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시국선언

29개 대학·2개 연구소 교수·연구자들
윤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시국선언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고려대학교 교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14일에도 이어졌다.

고려대 교수 152명은 이날 윤 대통령 퇴진과 국정농단 규명을 위한 특검 시행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검을 즉각 시행해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우선 윤 대통령 부부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이태원 참사,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무책임한 의료대란까지 일으켜 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군인 한 사람의 목숨도 명예롭게 지키지 못하는 권력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전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국정 농단은 우리 사회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 교수 61명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보며, 실낱같은 희망마저 접고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윤 대통령 퇴진의 이유로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을 거론했다. 국민대 교수들은 “현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력을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행사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소환 조사조차 없었던 김건희 여사의 수많은 의혹,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국정 농단 문제 등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본인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 위기와 민생 위기 앞에서 불안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국민을 더 이상 괴롭혀서는 안 된다”며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교수와 연구자들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대통령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부·울·경 교수와 연구자 652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부울경 교수·연구자 624명 “더 이상 윤 부부 인내 못 해”

윤 대통령 즉각 물러나라 시국선언

   

10월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LED촛불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있다. 연합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교수·연구자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교수·연구자들은 “14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다”고 13일 밝혔다.

시국선언문에는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위기 모면을 위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과 파병 등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시국선언을 준비한 교수들은 ‘무너지는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부산·울산·경남 교수, 연구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7일 저녁부터 구글폼을 통해 시국선언 동참 서명운동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직후다. 이들은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은 일말의 반성과 책임을 기대했지만, 자신의 무능과 무도함, 그리고 김건희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변명과 남탓으로 일관했다”며 “대통령 부부를 더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2시30분까지 29개 대학과 2개 연구소, 독립연구자 등 624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 대학 명단은 △가야대 △경남대 △경상대 △경성대 △고신대 △동명대 △동서대 △동아대 △동의대 △마산대 △부경대 △부산가톨릭대 △부산과학기술대 △부산교대 △부산대 △부산외대 △부산장신대 △신라대 △영산대 △울산과학대 △울산대 △인제대 △진주교대 △창원대 △창원문성대 △한국국제대 △한국해양대 등이다. 연구소는 민주주의사회연구소와 한국항공기개발연구소가 동참했다.

기자회견 전까지 서명운동 참여가 가능한 만큼 시국선언 동참 대학과 교수·연구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진상 창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보수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이처럼 많은 교수, 연구자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사태를 엄정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겨레 주성미 기자 > 

 

                             ▲경북대학교에 붙은 대자보 ⓒ 윤석열 탄핵 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 농성단관련
 

 
경북대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국민투표를 시작한 가운데 교수들도 함께 시국선언에 나선다.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 교수들은 14일부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서명을 받고 있다면서 오는 19일 낮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집권 기간이 길지 않았고 강렬한 업적이 눈에 띄지도 않는데 그 걱정과 비판이 이렇게 길고 강하게 이어진 사실이 놀랍기조차 하다"며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쏟아지는 비판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불법이 아니지만 특검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우리는 해고한다"며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교수들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

                                ▲경북대 학교 본관. 


경북대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통합하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지만 아무 능력이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교수들은 "심지어 우리는 이태원에서 멀쩡한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도, '애국한 잘못'밖에 없는 젊은 해병이 안전장비 하나 없이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서 죽임을 당해도, 장관과 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지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 배우자가 저지른 잘못들이 명백해 보여도 경찰과 검찰이 시간만 끌다가 갑자기 나서서 죄없음을 강변해도 '배우자를 수사하라고, 기소하라고, 죄가 있으면 죗값을 물으라'고 요구했지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라고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경북대 교수들은 그 이유를 "그래도 그(윤 대통령)가 종국에는 국민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서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라고 강조했다.

안승택 경북대 민교협 의장은 "18일 오후 3시까지 서명을 받아 명단을 취합한 뒤 19일 기자회견에서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 조정훈 기자 > 

 

콧등 시큰한 '시적 산문', 경희대 시국선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희대학교와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및 연구자 226명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이 시민들 사이에서 각별한 관심을 끌며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허물어지는 현실 앞에서 교육자로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자성을 시적 산문이라고 할만한 운율과 자기 고백적 문장 속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이라는 주어를 통해 자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강의실에서 만나는 제자들에 대한 애틋함을 토로하는 전개는, 정권의 무도한 행태를 직설적으로 열거하며 준엄하고 맹렬하게 규탄하는 일반적인 격문 형식과는 달리 은은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는 '취약한 사람'이 '역시 취약한 당신과 함께'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합니다.

내적 성찰에 침잠하면서도 폐허를 재건할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연대에 호소하는 이들의 시국선언 전문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경희대학교 휘장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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