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윤석열 퇴진 집회' 일부러 과잉 진압했나

● COREA 2024. 11. 12. 02: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부상자 속출, 연행…'불법 폭력 시위' 그림 만들기?


참가 인원에 비해 비좁은 공간을 집회 장소로 허가
일부 조합원이 허가 범위 넘자 방패·삼단봉 휘둘러

한창민 의원, 땅바닥 뒹굴고 상의 찢겨 온몸 타박상
영상 있는데 조지호 청장 "경찰 물리력 확인 안 돼"

민노총 "평화 집회에 토끼몰이 침탈…광장 막으려"
야5당 "향후 퇴진 집회 봉쇄하려는 교활한 의도"
이재명 "80년대 '백골단' 떠올라…누군가가 지휘"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경찰이 폭력적으로 난입하는 바람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11명이 연행됐다. 정권 차원에서 '불법 폭력 시위'라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야권은 경찰이 윤석열 정권 사수를 위해 총대를 메고 과잉 진압을 벌임으로써 시민들이 광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사전 봉쇄하려는 차원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 서울 숭례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2024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를 열었던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참가 예상 인원에 비해 협소한 공간을 집회 장소로 허가했다. 장소가 비좁아 일부 조합원이 이동 과정에서 허가 범위를 넘자 경찰이 갑자기 방패로 밀어붙이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2만여 명이 동원됐고, 특수진압복·방패·삼단봉으로 무장한 채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골절과 염좌, 찰과상 등을 입은 부상자가 속출했으나 경찰은 조합원 10명과 시민 1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도 경찰에 뒷덜미를 잡혀 땅바닥에 뒹굴고 상의가 찢기면서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봉변을 당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폭행당해 상의가 여기저기 찢겨져 있다. 사진=사회민주당 페이스북
 

그럼에도 경찰은 11일 "민주노총이 도심권에서 벌인 집회 도중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혐의로 검거한 11명 가운데 범죄 혐의가 중한 6명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 도중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며 경찰관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 방해)와 경찰의 시정 요구 및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자 준수사항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 측은 민주노총이 애초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집회'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주말 집회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지휘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해산을 시킨 것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지나가는 길이라도 열자고 최소한의 통로를 확보한 것인데, 그게 강경 진압이라고 한다면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한창민 의원이 경찰의 물리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현장 동영상이 생생하게 존재하는데도 "(한 의원이)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넘어졌다는 건 확인이 안 된다. 영상이 있으면 인정하겠다"면서 "경찰력 집행 중에 뒤쪽에 와서 방해하는데 아무 조처도 안 할 순 없다"고 했다. 또 "경찰 부상자도 105명"이라며 "어쨌거나 경찰 부상자가 나오고 집회 참가자 부상자가 나오는 이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개최된 도심 집회에서 연행된 조합원 전원을 석방해줄 것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1.11. 연합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조합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조 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강제 진압은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경찰이 행진 경로를 막아서기 전까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이 앞쪽과 뒤쪽에서 토끼몰이하듯 집회 대로를 침탈해 오기 전까지 집회는 아주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시민들의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인도는 집회 장소로 사용하지 않았다. 도로를 막아선 것은 경찰이었다"면서 "경찰이 집회장 진입도, 시민들의 통행도 가로막고 혼란과 폭력을 유발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수없는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도대체 경찰이 무엇을 목적으로 평상시와 다르게 완전 무장을 하고 헬멧과 방패를 착용한 채로 집회 관리에 나섰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무위로 끝나자 이제 폭력으로 입막음하겠다, 강압적인 공권력으로 광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의 집회장 진입을 막는 국회의원을 폭행하고 옷을 찢어발겼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노동자를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끌어내서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이것이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우리는 더 크고 더 강력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다. 경찰은 즉각 연행자를 석방하고 부당한 집회 방해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연합
 

민주노총 법률원의 하태승 변호사는 당시 대한문 앞 상황, 건설연맹의 행진 상황을 설명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건설연맹은 사전 집회 이후 적법한 행진로를 따라 본 대회에 합류하려 했다. 심지어 집회 제한 통로를 통해서 가라고 경찰이 직접 골라줬던 행진로였다. 건설연맹은 그 코스를 적법하게 행진했지만 경찰은 병력으로 대오를 막아섰다.

