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오비트, 첫 시험 비행-발사 시도 10km 상공서 로켓 분리 성공했지만

로켓 1단 엔진 점화 직후 이상 발생수요많아 향후 재도전 주목

            

로켓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발사하는 새로운 시도는 첫술에 배부르지 못했다.

영국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소형 위성용 로켓 발사업체 버진 오비트(Virgin Orbit)25일 오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모하비사막의 우주공항(스페이스포트)에서 보잉 747기를 개조한 항공기 코스믹걸’(Cosmic Girl)을 공중 발사대로 삼아 소형 우주로켓 런처원’(LauncherOne)을 시험발사했다.

이날 우주공항을 출발한 코스믹걸은 태평양을 향해 서진하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코스믹걸은 이륙 후 약 50분이 지난 뒤 채널제도 남쪽 80km 지점의 고도 35천피트(10km) 태평양 상공에서 런처원 로켓을 분리했다. 버진 오비트는 트위터를 통해 항공기에서 로켓이 깔끔하게 분리된 것까지는 확인했다하지만 그 직후 비행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모선인 코스믹걸과 여기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안전하게 기지로 돌아왔다. 왼쪽 날개 아래쪽에 장착한 런처원은 길이 21미터, 무게 26톤의 2단 소형 액체연료 로켓이다.

버진 오비트는 로켓의 1단 엔진(뉴튼3)3분 동안 연소한 뒤 2단과 분리되기로 돼 있었으나, 1단 엔진 연소 직후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발사를 앞두고 버진 오비트의 윌 포메란츠 부사장은 첫 비행에서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발사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 로켓

공중 로켓 발사의 의미는 상황에 따라 발사 고도와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모바일 로켓 발사라는 점이다. 천둥번개가 치면 이를 피해 고도를 높여 발사할 수 있다. 지상에서는 발사가 불가능한 기상조건에서도 로켓 발사가 가능해진다. 또 이륙시 일반 공항 활주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하는 장소의 선택 폭도 넓다.

버진 오비트는 300kg의 위성을 지구촬영 위성들의 표준 작동 궤도인 고도 500km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 500kg까지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로켓에 실을 수 있는 위성은 크기가 4피트(1.2미터)를 넘어선 안 된다. 발사 비용은 약 1200만달러. 버진 오비트는 이미 수억달러 규모의 발사 주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버진 오비트는 버진그룹의 우주여행 개발업체 버진 갤럭틱에서 2017년 분사했다. 버진 갤럭틱이 고도 100km 안팎의 준궤도 우주여행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공중 발사 방식을 이용해 소형 위성 전용 로켓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만든 업체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2월 대형 수송기 화이트나이트투’(WhiteKnightTwo)에 실은 우주선 스페이스십2(Spaceship VSS Unity)를 고도 15서 분리한 뒤, 우주선에 탑재한 로켓 엔진으로 고도 90까지 도달했다가 지상으로 귀환하는 준궤도 유인 시험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버진 오비트의 공중 발사는 이를 소형 위성 발사에 적용한 것이다.

급증하는 소형 위성 발사 수요시장 전망 밝아

공중 발사 로켓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폴로우주선 제작업체인 노스롭 그루먼에 인수된 오비털 사이언스(Orbital Sciences)는 이미 1990년 공중발사 로켓 페가수스를 개발했다. 노스롭 그루먼은 지난해 10월에도 자사의 스타게이저 항공기를 이용해 나사의 아이콘 위성을 탑재한 페가수스 로켓을 태우고 비행하다 고도 12km 상공에서 로켓을 발사했다. 그러나 값비싼 발사 비용 때문에 발사 고객을 구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이 세운 스트라토런치도 한때 로켓 공중발사 프로젝트에 뛰어든 바 있다. 이 회사는 애초 보잉 747기 두 대를 합쳐놓은 형태의 초대형 항공기로 로켓 공중 발사를 겨냥했으나 2018년 앨런의 사망 이후 더는 진전을 보지 못하다 지난해 사모펀드 기업에 매각됐다. 현재는 공중 발사보다는 초음속 비행 시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소형 위성 발사는 로켓 개발업체들로선 매우 유망한 미래 시장이다. 전자장비가 갈수록 소형화하면서 굳이 과거처럼 커다란 위성을 쏘아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는 로켓이 대형일 필요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2033년까지 소형 위성이 2만기 이상 발사될 것으로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른 위성 발사 시장 규모는 20302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소형 위성 발사를 전문으로 하는 소형 로켓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버진 오비트는 지난 4월 일본 오이타현에 소형위성 전용 발사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에 이곳에서 소형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위성용 로켓 발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로켓랩이다. 로켓랩은 독자 개발한 일렉트론 로켓으로 뉴질랜드 발사장에서 이미 10여차례 발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팰컨9 로켓을 운용하는 스페이스엑스는 예약제도를 이용해 수십개의 소형 위성을 한 그룹으로 묶어 정기 발사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로켓 신속 발사 능력 경진 대회 로켓 챌린지에서 지난해 우승한 아스트라(Astra)도 있다. 하지만 아스트라는 지난 3월 기술적 문제로 시험발사를 취소한 이후 잠잠한 상태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