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1차 조사 받은 뒤 태도 돌변 '안하무인'

검찰 영장 청구…명 씨 주장대로 정자법만 적용


"국민의 한 명으로 의원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냐"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 퍼나른 방송들이 십상시"
질문하는 기자 향해 "당신 조심해! 고소할 거야!"

2022년엔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
"여사하고 대통령 녹음 없었으면 어쩔 뻔했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8. 연합
 

명태균 씨의 말과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달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하야까지 가능하다'고 장담했던 명 씨가 말을 바꾸면서 '공천 개입'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축소됐다. 검찰 1차 조사 전 보였던 명 씨의 태도는 조사를 받은 이후 180도 변했다. 용산의 입김 탓으로 추정되지만, 명 씨가 숨을 곳은 없어 보인다. 자신이 했던 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명 씨는 지난주 창원지방검찰청에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지난 8일 오전 명 씨는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명 씨는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제가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이 사건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된다.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곤 서둘러 창원지검으로 들어갔다.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던 그의 태도는 1차 조사가 끝난 뒤 변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음성이 들어가 있는 녹취록을 부인했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맹비난했다. 명 씨는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이라며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를 퍼 나르는 방송과 방송 패널들이 우리 시대 '십상시'다. 언론은 국민들이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사건은 거짓의 산이 2개 있다"며 "뉴스토마토의 거짓 뉴스, 강혜경의 거짓이다. 이것은 조사를 받으면 하나씩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1차 조사를 받은 이후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됐다. 본인 스스로 국민들에게 떳떳하지 않다던 모습은 사라졌다. 

2차 검찰 조사 이후 명 씨는 안하무인이 됐다. 윤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 녹취록은 단순한 가십거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김영선 전 의원을 추천했을 뿐이었다. 김 전 의원이 자신에게 빌린 돈을 세비로 받은 것 외에 ‘받은 돈이 없으니, 계좌를 추척하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강 씨와의 대화는 '너스레를 떤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한 기자가 "신용불량자여서 현금으로 받은 것 아니냐"고 하자 명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며 "당신 언론사 어디야? 가짜뉴스만 보도하는 곳이잖아!"라고 횡설수설 윽박질렀고 기자를 향해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질문"이라며 화를 내면서 차를 탔지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두고 도망치는 꼴이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
 

명 씨는 여태까지 나온 녹취록을 모두 부정하면서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대선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축소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수사 대상에서 빠진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명 씨, 강 씨, 김태열 씨, 김 전 의원이 수사 대상이 된다. 

명 씨의 주장에 부응하듯, 창원지검은 11일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 지역사무실 총괄본부장인 명 씨, 제8회 동시지방선거 고령군수 예비후보자와 대구시의원 예비후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 씨의 말에 대항해 유튜브 채널 <스픽스> 전계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채널에 명 씨와 강 씨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은 2022년 7월 중순 통화 내역으로,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달 지난 시점이다.

명태균 : 김영선이 가장 나쁜 게 뭔 줄 아나. 그런 부분이 터질 거라고 그때 다 ○○○에게 물어봐. 그 여자 나한테 나가라 했다. 그 ○○○ 들어오기로 했다고. 장동화 의창 출마했으면 김영선이가 있나? 나는 ○○○한테 다 설명 다 해줬어. 비용도 안 주고 쓴 것도 안 주고. 이제 와서 이야기 다 하고 열 번 스무 번도 넘게 했다. 지가 뿌린 씨앗인데. 지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수없이 얘기하면 뭐 하노. 이제 와서 내보고 잘못했데. 업무분장까지 시켜놓고 내 나갔어.

김영선이 나보고 나가라 하데. 거기 박완수가 명당 자리라고 해서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준 거야. 아침부터 전화 와서 전부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데. 사람이 그 양심이 있어야지. 인간이 아무리 그래도 ‘미안하다’고 내가 이야기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다든지. 그저 이 ○○○ 물어봐라. 자기가 말을 들어 처먹은 건가? 나한테 약속 안 했나? 6선 갈 때까지 시키면 시킨다고 하겠다고? 진짜 그 알량한 자존심에 당선 딱 되니 눈깔이 돌아 가지고 나한테 딱 태클 걸데.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다더라. 어? 나 쫓아내려고. (내가) 공천을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대.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 녹음 없었으면 그 어쩔 뻔했노. 알았어요. 그거 하면 다 죽어 알겠어? 

명태균 : 김영선 그거 사람 안 돼요. 내가 지 그 김건희하고 윤석열이 하고 김종인 만날 때 아무도 연락하면 안 돼. 아무도 연락하지 말고 아무도 말하면 안 돼. 김건희한테 내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하고. 우리 누나 이제 바깥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리는데. 

김건희가 놀라 자빠졌는데. 응, 그걸 데리고 와서 소개한 선배예요. 김건희가 전화가 와서 내 말고 다 터졌잖아. 지금 언론에 다 터져서 김건희가 쫄아가지고. 

김건희가 김영선한테 명태균이가 김건희 팔고 다니냐고 물어본 거야. 정상적인 사람이면 뭐라고 해야 하노? '명 선생님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런데 김영선이는 뭐라 하는 줄 압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김건희하고 그거 할 것도 없고. 김영선이가 나한테 약속한 거는 이 년 동안 시킨 대로 하기로 했는데. 서울은 당신(김영선)이 알아서 하고, 여기는 내(명태균)가 하기로 했어. 아니, 애들이 모자라서 내가 직접 해서 이렇게 해서 만들어서 재선 해야겠다고. 지가 그거 맡아 달라고. 

그거 미친년이에요. 그거는 어떻게 김건희하고 윤석열이 듣는데 '아닙니다. 명 사장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내가 지한테 한 게 얼만데 내가 김건희 앞에서 울었어요. 우리 애까지 팔았어요. 그것 때문에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고. 그거 어떻게 들통날까 하고. 그 사람이 안 하는데. 그럼 김건희가 나한테 믿음이 없어서 물어봤겠어요? 어려울 때 되면 무조건 빠져나갈 생각밖에 안 해. 

스픽스 전계완 대표가 지난 10일 '충격 증언! 김건희 공천 개입. "xx 같은 김영선! 김건희, 윤석열 녹음 없었으면 어쩔 뻔 했노?" 명태균의 육성 터졌다!' 방송을 하고 있다. 2024.11.11. 스픽스 유튜브 채널
 

이 녹취록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도와서 김 전 의원이 당선됐다고 전한다. 명 씨가 김 전 의원 때문에 울면서 김건희 씨 앞에서 사과까지 했고, 당시 상황이 어떤지까지 밝힌다. 핵심적으로 녹취록에서 명 씨는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명 씨의 행보를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명태균 씨, 국민께 전모를 실토하는 것만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라며 "검찰에 출두한 명 씨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구속을 피하려는 몸부림은 구속을 피하려는 윤 대통령의 몸부림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며 취재진을 향해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였다"면서 "연일 언론인들과 통화하며 용산을 압박했던 장본인이 이제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언론이 명태균 씨의 녹취록을 조작하거나 위조하기라도 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본인 입으로 공천개입, 공천거래, 국정농단의 정황을 폭로해 놓고 남 탓이라니 황당무계하다"며 "입장을 바꾸면 죄만 늘어난다.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처벌을 피하려는 행태는 스스로 사기꾼을 자처할 뿐이다. 거짓말로 처벌을 모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