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차 촛불대행진…"정치검찰 해체, 김건희 구속"
강득구 "'탄핵의 밤' 막는 건 정권 부패 감추려는 것"
곧 이태원 2주기, 유가족 "정부 무슨 말 해도 못 믿어"
도심 행진으로 열기 고조…"탄핵 아니면 답 없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사건 무혐의 처분과 공천개입 의혹,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 표결에 부쳐진 '쌍특검법안'(김건희ㆍ채상병 특검법안)의 부결에 분노한 시민들이 5일 서울 도심에 모여 “윤건희(윤석열+김건희)를 탄핵하자” “대한민국 복원하자” “건희왕국 박살내자”고 외쳤다.
5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09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같은 시간에 100만 명이 몰린 ‘2024 서울세계 불꽃축제’가 열린 이날에도 85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촛불행동이 주최한 행진에 참여했다.
체감온도 섭씨 15도인 선선한 날씨에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행사가 시작된 오후 5시에 무대 앞은 이미 만석이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선창한 “김건희에게 충성하는 정치검찰 해체하라” “국정농단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반헌법세력 국힘당은 정신차려라” 등의 힘찬 구호와 함께 행사는 시작됐다.
배우 현서영 씨의 사자후로 본격적인 집회의 막이 올랐다. “윤건희 정권의 악행이 폭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황하고 보수층은 낯을 붉히고 있다. 이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윤건희 정권은 사과와 자중은 없고 정치 공작과 탄압을 하고 있다.” 현씨는 “지난 1일 서울 시내를 관통시킨 병력과 시가행진은 대국민 전쟁 선포다. 누가 봐도 전쟁 촉발이며 계엄을 미리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면서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김건희와 윤석열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여차하면 전쟁으로 여차하면 계엄으로 정권 위기 탈출을 꿈꾸고 있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김 공동대표도 “(현 정권 전에) 국군의 날 행사하는 것 봤냐. 군인을 위한다면 군인을 쉬게 해야 한다. 작년엔 조용히 이동시켰는데 올해는 대낮에 탱크를 이동시켰다. 계엄 연습을 한 것 아니냐”며 “어제 용산 집무실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중단하라고 시위한 대학생 4명이 잡혀갔다. 군·경찰이 총으로 학생을 때렸고, 여학생의 멱살을 잡고 폭언·폭행을 했다. 그야말로 계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쓰자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탄핵의밤’ 행사를 신청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나섰다. 강 의원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촛불행동 탄핵기금 후원자들을 위한 행사인 '탄핵의 밤'을 열도록 장소 대관을 주선한 자신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 탄핵의 밤을 열었다. 합법적인 절차였다"면서 "국민의 뜻이 김건희 정권 탄핵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외침을 두고 국민의힘은 헌법질서 파괴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국민의힘이 저를 제명해야 한다고 한다. 탄핵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탄핵의 밤’을 ‘광란의 밤놀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이 종북단체라고도 한다"며 "왜 이런 거짓말을 할까. 그건 김건희의 불법, 윤석열 정권의 무능, 김건희 공동 정권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오는 29일 2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인 고 최유진 씨 아버지 최정주 씨가 그 다음 발언에 나섰다. 그는 “벌써 두 번째 10월이다. 그 동안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런데 다시 10월이 되니 답답하고 회복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다. 몇 차례 조사와 국정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법률 책임만 운운했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그렇게 이태원 참사를 외면해 온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은 참사가 일어난 지 702일이 되는 날이었다. 702일 만에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1심 선고가 일어났고 모두 무죄였다. 이것이 2024년 대한민국이다. 윤석열 정부의 본심이자 민낯이다. 이들은 단 한번도 책임지지 않았다. 스스로를 보호하기에만 급급했다. 참사 대응에 실패했지만 아직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공직자이고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이 맞나. 박 구청장은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 원인을 희생자와 시민에게 돌렸다. 참사 이후 유가족이 회복하는 것도 방해했다. 참사를 기억해 달라. 이 정부가 무엇을 말해도 믿을 수 없다. 여러분과 끝까지 뜻을 함께 하겠다.”
최 씨의 발언이 끝난 뒤 가수 지민주 씨와 학생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청춘'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도심 행진이 시작됐다. 아이의 손을 잡고 참가한 부모, 머리가 하얀 노모를 모시고 온 딸,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나온 이들도 보였고 ,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촛불대행진에 참가했다.
행진에 참여한 한 시민은 기자에게 “나라가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며 “탄핵되지 않으면 답이 없다. 나라가 망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냐”고 했다. 그처럼 거리의 민심도 탄핵으로 기울고 있는 듯했다. 행진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시작했을 때는 날이 밝았는데 광화문광장에 도착하니 해가 졌다. 긴 행렬 때문에 불편을 겪었을,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 중에도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다음 제110회 촛불대행진은 오는 12일 시청역 쪽에서 열린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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