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통령에 그 기자들' 또 다시 보여준 기자회견

"대통령직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 봤나" 물었어야
"어느 나라, 어느 때를 살고 있는가" 질문 던졌어야

 

윤석열은 ‘윤석열다웠다’. 거짓 변명과 자화자찬,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윤석열스러움'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오히려 더욱 심해졌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기자들은 기자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자들은 여전히 공손했고, 차마 물어서는 안 될 실례의 질문을 감히 던져서 황송하다는 듯 대통령 앞에서 그지없이 조심스러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라는 이름의 변명과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동안 대부분의 기자들은 마치 도열한 가신들처럼 임했다. '그 대통령에 그 기자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가진 기자회견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정 운영을 설명하고,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으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를 설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견은 '열었다'기보다는 '열 수밖에 없었던' 회견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나 기자들에게서 그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느 기자는 “대통령이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정 혼란과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특검 수용도 거부한 그가 과연 사과를 하기는 한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7 연합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을 넘어서 국민 대다수의 심경을 대변한 것으로 보이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논평 중 "윤 대통령이 마지막 남은 참회의 기회마저도 걷어찬 것"이라는 지적처럼 대통령은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렸다.

“거짓 변명과 선동만이 난무한 윤석열 대통령의 맹탕 기자회견은 국민을 바보로 본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회견에서 국민을 '바보'로 본 것은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이었다. 대통령과 기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가 됐다.

어느 시민은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기자들의 질문, 두루뭉실한, 핵심을 벗어난, 후속 질문이 없는, 하나 마나 한 질문들"이었다면서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께 하는 질문도 이 수준은 아닐 듯하다"고 평했다.

이날 나왔어야 할 질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고 했다. 탄핵과 퇴진의 갈림길에서 임기 완수 결심을 드러내면서 "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중요한 거는 초심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에게 물었어야 할 것은 과연 그 ‘초심’이 무엇이었는가, 라는 것이었다. 그보다도 '초심'이 애초에 있긴 있었는가를 물었어야 했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3억원 을 편취한 것이나 300만 원의 명품백을 받는 동영상도 국민들이 봤고, 대통령과 김 씨가 명태균과 주고받은 문자와 카톡, 그리고 음성도 공개됐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선동이며 인권유린이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자신의 입으로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번에는 특검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삼권분립 위반이며, 이미 수사가 진행된 사안을 정치적으로 과장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우리나라의 반부패 및 검찰개혁의 성과인 특검 제도를 깎아내린 것이다. 이같은 법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그가 대체 법률가 출신이 맞는지 기자들은 질문했어야 한다.

"대통령 취임했을 때 나라 상황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모든 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국무위원 중에는 경제 정통하신 분인데 자칫하면 나라 망한다고 했다. 과연 이 정부가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절박한 심정이었고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는 대목이나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대담함'을 넘어 '무모한' 주장에 대해 나왔어야 할 질문은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어느 때를 살고 있는가"라는 것이었어야 했다.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했고, 탄핵 찬성 여론은 69%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내 갈 길을 묵묵히 간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을 들으려는 의지 자체가 있기는 한가, 라고 기자들은 물었어야 했다.

"(나를 비방하는 피켓을 들면서) 국회에 오라는 것은 국민들 앞에서 무릎꿇고 망신을 주겠다는 거다. 이건 정치를 죽이겠다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치를 죽이지 말라"는 그에게 과연 지난 2년 반 동안 '정치'를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라고 물었어야 했다.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늘 걱정이 많은 자리다"면서 "그렇지만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국가와 국민의 민생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보람에 힘든지 모르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임기 반환점까지 왔으며, 2년 반 동안 국민에게 맡기신 일을 어떻게든 잘해내기 위해서 쉬지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몸이 부서질 정도'로, 쉬지 않고 해 온 일이 국정이었는지, 다른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기자는 없었는가.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불찰이고 부덕 때문이다"라고, "국정의 책임자가 사과를 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 대해 과연 '부끄러움'을 아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고까지는 지적하지 않겠다. 다만 반드시 던졌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신은 대통령직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해, 단 한 시간이라도, 단 10분간이라도 생각해 봤는가"라는 질문이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