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각서 함구
각서에 3국의 독도 공동 활용 방안 담겼나?
윤석열 취임 후 동시다발로 터진 '독도 참사'
독도 인근의 일본 군사 활동에도 적극 '협조'
서울지하철역·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제거
독도 방어훈련, 명칭 변경·규모 축소·비공개
윤석열 정권이 일제 과거사 지우기에 이어 독도 지우기 작업도 은밀히 추진해왔을 거란 그동안의 심증이 최근의 독도 조형물 철거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증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6곳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 중 5호선 광화문에선 지난 5월, 그리고 3호선 안국역과 2호선 잠실역에선 광복절을 앞둔 지난 12일과 8일에 각각 독도 조형물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앴다. 이들 독도 조형물을 '독도 수호' 의지를 천명한다는 취지에서 2009년 서울시의회의 건의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서울지하철역·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제거
독도 방어훈련, 명칭 변경·규모 축소·비공개
그런데도 서울시 교통공사는 몰래 조형물을 철거했다가 뒤늦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되면서 들통났다. 백호 사장은 "시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철거를 결정했다"고 해명하고 10월 독도의 날에 벽면 독도 조형물을 재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문제는 독도 조형물 제거가 서울 지하철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점이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의 6·25전쟁실 앞 복도에 설치돼 있던 독도 조형물도 지난 6월 초 남모르게 철거된 사실이 이번 지하철역 사건이 불거지면서 탄로 났기 때문이다. 독도 축소 모형인 이 조형물은 기념관이 기증받아 2012년경부터 전시해왔다. 전쟁기념관 측은 "조형물이 낡아서 수장고에 넣어 두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정권은 우리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방어훈련도 일본의 눈치를 보며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그것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그것도 '독도 방어훈련'이 아닌 '동해영토수호훈련'이란 모호한 명칭을 쓰고 있다. 일본을 의식해 이젠 '독도 방어훈련'도 안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1일에야 비공개로 시행했다.
군 "동해영토수호훈련"…'독도' 명칭 외면
김병주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하려는 건가"
군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동해상에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는 해군과 해경 함정이 참여했으며, 해병대 병력의 독도 상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정부 들어 독도방어훈련은 이번까지 포함해 다섯 번째이며,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엔 공군 전투기와 해병대 상륙 병력까지 동원하고 사전에 훈련 계획을 알리면서 공개적으로 비교적 큰 규모로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주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 발언을 통해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이러다 대한민국 지도에서도 독도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하려는 것인가? 친일 매국 정권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다는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할 수가 없다. 단 1mm도 양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 입은 잘도 틀어막으면서, 일본의 항의에는 항변 한마디 없다. 일본이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 항의하니, 대사 초치는커녕 오히려 숨어 훈련하고 있다. 우리 영토를 수호하는 군의 훈련을 왜 숨어서 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한 대변인은 "친일 인사를 기용하며 독립유공자를 탄압하고, 일본 과거사를 덮어 주는 것도 모자라 독도마저 지우려 하고 있다"며 "국민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 공세'는 치밀하고 전략적
윤 정권에 '독도 수호' 의지 찾기 어려워
독도 조형물 철거와 수세적 독도방어훈련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들이 그동안 윤 정권의 독도 문제 관련 각종 '참사'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윤 정권 들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권의 '독도는 일본 땅' 공세는 명확한 목표 아래 매우 전략적이고 치밀하며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윤 정권의 '독도 수호' 의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일본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의도적' 실수란 얘기마저 나온다.
기시다 정권은 그동안 △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로 최초 명시(2022년 12월 16일) △ 도쿄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 제기(2023년 3월 16일, 윤 정부 부인) △ 일본 외무상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방문(2024년 1월 11일)과 정기국회 연설에서 '독도 일본 땅' 주장(1월 30일) △ 리우데자네이루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독도는 일본 땅' 공식화(2월 21일) 등과 같이 차근차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해마다 발간하는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이어가고 있음는 물론이다.
윤석열 취임 후 동시다발로 터진 '독도 참사'
독도 인근의 일본 군사 활동에도 적극 '협조'
당연히 강하게 맞대응을 했어야 할 윤 정권은 그야말로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지난해 말 군장병 정신전력 교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이 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기술하고 11장의 한반도 지도 중 단 한 곳에서도 독도를 표기하지 않아 큰 파문을 불렀다. 외교부도 다를 바 없다. 해외여행과 관련한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외교부의 '해외 안전여행' 사이트에 독도를 '재외(在外)공관'으로 표시해 '다른 나라 땅'이란 오해를 불렀다. 행전안전부 또한 지난 5월 민방위 교육 영상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윤 정부는 독도 인근에서 일본의 군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론 △ 독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함 도발 대비 명분의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2002년 9월) △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일 연합 미사일방어 훈련(2002년 10월) △ 독도 해상에 일제의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전함 출현 등이 있다. 특히 2023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의 날'인 2월 22일에는 한국 해군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해도에 맞춰 독도 인근에서 미국, 일본 해상전력과 함께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이는 '망동'을 벌여 거센 비판을 불렀다.
오죽하면 윤석열-기시다 '독도 밀약' 의혹도
촛불행동 "독도를 아예 공동작전 구역화하나"
독도와 관련해 윤 정권의 '수상스러운' 행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급기야 윤석열-기시다 '독도 밀약' 의혹마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촛불행동은 22일 '국회는 한일간 '독도 밀약'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란 논평을 통해 독도 조형물 철거와 축소된 비공개 독도 방어훈련과 관련해 "독도 팔아넘기기 작전이 수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촛불행동은 "1단계로 한국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독도 표시나 설치물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독도 방어훈련도 소규모로 몰래 하는 판에 이후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한일 군사훈련을 보다 강화하다가 독도를 아예 공동작전 구역화하면서 일본에게 넘길 계획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28일 도쿄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 각서(MOC)를 체결한 것과 맞물려 일각에선 '독도 공동작전 구역' 현실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각서의 핵심은 3국 간 실시간 군사정보 공유와 정기적인 연합군사훈련 등의 안보군사협력의 제도화다. 그러나 문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한·미·일 3국이 이 각서의 세부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각서 함구
각서에 3국의 독도 공동 활용 방안 담겼나?
그 바람에 혹시 각서 안에 3국의 공동작전 구역화 등 독도의 공동 활용 방안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독도는 일본군이 러일전쟁 중인 1905년 강제로 점령해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뒤 러시아 함대를 궤멸시키기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했던 만큼 독도의 군사 전략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미·일은 이 각서의 내용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총리가 9월 초 방한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성사될 듯하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는 퇴임 전에 윤 대통령을 만나 한일관계 개선 과정 점검과 지속적인 안보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확인하길 원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고 한일, 한미일의 군사동맹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차기 일본 정부도 힘껏 도와달라고 당부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을사년인 202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년을 맞이해 내놓을 가능성이 큰 (가칭)'신(新) 한일관계 선언'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독도 문제,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협조, 상호군수지원협정, 상호 여권 면제 등과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촛불행동은 "독도는 역사의 섬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영토 자체다. 그걸 이렇게 포기해버리는 쪽으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수상한 움직임은 수상함을 넘어 국가변란에 해당한다"며 "국회는 독도 문제를 정면으로 내걸고 따져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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