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에서 기상천외, 국민 우롱 답변
"대통령은 연락 끊었는데, 전화 와서 받은 것"
녹취록 전체 공개하자는 질문엔…묵묵부답으로
"선거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김건희 명과 연락"
지지율 질문에 정진석 "개혁신당이나 신경 써"
강혜경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1일 국회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제 밝혀진 명태균 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녹취록에 대해 '덕담'이었을 뿐이란 기상천외한 답변을 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윤석열 정권의 충실한 방탄이라고 칭할 만했다.
특히 국감에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해 논란이 된 2022년 5월 9일 윤석열-명태균 통화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윤석열 대통령 :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 진짜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질의를 통해 "(어제) 명 씨와 대통령의 육성 파일을 들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경선 이후(2021년 10월 8일) 명 씨와 윤 대통령이 문자를 주고받은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 (경선 이후 통화 내용이 나오니) 대통령실 입장이 녹취록 공개 이후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은 경선 이후 윤 대통령과 명 씨가 교류하거나 접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게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이 "대통령실 대응이 국민에게 진실됐다고 생각하냐"고 하니 정 비서실장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비서실장은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면 될까"라는 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질문엔 답변을 회피했다.
'대통령실이 잘못된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질문에도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않냐"며 "취임식 전날 온 전화를 어떻게 다 기억하냐. 대통령실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으니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5월 9일 통화 내용을 두고도 '당시 윤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보고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을 보면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하지 않겠냐"고 따졌다.
정 비서실장은 이에 적반하장으로 "거짓말로 단정 짓지 마라"면서 "이 의원의 개인적인 관점이다. 선거는 여러 사람이 도와주기도 하고 민원도 있는데, 그 정도의 덕담"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재차 "김건희 씨와 명 씨의 카톡을 보면, 곧 대통령 부인이 될 김건희 씨가 명 씨를 보고 '가장 탁월하다'며 굽신거리기도 한다"고 몰아붙이자, 정 비서실장은 "작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아부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비웃었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악의적'이고 '음해성'이 있다고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정 비서실장은 김건희 씨의 국정 개입을 두고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추궁하자, "가정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안 하는 사람이라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선거에서 윤 대통령 가족들은 윤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는 게 당연하다"며 "윤 대통령은 명 씨와 연을 끊었는데 (김건희) 여사가 그렇게 못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여사가 권력형 비리가 있으면 사법처리하면 된다"며 "그러나 정치권이나 야권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의도적인 문제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20%선이 붕괴된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대통령실의 답변을 보면 지지도가 60% 정도는 되는 줄 알겠다"며 "대통령실이 이렇게 하니 지지율이 19%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천 의원이 명 씨를 더 잘 알지 않냐.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신경 쓰라"며 "사과할 일 아니"라고 답해 국정감사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정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윤 대통령과 명 씨가 통화한 것은 축하 전화를 피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한 것 뿐이라고 했다. 반면, 내부신고자 강혜경 씨는 "명 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김건희 씨와 쭉 연락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가 고성을 주고 받으며 대립해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김건희 씨와 명태균 씨를 강제로 구인하기 위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도 여야가 극한으로 대립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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