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 위한 가장 실효적 방안"
탄핵은 보수화한 헌법재판소 통과 못할 우려 높아
임기 2년 단축 개헌은 신속한 추진 등 여러 장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 통해 시민들이 직접 심판
5‧18 정신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도 포함
'87년 체제' 극복 위한 본격 개헌은 차기 정권서
"암담한 시국에 돌파구 만들려는 충정 받아주길"
"탄핵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 안 할 수 없어"
민주화와 인권 운동,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생을 힘써온 시민사회 원로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개헌에 나서자고 긴급 제안했다. 무능과 폭정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임기 단축 개헌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탄핵의 경우 여권의 필사적인 저항과 지루한 법리 논쟁, 그로 인한 사회적 분열 및 혼란이 예상되고 특히 보수화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짚었다. 반면 임기 단축 개헌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따라 이번엔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중심으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담고, 그밖에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사회 원로들은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 주관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정치권에서 공론을 모아 하루빨리 개헌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회견장에는 김상근 목사,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안재웅 전 한국기독교 민주화운동 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장임원 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KBS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올해 85세인 김상근 목사는 인사말에서 "국민 여러분, 정치인 여러분, 나라가 무척 혼란스럽다. 오늘 이 난국을 어찌 해야 할까 온 국민이 걱정한다"며 "저희도 걱정하고 숙고해 왔다. 저희는 지난 엄혹한 시기 인권, 민주화, 남북 화해를 위해 함께 해왔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이 많아져서 일선 활동을 못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 없어 오늘 국민 여러분께,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진중하게 제안을 하고자 한다"면서 "길지 않게, 그러나 깊이 숙의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8년 전 국정농단으로 탄핵받았던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더 낮다"면서 "이미 윤석열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심리적 탄핵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이 더 이상 나라를 망치기 전에 하루속히 종식돼야 하지만 법, 제도적 규범과 정치권의 상황은 이것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로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채 나라를 망가뜨리면서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현실에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시냐"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으로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이 암담한 시국에 작은 돌파구라도 만들어 보려는 저희들의 충정으로 오늘 이 제안을 내놓으니 받아들여주시기를 간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선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고 여권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예상되므로 조기 퇴진의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실현시키는 데는 ▲임기 단축 개헌을 신속하게 종결한다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한다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헌법 개정으로 정리한다.
둘째,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본문에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에 관한 내용을 담는다.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규정을 둔다.
셋째,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부족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7공화국의 새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돼야 한다.
이들은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의 장점으로 ▲지루한 법리 논쟁이 필요하지 않고 신속한 절차가 가능하다 ▲110일 이내에 국민투표까지 거쳐 확정할 수 있다 ▲탄핵 제도에서 소외될 수 있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심판하게 된다 ▲탄핵을 할 때와 달리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하다 ▲탄핵을 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가 가능하고 여권과의 타협도 가능해진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들은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저희들이 토론을 통해 정리해 보았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현실을 타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국민들께서 전쟁 불안, 경제 위기,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임기 단축 개헌 제안자는 총 24명으로 명단은 다음과 같다.
권영길(초대 민주노총 위원장), 김상근(목사), 김중배(전 MBC 사장),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송기인(신부), 신낙균(전 문화관광부 장관),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신홍범(전 조선투위 위원장), 안재웅(목사‧전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염무웅(문학평론가),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이부영(전 전교조 위원장), 이선종(원불교 교무), 이우재(매헌 윤봉길기념사업회 명예회장), 이창복(전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이해동(목사),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장임원(전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의장), 정성헌(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청화(스님), 최병모(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 함세웅(신부),황석영(작가)
■ 사회원로 기자회견문 전문
<윤석열 정권 조기종식을 위한 임기 2년 단축 개헌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채, 나라를 망가뜨리면서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현실에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우십니까. 국민 여러분의 은혜 덕택에 살아온 저희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 저희 나름의 제안을 드립니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으로 시작된 검찰 독재는 무지 무책임 무대책의 폭주 끝에, 남북대결을 넘어 국제전쟁에 참여하여 국내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무모한 자살적 안보외교정책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외교역 역조로 무역적자가 폭증하고 대기업들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고용감축, 중소기업들의 도산, 서민경제의 마비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통령 부부와 주변세력의 예산낭비, 부정부패, 권력남용, 특히 의료대란 피해 등 정책실패가 걷잡을 수 없이 드러나는데도 저들은 전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낯 두꺼운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으로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이 암담한 시국에 작은 돌파구라도 만들어 보려는 저희들의 충정으로 오늘 이 제안을 내놓으니 받아들여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아래와 같이 저희들의 제안을 정리하겠습니다.
