감추려고 혼란 상황을 조장하려 한다”며 마두로 정권이 연료·식량 부족과 폭력 사태를 호도하려고 이 사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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