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명목” 주장, 대가성 부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로부터 두 차례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명씨는 지난 8~9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업체 코바나컨텐츠 봉투 사진을 제시받으며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았냐’는 질문을 받고 “두 번 정도 받았는데 기억나는 건 2021년 9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 여사에겐 적은 돈이었겠지만 나한텐 큰 돈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교통비 명목”이었다며 금품의 대가성을 부인했다고 한다.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2021년 9월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시점이다. 명씨는 실소유했다는 의심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대선 기간 동안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다수 실시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여사가 명씨의 이러한 도움을 인식하고 명씨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했다. ‘김 여사에게 돈봉투를 언제 받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명씨는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명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의원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정치적인 구속영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명태균, 차명폰으로 이준석·함성득과 통화…증거 인멸 우려”
“당 주요인사들에 김영선 공천 부탁 메시지도” 영장심사서 밝혀
명씨 “차명폰, 기자 연락 몰려 지인·가족과 통화 어려워 사용”
검찰이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영장실질심사에서 그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함성득 경기대 교수 등과 통화했다고 밝히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4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명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명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 의원과 함 교수 등과 여러 차례 통화했고,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 10월21일부터는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검찰은 명씨가 처남을 통해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한 행위 등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꼽았다. 검찰은 또 “철 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는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명씨가 공개한 것에 대해 “김 여사의 친오빠인 것을 알면서 윤 대통령으로 오해하게 언론플레이를 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명씨가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지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도록 한 뒤 공석이 된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그림을 설계했다고도 설명했다. 또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에게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주고 당시 당 주요 관계자들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도 공개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갑·을 관계이자 ‘정치적·경제적 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명씨가 선거 기획이나 판 짜는 일을 실제로 했다”고도 했다. 사실상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명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명씨에게 보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81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2억4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명씨가 이들을 위해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함 교수나 대구·경북 지역의 국회의원 등에게 공천을 부탁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검찰의 주장에 대해 명씨는 예비후보들이 제공한 2억4000만원을 자신은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돈을 빌린 것은 자신이 아니라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이라는 것이다. 명씨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차용증 등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 지난 대선 때 미래한국연구소가 81회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중 자체조사는 자신이 허경영 당시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전화홍보 영업으로 벌어들인 6000만원으로 일부 충당했다고 주장했다. 55회 공표조사의 경우 언론사 등 보도로 미래한국연구소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81차례 여론조사가 명씨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 등을 보낸 적은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연락이었을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세비 7600여만원도 앞서 김 전 의원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차명폰·선불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자 등의 연락이 몰려 가족·지인 등과 통화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공천 등을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7600여만원, 두명의 지방선거 예비후보에게 총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의원과 두명의 예비후보 역시 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이나 내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겨레 정혜민 배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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