1. 국민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치권이 제대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습니다.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고 여권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예상되므로 조기퇴진의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실현시키는 데는 "가. 임기단축 개헌을 신속하게 종결한다 나,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직접 심판한다"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3. 임기 2년 단축 헌법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헌법개정으로 정리해야겠습니다.
둘째,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와 함께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한다는 규정을 두기로 합니다.
셋째,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부족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7공화국의 새 시대를 여는 본격적인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책임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4. 임기단축 헌법개정의 장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루한 법리논쟁이 필요하지 않고 신속한 절차가 가능합니다. 110일 이내에 국민투표까지 거쳐 확정될 수 있습니다. 탄핵제도에서 소외될 수 있는 국민이 참여하여 직접 심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탄핵의 경우와 달리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합니다. 탄핵의 경우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연대가 훨씬 더 가능하고, 여권과의 타협도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국민 여러분께서 우려하고 계신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저희들의 토론을 통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현실을 타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에서 진지한 검토와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국민들께서 전쟁불안, 경제위기,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나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아침햇발] 이대로면 식물 대통령, 자진사퇴, 탄핵뿐이다
황준범 | 논설위원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단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거북하지 않은 정국이다. 3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공천관리위에 김영선이 경선 때 열심히 뛰었으니까 (공천) 좀 해주라고 했다”고 말하는 육성이 공개돼 사람들이 ‘이러다 탄핵인가’ 또 술렁였다.
조국혁신당은 앞장서 “탄핵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대표는 서울 서초동 대통령 탄핵 집회(10월26일)에 3000여명이 참석한 것을 언급하면서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지금 오동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락은 다르지만 여당에서도 탄핵 언급이 잦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30일 ‘보수의 혁신과 통합’ 토론회에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2016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똑같다. 데자뷔,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8년 전 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해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는데, 지금의 여권 분열 또한 탄핵을 부를 수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정치 원로나 논객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점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을 비교연구한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탄핵 결정요인 분석’ 논문에서 ‘여당 분열’ 등 몇 가지를 탄핵 요인으로 꼽았다. 지금 여권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회복불가의 관계이고, 당은 친윤 대 친한 갈등으로 살얼음판이다. 여당이 직전 총선에서 패배해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라는 점도 8년 전과 지금의 공통점이다. 이런 구도일수록 ‘대통령 리더십’이 잘 발휘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의회를 적대시하고 대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탄핵소추에 취약해진다. ‘대통령 인기’ 측면에서 윤 대통령도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높다. ‘스캔들’이 탄핵 촉발의 중요 요소인데, 명태균씨를 고리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추가되면서 파문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차이점이 있다. 8년 전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확인된 뒤 탄핵소추와 심판이 이뤄졌다. 반면, 지금은 검찰 등 사정기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철통같이 보호해주고 있어, 수사 결과로 나온 게 아직 없다. 시민들의 분노도 아직은 8년 전처럼 거리의 대규모 촛불로 불붙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탄핵으로 보수가 궤멸하고 정권을 내준 기억이 또렷한 여당이 또다시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다.
이 모든 게 다 ‘아직은’ 그렇다는 얘기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을 일상화된 ‘임기단축 또는 탄핵 얘기들’에 둘러싸인 채 보낼 건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남은 길은 ①식물대통령 ②자진사퇴 ③탄핵이다.
윤 대통령이 적당한 땜질과 시간끌기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식물대통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이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말해도 공허하게 들리고, 비상한 외교·안보 상황에서 내놓는 발언에도 100%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조롱거리가 되고, 국정 동력은 실종되고, 국민들은 계속 스트레스 받는 2년 반이라면, 끔찍하지 않나.
식물대통령 상태에서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다면,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자진사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마저도 거부한다면 민심의 폭발로 탄핵의 길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식물대통령, 자진사퇴, 탄핵 모두 국가적 불행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한 국정 전면 쇄신 밖에 답이 없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이 볼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는 기본이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길이다. 문제될 게 없다면,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정부가 이 위기에 이를 때까지 대통령과 그 배우자 옆에서 곁불만 즐긴 참모와 공직자들도 바꿔야 한다. 2년 반은 그냥저냥 참아내기에 너무 긴 시간이지만, 새출발하기에도 아직은 늦지 않은 시간이다. < 한겨레 황준범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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