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김영선 대 강혜경 지저분한 돈 싸움’ 프레임 변질시도”
검찰 "검찰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명태균(54)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명태균씨는 9일 창원지검에 출석해 오전 10시께부터 밤 10시20분께까지 12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명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월5일, 11월8일에 이어 세번째이다. 세번째 조사를 마친 직후 명씨 변호인은 “오늘로 조사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명씨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사건 아니냐? 그렇다면 나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자금법과 관련해서 나한테 돈이 단 한푼이라도 흘러온 게 있는지 조사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허위 보도, 가짜 뉴스를 갖고 내가 조사를 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언제까지 연락했는지,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대통령 부부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을 취재진이 묻자, 명씨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대통령하고 여사하고 나눈 가십거리가 그렇게 중요하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두번째 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명씨는 “이 사건은 돈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된다. 나는 단돈 1원도 받은 것이 없다”라며, 언론의 관심을 정치자금법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명씨는 또 조사를 받고 나와서 “국민 누구나 추천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 창원국가산단도 내가 창원시에 제안했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문제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명씨 주장처럼, 공식적으로 현재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한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했다. 또 선거자금 회계처리의 문제점을 발견해 지난 7월 김영선 전 의원과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에 맞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이때까지 검찰이 명씨를 불러서 조사한 것은 지난 2월5일 1차례가 전부였다. 창원지검은 애초 이 사건을 검사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언론 보도가 시작된 지난 9월에야 형사4부(부장 김호경)로 사건을 넘기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명씨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 9월30일에야 처음 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 직전까지 사건을 묵혀둔 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남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뿐인데,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정치자금법과 관련, 명씨는 2022년 6월 대구·경북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배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로부터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25차례에 걸쳐 967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직접 연결된 부분을 찾기 어려운 혐의들이다.
지난달 21일 강혜경씨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3억7천만원을 들여서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고, 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거론되는 돈 모두가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이 대통령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말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명씨한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고 “누구 공천해 주라는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라며 “제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강혜경씨의 변론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사인의 국정농단과 선거부정이다”라며 “그런데 명태균씨가 자꾸 돈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것은 돈 문제로 축소시켜야 ‘명태균·김영선 대 강혜경의 지저분한 돈 싸움’으로 프레임이 변질되고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서 진실 발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참고하고 있다. 충분히 의심할만한 부분도 있고,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다”라며 “하지만 검찰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또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이다. 일단 그 범위 안에서 조사한다”라며 “하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텔레그램 같은 것들에게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으면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당연히 수사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는 못하지만,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위법 사항 중에 정치자금법 위반 등과 연관되는 것이 있으면 기소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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