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향해 통신조회 관련자 전원 파면 및 명예훼손 수사 중단 촉구
“대통령 호위무사로 전락한 검찰, 오로지 尹 명예회복만을 위한 표적 수사”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미디어 오늘]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해 대규모 통신조회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 사찰은 독재 회귀의 물증”이라는 언론계 반발이 나온다. 언론 현업인단체들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조회 관련자 전원을 파면하고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 등 원로 언론인들과 언론노조 서울신문통신노조협의회·뉴시스 지부·스카이라이프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앞서 검찰은 올해 1월경 정치인과 언론인 등의 통신 이용자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을  약 7개월이 지난 2일 문자로 통지했다. 통지 문자에는 통신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통신조회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라고 명시됐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통신조회 대상자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뉴스타파, 뉴스버스,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이다. 통신조회 규모가 3000여 명에 달할 거란 주장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4일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며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미디어 오늘]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된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1987년 6월 항쟁 이전 박정희, 전두환 군사 독재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 같은 방식으로 검찰이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자행한 담당 부서를 파면시켜야 한다”고 했다.

MBC ‘PD수첩’ 소속 PD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MBC 본사·자회사 임원 등에 대한 통신조회 사실도 확인됐다. MBC 사측은 직원 통신조회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윤태호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7개월이 지나서야 통신조회 사실을 통지한 것이 “심각한 기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조회 뒤 30일 내에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 생명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통지 유예가 가능하다. 검찰이 대선 여론조작 수사를 명목으로 수천 명의 선량한 국민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낙인 찍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한 검찰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윤태호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미디어 오늘]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적법한 수사’라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수천 명의 관련자 정보를 무더기로 입수해 저인망식 수사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사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 정보가 수사 당국의 손에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언론인들은 취재원의 정보가 언제라도 노출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공포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이 확보한 통신 내역에 있는 수천 명의 통화 대상자 전화번호의 인적 사항은 법원의 허가와 영장 없이 수사 명목으로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이런 정보들은 단지 가입자의 인적 사항을 넘어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과도 연관돼 있다. 다른 개인 정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분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의 주장대로 단순히 신원 확인 차원의 조회를 넘어, 언론 사찰, 불법 사찰, 정치 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미디어 오늘]

 

이 처장은 이번 사태를 “오랫동안 지적돼왔으나 검경의 반대로 법원 통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이 함께 만들 어낸 위헌적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관련법 개정 필요성도 촉구했다. 그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선 오랫동안 이러한 행태를 지적해왔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21대 국회에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사후 통지만 도입하고 법원 통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검찰 혹은 수사 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를 막기 위해선 법원 통제와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도 “검찰, 국정원, 경찰 등은 수사 편의가 막힐 것 같으니 (법 개정에) 계속 반발하고 있다”며 “영장에 의해 이용자 정보를 제공받고, 검찰이 가져간 정보 기록을 법원이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