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조약 비준한 뒤 양쪽이 비준서 교환하면 효력 발생

 
 

 

지난 6월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다. 평양/로이터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9일(현지시각) 서명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북러 조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러시아 상원(연방평의회)이 만장일치 가결로 조약을 비준하고 사흘 뒤 푸틴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끝난 것이다. 북한도 조약을 비준한 뒤 양쪽이 비준서를 교환하면 효력이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북한은 조약 비준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9일 푸틴 대통령이 방북해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조약은 모두 2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두 지도자가 직접 조약을 맺은 이상 실제 발효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러 조약의 핵심 조항은 북한과 러시아 중 한 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원조 등을 제공하도록 한 4조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원의 비준 다음날인 7일 조약 4조를 언급하며 북한과 합동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조약이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윤곽을 명시했다는 점과 함께 “역내 안정의 신호”라며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소비에트연방 시절 이후 만료된 조약과 비교하면 사실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말한 소비에트 시절 조약은 지금은 폐기된 1961년 조-소 동맹 조약으로, 유사시 군사 자동개입 조항이 포함돼 있다. 다만 올해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에서 군사개입은 “유엔 헌장 51조와 북한·러시아 법에 준하여” 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이 붙었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북한군 1만여명이 러시아로 이동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조약 발효 절차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러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지난달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당 조약에 북한이 전투 경험을 얻기 위해 1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는 비밀조항이 포함돼 있다고도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을 공개한 뒤인 지난달 25일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조약 4조를 언급하고 “우리가 조항 내에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1만명 가량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점령지가 있는 러시아 본토 쿠르크스에 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파병 등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재래식 무기 뿐 아니라 미사일 유도 시스템이나 레이더 기술, 핵잠수함 음향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발간한 보고서 ‘푸틴의 파트너’는 러시아 기술 이전의 우려와 함께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 북한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경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 한겨레  베를린 장예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