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황당무계""납득 못해" 쏟아진 비판...정권 비판 여론 결집·대여 공세 수위 더 높일듯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과 직후 통화한 민주당 내 한 전략통 중진 의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만큼은 다수 민주당 의원이 무죄를 확신해 온 터라, 이날 1심 판결은 그야말로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사법 리스크 현실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3개월 내 결론이 나야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재명 지도부의 위기는 빠른 속도로 닥쳐올 공산이 크다. 형 확정 시 민주당이 보전해야 할 대선 선거 비용만 434억 원이다.
당장 오는 25일 1심 결론이 나오는 위증교사 혐의 재판 결과도 낙관하기 힘든 처지다. 위증교사 혐의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시 역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는 견고하다. 징역형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중형 선고가 도리어 당내 결집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복 수사를) 정당화 시켜준 판결"이라면서 "정치검찰의 정적 제거 의도에 부화뇌동한 결과"라고 1심 판결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일부 당 밖 비주류 진영에서 목소리들이 나올 테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올 말이기에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면서 "(판결에) 오히려 납득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면 당 안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 안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때부터 줄곧 제기된 문제인 만큼, 오히려 당장 큰 동요는 없을 거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오늘이든 위증교사 판결이든 어떤 결론이 나온다 해도 동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리스크는) 당 대표 선거할 때부터 계속 나온 이야기고, 결국 첫 판결이 나온 건데 당 구성이나 정치적 대외 상황을 보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당내 파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부가 직면할 현실적 위기에 대해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내부에서 변화는 없겠지만, 여당을 휘몰아쳤던 기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면서 "(1심 판결로) 국면 전환 효과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열흘 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오면, 12월 이후부터는 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을 깬 중형 선고에 여론 결집 기대하는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위기 국면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민심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나온 중형 선고가 도리어 정부 비판 여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저격하고 나섰다.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수 판사에 의한 국민 주권 침해"라고 질타했고,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민심이 천심이거늘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역시 자신의 SNS에 남겼다. 대표적 친명계 의원인 김병기 의원은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칫 사법부 악마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해당 재판부에 책임을 돌렸다. 한 중진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 문제라기 보다 판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자기 기억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이런 형량을 때린 것은 정말 억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앞으로 다수 재판이 남아 있는 만큼, 판결 전부터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판결 전에는) 법리적으로 일단 대응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는 환영하고 다음에 규탄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평정심을 갖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단일 대오'로 뭉친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내린 결론은 단결과 집중이다. 계파 구분 없이 모두 '이재명 중심 대응'에 입을 모았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면서 "항소심에서 국민과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고민정, 박수현, 윤건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검찰 독재정권이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전력을 다해도 이 대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 탄압에 기를 써도 민주당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욱 일치단결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장 다음날인 16일로 예정된 예정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3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소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 원 이하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되는 만큼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와 사법정의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현실화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해 나가는데 당력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향후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서 "정치적 판결을 수용할 수 없고, 법률적으로 대응해 모든 것을 동원해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 오마이 조혜지 기자 >
이재명, 오늘 비상회의 열고 광화문으로…“당 혼란스럽지 않다”
“전국 지역위원장 - 의원 비상연석회의 참석해 발언”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집회 동참 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결과 이후 당 상황에 대해 “당이 혼란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선고로 인한 ‘충격’ 속에도 단일대오로 뭉쳐 대응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1심 선고 이후 국회로 돌아와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당이 혼란스러운데 대표로서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회의에선 공직선거법 1심 선고 판결문 분석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이 논의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내일(16일) 오후 2시 의원들과 전국 지역위원장들이 참석하는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이 대표 선고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 문제로 당이 흔들리거나 갈등이 생기는 일은 없다”며 “이 판결이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에 (당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1심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민주당은 이 대표와 함께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16일 오후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 이후, 오후 4시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하고, 이어 오후 5시30분 시민단체 등이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등을 내건 시민행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 대변인은 “이 대표가 내일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후 열리는 집회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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