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장학사가 시국선언…"시대정신 필요할 때"

● COREA 2024. 11. 8. 12: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광국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인터뷰

 

"부정한 권력 비판하는 건 행동하는 양심"

"현직 교원, 장학사 목소리 내기 어렵지만…

현직 교육자 시국선언 릴레이 이어지기를"

"지난해 현직 교원 50여 명 시국선언 준비"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2.17. 연합
 

8일 교육청 소속 현직 장학사가 윤석열 퇴진 1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퇴직 교사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교육 당국자 첫 사례다. 인천 북부교육청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 이광국 씨(49)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낸 시국선언문(☞전문)을 통해 "하야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직무정지든, 당선무효든 대통령 퇴진은 이제 대한민국 민심의 기본값이 됐다"며 "새로운 사회와 교육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경제·외교·안보·교육·문화 등 전 사회를 아우르는 일국의 지도자가 이렇게 부정, 부패, 비리, 무능이 끊임없이 계속되는데도 여전히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곧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다름없다"며 "비록 힘없는 한 명의 교육자이지만, 어둡다 못해 블랙홀과도 같은 이 시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또한 시대의 스승으로서 교육자가 해야 할 책무이자 아주 작은 교육적 노력"이라고 했다.

이광국 씨는 <민들레>와 인터뷰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며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며, 자신의 '1인 시국선언'이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에 대한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광국 인천광역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다음은 이광국 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퇴직 교육자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시국선언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각오로 한 것인가?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문학작품에서 접하는 5·18, 4·3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고 감동한다면, 그 이야기가 비슷한 맥락으로 내 삶에 닥쳤을 때 그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행동하는 것도 문학을 일상으로 내면화하는 작품 감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폭력에 침묵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느꼈다면 직장 또는 사회 등 지금 내가 처한 삶에서는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 가족이나 친구, 동료 교원 등 주변의 반응은?

"걱정스런 눈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취지에 대해서만큼은 내 주변 사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실제 작년 강제동원 제3자 배상안 및 양회동 열사가 돌아가신 이후에 한 50여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시국선언을 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실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전쟁 위기다. 나는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군인으로서 전쟁을 경험했다. 작금의 현실은 탁상의 정치공학마저 팽개친 것 같아서 더 걱정이지만,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위정자들이 즉흥적인 말 한마디나 탁상행정 등으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교육자로서 교육에 있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한다면.

"역설적으로 교육문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만 비판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즉 교육 문제의 본질인 입시경쟁교육에 관해 그 어떤 정부도 괄목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킬러문항이나 사교육 카르텔 발언, 의대 정원 관련 사태 초래 등으로 인해 입시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학교 현실을 도외시한 교원정원 감축 및 AI디지털 교과서 강행,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미숙한 교육 정책 추진과 반역사적 인식 등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는 않는지.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거의 대부분 확보되고 있고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또 전쟁 위기를 초래하고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 주변 동료 교원 또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년부터 시국선언을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는 두 측면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어' 또는 '네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곧 바뀔거야' 그럴 때마다 5·18 당시 전남도청을 죽음으로 지켰던 시민군을 떠올린다. 그것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슬픔이지만, 그 죽음이 지금의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그것이 길이면 가고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라는 공자의 말의 의미에 평상시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성패 여부는 그에 따르는 그림자일 뿐이라 생각한다." 

- 그 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이 <1인 시국선언>으로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이 이어지기를 제안하고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플랫폼이 되어 많은 현직 교육자들이 이어서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