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국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인터뷰
"부정한 권력 비판하는 건 행동하는 양심"
"현직 교원, 장학사 목소리 내기 어렵지만…
현직 교육자 시국선언 릴레이 이어지기를"
"지난해 현직 교원 50여 명 시국선언 준비"
8일 교육청 소속 현직 장학사가 윤석열 퇴진 1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퇴직 교사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교육 당국자 첫 사례다. 인천 북부교육청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 이광국 씨(49)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낸 시국선언문(☞전문)을 통해 "하야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직무정지든, 당선무효든 대통령 퇴진은 이제 대한민국 민심의 기본값이 됐다"며 "새로운 사회와 교육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경제·외교·안보·교육·문화 등 전 사회를 아우르는 일국의 지도자가 이렇게 부정, 부패, 비리, 무능이 끊임없이 계속되는데도 여전히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곧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다름없다"며 "비록 힘없는 한 명의 교육자이지만, 어둡다 못해 블랙홀과도 같은 이 시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또한 시대의 스승으로서 교육자가 해야 할 책무이자 아주 작은 교육적 노력"이라고 했다.
이광국 씨는 <민들레>와 인터뷰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며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며, 자신의 '1인 시국선언'이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에 대한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광국 인천광역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다음은 이광국 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퇴직 교육자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시국선언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각오로 한 것인가?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문학작품에서 접하는 5·18, 4·3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고 감동한다면, 그 이야기가 비슷한 맥락으로 내 삶에 닥쳤을 때 그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행동하는 것도 문학을 일상으로 내면화하는 작품 감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폭력에 침묵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느꼈다면 직장 또는 사회 등 지금 내가 처한 삶에서는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 가족이나 친구, 동료 교원 등 주변의 반응은?
"걱정스런 눈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취지에 대해서만큼은 내 주변 사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실제 작년 강제동원 제3자 배상안 및 양회동 열사가 돌아가신 이후에 한 50여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시국선언을 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실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전쟁 위기다. 나는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군인으로서 전쟁을 경험했다. 작금의 현실은 탁상의 정치공학마저 팽개친 것 같아서 더 걱정이지만,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위정자들이 즉흥적인 말 한마디나 탁상행정 등으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교육자로서 교육에 있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한다면.
"역설적으로 교육문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만 비판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즉 교육 문제의 본질인 입시경쟁교육에 관해 그 어떤 정부도 괄목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킬러문항이나 사교육 카르텔 발언, 의대 정원 관련 사태 초래 등으로 인해 입시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학교 현실을 도외시한 교원정원 감축 및 AI디지털 교과서 강행,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미숙한 교육 정책 추진과 반역사적 인식 등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는 않는지.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거의 대부분 확보되고 있고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또 전쟁 위기를 초래하고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 주변 동료 교원 또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년부터 시국선언을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는 두 측면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어' 또는 '네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곧 바뀔거야' 그럴 때마다 5·18 당시 전남도청을 죽음으로 지켰던 시민군을 떠올린다. 그것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슬픔이지만, 그 죽음이 지금의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그것이 길이면 가고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라는 공자의 말의 의미에 평상시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성패 여부는 그에 따르는 그림자일 뿐이라 생각한다."
- 그 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이 <1인 시국선언>으로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이 이어지기를 제안하고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플랫폼이 되어 많은 현직 교육자들이 이어서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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