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에게 6일 저녁 보냈던 이메일 공개... 수사심의위 공정성 비판

 

▲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40814.

 

6일 저녁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전부 불기소' 권고 결론을 낸 가운데, 그 직후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은 전날(5일) 보냈던 것으로 "외관이나마 공정한 모양새를 취하라"는 고언이 핵심 내용이지만, 곳곳에 수위 높은 비판이 담겨 있다.

특히 "선배(이원석 검찰총장)가 윤 대통령은 물론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이름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어 선배와 한때 함께 근무했던 후배 검사로 멀리서 지켜보며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직격했다. 사법연수원 세 기수 차이인 이 총장(27기)과 임 부장검사(30기)는 200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검찰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온지 약 20분 후인 6일 오후 7시 43분께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결국 모든 게 예상대로 되었다"면서 "더 이상 실추될 검찰의 명예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참담하고 참혹하다. 역사는 오늘의 검찰을 그대로 기록할 것이고, 각자의 역할 역시 낱낱이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피의자 김건희 측은 물론 최재영 목사 측에게도 똑같이 발언기회를 주어 공정한 모양새를 당연히 갖출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어제 뒤늦게 알았다"면서 "정말 검찰 망하는구나 싶어 눈앞이 깜깜했다. 어제(5일) 급히 아래와 같은 메일을 이원석 총장에게 보내고, 메일 확인하라는 문자메시지를 같이 띄웠다. 오늘(6일) 아침 확인해 보니 읽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7시 20분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재판에 넘기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명품백 수수 관련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지 약 4개월 만에 김 여사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3일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예상대로 반전은 없었다. < 김종훈 기자 >

 

▲ 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및 학술대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아래는 임 부장검사가 이 총장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제 목: 임은정 검사입니다.

보낸사람: 임은정 2024-09-05 14:23

받는사람: 이원석

법무심의관실 근무 시절,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공판에 계속 관여했는데, 상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출하였다가 재판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수원지검 원대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더라"고 뿌듯하게 말하던 선배를 기억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랬던 선배가 왜 지금 이러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관련 해석 문제로 선배와 의견 충돌이 있었고, 법무자문위원회 간사로 인건비 수당을 법무심의관실 운영비로 빼돌리는데 선배가 이름을 빌려주는 등 검사가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내심하고 있었으니까요.

강직한 검사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그래서 유능하고 괜찮은 검사라고 다른 사람들도 속일 수 있는 검사라고, 저는 선배를 평가했지요. 그런 유능함으로 선배는 검사장을 달 거라고 생각했었고, 윤석열 대통령을 잘 따른 덕분으로 총장도 되셨네요.

선배는 윗사람 잘 모실 부하이지, 강직한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기대한 것이 없었습니다만, 선배가 윤 대통령은 물론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이름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어 선배와 한때 함께 근무했던 후배 검사로 멀리서 지켜보며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던 그때의 강직함을 이제라도 다시 발휘할 수 없을까요. 수심위에 피의자인 김건희 측만 참석하여 발언기회를 주고, 최재영 목사 측은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기사를 뒤늦게 접했습니다. 검찰을 위해서나, 참석할 수심위 위원들을 위해서나 공정한 외관을 취해야 하지 않습니까.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이제라도 검사답기 위해 노력하여 그런 총장이 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외관이나마 공정한 모양새를 취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