하 변호사는 "한 명의 법률가로서 이번 경찰의 집회 방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집회 시위에 대한 과도한 탄압과 제한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집회를 범죄로 단정하고 이를 막기에 급급하다. 집회 신고만 하면 제한 통보, 금지 통보를 남발하는 것이 일상이고 헌법이 금지한 허가제를 운운하고 있다. 오죽하면 경찰 스스로가 제한 통고를 통해 마련한 행진 코스에서 행진하는 것도 막아버리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경찰 측 언론 브리핑과 관련해 "구속 수사라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예외적인 조치로서 주거 불분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의 요건이 충족됐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속 요건을 확인하기도 전에 구속 수사를 운운하고 있다. 집회가 싫다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듣기 싫다고 구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행자들에게 주거 불분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는 단 하나도 없다.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조합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 폭력에 쓰러지거나 연행당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참여연대도 '위헌·위법적 경찰의 집회 강경 진압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당한 집회 참가를 막아서 참가자들을 몸싸움 등 돌출행동으로 몰고 간 책임은 경찰에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연행된 시민들을 즉시 석방하고 과잉 진압, 위헌·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사과하라"면서 "경찰이야말로 폭력집회를 유발한 장본인이다. 경찰이 집회 신고제의 본질에 충실해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보호 및 협력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과 같이 몸싸움이나 부상자가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애초 허용한 7차선을 벗어나 도로 전면을 차지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뒤늦게 합류한 시민들이 본집회 대오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친 것이야말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방해한 과잉 공권력 행사"라며 "경찰이 합법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과잉 대응하는 것은 시민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막아보겠다는 일종의 과잉 충성이다. 경찰은 지지율 17%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보위가 아니라, 집회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5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몽구 중계 화면 갈무리
 

야당 의원들도 들고일어났다. 해당 집회에서 경찰들에게 목덜미를 잡히고 옷이 찢겼던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무도한 정권이 휘두를 마지막 카드는 결국 물리적 폭력뿐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이 같은 행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희생양 삼아 평화 집회에 색깔을 씌우고, 향후 윤석열 퇴진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라며 "나아가 무도한 권력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참여하는 것을 봉쇄하려는 교활한 의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경찰의 폭력 진압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윤석열 탄핵이 논의될 국회에 대한 사전 위협과 협박"이라며 "공권력을 시민의 안전에 쓰지 않고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공권력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는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현장에서 연행된 11명의 노동자들을 당장 석방하라. 구속영장 청구 등 적반하장의 강제적 사법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이번 폭력 진압의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하며, 국회와 노동자 시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셋째,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폭력 진압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련성을 명백히 밝히고,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

넷째, 향후 경찰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집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민들의 평화 집회를 보장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1. 연합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행태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엄청난 수의 경찰이 중무장을 하고 시위대를 파고들고, 또 시위대를 좁은 공간에 가두려고 하고, 급기야 국회의원을 현장에서 폭행하고, 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라며 "저는 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과탄 주머니를 옆에 찬 소위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하려고 대기하고, 시위대가 평화 시위를 하면 시위대 속에 사복 경찰 프락치들이 침투해서 경찰에게 먼저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그것을 빌미로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그 현장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찰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누군가가 지휘하지 않았겠는가?"라며 "토요일 노동자 집회에서, 제가 봤을 때는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공연히 노동자들과 충돌하고, 차선 문제로 다투고, 밀어붙이고, 그러다가 국회의원을 포함한 시위대를 난폭하게 대우하고, 심지어 거의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을 동원해 전쟁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고,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은데, 대체 국정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국민과 나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사용해야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자신들의 부정행위, 사적 욕망을 채우는 데 권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주권의 주체인 국민들을 겁박하고 폭행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