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서 육사 31기 선배가 38기 후배에게…
안규백 "이런 시기에 계엄 검토라는 말이 나와요?"
김용현 청문회서 계엄 실행의지 두고 검증 이어져
추미애 "대통령실·국방부·방첩사까지 모두 충암고"
부승찬 "2017년과 비슷…777사령관도 충암 출신"
김용현 "지금 계엄한다면 국민도 군도 안 따를 것"
육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계엄과 관련해 100번이고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군에 검토를 시키라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이 북한과의 개전 가능성과 반국가세력 항전을 언급하고, 정치권에선 계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계엄 관련 언급이 계속해서 나오자,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이어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 전 장관과 "아주 친한 동기생"이라며 "계엄과 관련해서 수없이 이야기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군에서 계엄에 대해서 하도 (박근혜 탄핵으로) 시국이 시끄러우니까 검토한 것이지 그게 무슨 훈련도 아니"라며, 김 후보자를 향해 아직 후보자임에도 "장관님"이라고 호칭하며 "(계엄을) 검토하라고 시키라. 검토 100번 할 수 있다.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육사 31기 선배인 한 의원이 육사 후배인 김 후보자(38기)에게 계엄 검토를 공개적으로 부탁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이런 시기에 (계엄령) 검토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한 의원은 "뭐가 문제냐"고 맞섰다.
한 의원의 발언은 군에서 비상계획 차원에서 계엄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에 "제가 알기로는 최소한 2년에 한 번씩은 (계엄 계획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계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여당 국회의원이 공개된 청문회장에서 장관 후보자에게 계엄을 적극 검토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탄핵 등 국내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북한과의 국지도발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인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계엄 의심은 커지고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데, 이미 경찰을 통제하는 행안부 장관을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장관으로 채운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까지 충암고 출신으로 지명하면서 계엄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여기에 계엄 하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국군방첩사령관(옛 보안사령관, 기무사령관)까지 충암고 출신으로 채우면서 의심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군 안팎에선 여인형 현 방첩사령관을 계엄사령관 역할을 맡도록 차기 육군참모총장으로 진급시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엄을 100번이고 검토하라는 여당 의원의 언급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가 계엄 실행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검증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2016년 11월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계엄 문건을 처음 언급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항간에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가 그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령부, 수방사령부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충암고 학연, 육사 38기, 수방사 근무연을 중심으로 이른바 김용현의 3대 군벌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렇게 충암고 출신이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이 있었냐.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되는데 그 중에 (충암고 출신) 4명을 가지고 충암파, 충암파 하는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오후 질의에서 "계엄 관련해서 이야기하기는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동안 없었던 인사 시스템이 이뤄졌다. 우연이라 보기에는 황당한 경우다. 2017년 계엄 문건 당시와 인사 시스템적으로 너무 유사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 의원은 "합수단장(방첩사령관)부터 시작해서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행안부 장관, 국방부 장관, 777사령관 역시도 충암고 출신"이라며 "777사령부는 북한과 관련된 특수정보를 취급하지만 국내적으로 돌아섰을 때는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온 것처럼 통신을 전부 인터셉트(가로챔)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지적하고 검증하는 건 당연하다"며 "국회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런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는가.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는가. 안 따를 거 같다, 솔직히"라며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다고 생각한다.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과 언쟁을 벌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촛불혁명 당시 계엄도 구체적으로 몇 사단이 어디 위치하고 몇 사단이 어디 방어하고 액션 플랜(행동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그게 더 문제가 됐다"면서 "오늘 여야를 불문하고 계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냥 흘러나온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의원은 "(현재) 사회·정치적 분위기 흐름 자체가 촛불혁명 당시 여러가지 분위기(와 유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장관 후보자도 (의혹을)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확실하게 말하라"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확실히 (계엄을 건의할 생각이) 없다"며 재차 계엄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청문회 도중 김 후보자의 뒤를 이을 신임 경호처장에 충암고 출신인 이충호 전 제주경찰청장을 검토 중이라는 연합뉴스TV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윤 대통령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합수본부장을 맡을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충암고이고, 경호처장까지 충암고"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경호처장 인선과 관련한 보도로 논란이 되자, 이충호 전 청장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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