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1심 유죄, 심각한 결함 드러나
사진 조작 발언이 골프 안쳤다는 발언으로 둔갑
재판부, 자의적 해석으로 사실 관계부터 뒤틀어
백현동 관련 성남시 공무원 반론은 언급도 안돼
국정감사 발언인데도 공직선거법 사건으로 유죄
이재명 "기본 사실부터 수긍 어려워…항소할 것"
격앙된 민주당 "정적 죽이기 시도한 정치 판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주심 이학인 판사, 배석 박명 판사)는 15일 오후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공직선거법상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예상 밖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년 전 대선 과정에서 했던 말 한두 마디가, 정권을 견제할 유일한 대안인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에 심대한 타격을 줄 만큼 중대 사안이냐는 비판이다.
아울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한 부분과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재판부 설명자료와 공판 워딩 등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에서 유죄 근거로 삼은 내용들 가운데 자의적으로 판단한 부분이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배척한 부분이 여러 대목에서 드러났다.
향후 정식 판결문 분석을 통해 더 명확하게 정리되겠지만, 항소심과 상고심 등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쪽의 거센 다툼이 예상된다.
사진 조작했다 = 골프치지 않았다 (?)
재판부, 자의적 해석으로 유죄 판단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김문기'와 '백현동'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①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하 김문기)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당선 목적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② 또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용도 변경을 요청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역시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먼저 김문기 발언와 관련해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고 ▲경기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부분에 대해서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을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김문기와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특정한 골프 발언은 다음과 같다.(재판부 설명자료 3~4쪽)
"제가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해당 발언은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나온 발언으로, 국민의힘이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서 김문기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이 대표의 반론이다.
당시 방송 내용을 보면 이 대표는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하지 않고, '단체사진이 4명짜리 사진으로 조작됐다'고 발언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바꿔서 해석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과 관련,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을, 사진과 함께 제기된 의혹이 조작됐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일반 선거인에게 골프 발언은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한 발언은 앞뒤 문맥을 고려해도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는 내용에 국한되지만, 재판부는 엄밀하게 따져야할 핵심 발언을 자의적인 '일반 선거인 입장'이라는 기준에 따라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교묘하게 둔갑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재명)은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쳤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골프 발언은 허위"라고 했다.
애초 공직선거법 공판은 이 대표가 김문기를 아느냐 모르느냐, 즉 이 대표의 '인식'이 허위사실 공표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제외되고 골프를 쳤는지 안 쳤는지로 논점이 바뀌고 이 대표 발언 자체도 논점에 따라 자의적으로 바뀌었다. 재판부의 말을 빌려 '일반인' 입장에서 납득이 되는지 의문이다.
재판부는 이 외의 발언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지만, '골프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도 않았다.
성남시 공무원 반론은 언급도 없이
'명백한 허위'라고 예단한 재판부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 발언과 관련해선 "준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은 성남시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은 의무조항에 근거해 국토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은 압박이나 협박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제시하며, "국토부로부터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유기의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의 압박 내지 협박이 없었으므로, 허위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역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배제한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6월 공판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성남시 공무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권석필 전 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은 "당시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용도변경 문제로 중앙에서 성남시 공무원 직무유기로 문제삼을 수 있단 소문을 들었다"면서 "듣기도 하고, 간부회의 같은 것도 하고 모임할 때도 대화하기도 하고 결재 과정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반론이 공판에서 있었음에도, 성남시 공무원들은 협박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마치 일관된 진술인 것처럼 설명했다. 권 전 국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또 이 대표는 '협박' 표현에 대해 검찰 신문에서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라 했지만, 이 역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아울러 '백현동 발언'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뤄졌다.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 3항은 국정감사 증인이 국회증언감정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외에 해당 증언으로 어떤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처분도 포함된다. 따라서 검찰의 공소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인 점 등에서 비춰 볼 때, 피고인(이재명)은 국정감사에서 증인의 증언이라는 외관 아래 국정감사의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다"며, 이 대표 쪽의 '공소 위법'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사건이 성남시장 시절 일이기 때문에 '경기도 국정감사 목적과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장동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검증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정감사와 무관하다고 한 것은 재판부의 일방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표 쪽은 수차례 검찰에 백현동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10개월 넘게 제출하지 않으면서 방어권 행사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백현동 관련 재판이 다른 법정에서 진행 중임에도 '명백한 허위'로 판단한 것은 재판부의 지나친 예단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기본 사실 관계 수긍 어려워"
격앙된 민주당 "정적 말살 정치 판결"
이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그리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항소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재판부가 2가지를 모두 허위로 판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위증교사 재판은 어떻게 보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후 이 대표가 참석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오늘 1심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고 조작 왜곡해서 기소했는데,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판결했으니 제대로 된 판결일 수가 없는 것"이라며 "이어질 항소심에서 국민과 함께 진실을 밝히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법원 선고에 대해 비판했다. 조국 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당 서울특별시당 당원대회 축사에서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법률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온당치 않다"고 했다.
조 대표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말로 싸우는 것으로,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일부 허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이자 22대 국회 1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도 후보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허위가 있었는데 기소된 것은 없다"며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백번 양보해 이 대표의 발언이 설령 허위라고 하더라도, 문제의 발언이 22대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의 정치생명을 끊을 정도로 중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수석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셀 수 없는 거짓말, 허위사실 유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거짓말이었다"며 "그러니 '집권무죄, 낙선유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자칫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발언을 위축시켜 유권자들의 선택 기회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토론 과정에 일부 허위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의 기본 취지도, 돈은 막되 입은 풀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들이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후보자 토론회나 언론 인터뷰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유권자들은 옥석을 가리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사법부의 판결이 말로 싸우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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