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언선’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퇴행과 국정 농단, 민생 파탄, 안보 위기 등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체제전환 논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4배, 5배 더 심각하다."

8년 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의 "퇴진"을 외쳤던 서울대 교수가 다시 거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김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13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아래 민교협)가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 전 <오마이뉴스>와 만나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서울대 내부에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높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퇴임을 하기 직전까지 서울대 민교협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번 촛불은 더 뜨거울 것"

김 교수를 비롯해 전국의 교수·연구사 1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퇴행과 국정 농단, 민생 파탄, 안보 위기 등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에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체제 전환 논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다"라고 설명했다.

명태균씨의 국정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진 후 서울에서 교수·연구자들이 직접 현장에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엔 목포대 교수와 연구진 등이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재원 민교협 상임공동의장(평택대 국제지역학부 교수)은 "민교협은 1987년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투쟁을 이어왔는데, 올해 더욱 바빠졌다"라며 "약 2주 전부터 각 대학에 있는 민교협 회원들을 중심으로 시국선언문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라며 "(전국 곳곳의) 교수님과 연구자들의 뜻을 모아 (오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 선 의장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정세은 민교협 공동의장(충남대 교수), 이성재 민교협 노동위원회 위원장(충북대 교수), 김종호 부경대 교수, 남중웅 국립한국교통대 교수, 조승래 전 청주대 교수 등 참석자들은 준비해 온 시국선언문을 번갈아 낭독했다.

이들은 "지난 2년 반은 초현실적인 퇴행의 연속이었고 촛불 혁명으로 어렵게 되세운 민주주의는 모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라면서 "기시감 속에 다시 퇴진의 촛불을 들겠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김건희의 국정농단, 명태균 게이트 같은 한심한 일에 대한 규탄 차원에서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윤석열 정부 하에서 계속되어 온 대형 참사, 노동 탄압, 민생 파탄과 안보 위기로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이 상황이 단 하루도 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존적 절박함에서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정권 이양 준비뿐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며 "이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탄핵 추진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함께 즉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언선’을 발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퇴행과 국정 농단, 민생 파탄, 안보 위기 등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체제전환 논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국민이 10명 중 채 2명도 남지 않았다. 이번 촛불은 더 뜨거울 것"이라며 "당장 퇴진하는 것이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고 결국 맞이하게 될 규문(죄를 따져 물음)의 시간에 그나마 정상을 참작게 해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 민교협은 금융투자소특세 도입을 백지화하려는 정치권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오마이 박수림 기자 >

아래는 이날 민교협이 발표한 시국선언 전문이다.

주권자의 요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주말마다 전국 곳곳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인파로 뒤덮이고 있다. 8년 전 이즈음처럼, 임계점을 이미 넘은 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도 줄을 잇고 있다. 혹시나 했던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기조전환이나 인적 쇄신을 역시나 거부하고 허무맹랑한 변명과 오만한 태도로 국민을 우롱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김건희의 국정농단이나 본인과 그 일가의 온갖 비리들, 현 정부의 계속된 실정과 명태균 게이트 같은 한심한 일에 대한 규탄 차원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하에서 계속되어 온 대형 참사, 노동 탄압, 민생 파탄과 안보 위기로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이 상황이 단 하루도 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존적 절박함에서 즉각적인 정권 퇴진을 요구한다.

지난 2년 반은 초현실적인 퇴행의 연속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어렵게 되세운 우리의 민주주의는 절차와 내용 모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대통령 부인과 같이 위임받지 않은 자들이 국가의 권력과 자원을 전유하고 공당의 정치 과정과 온갖 이권에도 개입했다. 무자격 측근과 극우 인사로 채워진 대통령실은 반민주적, 반민중적, 반역사적, 심지어 반국가적 정책과 발언을 쏟아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공권력은 잇단 참사를 막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측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 예산은 무속적 신념에 따른 대통령실 이전과 호화 관저 신축, 관변단체 지원, 그리고 대통령 부부의 외유성 순방에 허투루 쓰였다. 이럴진대 경제정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로 국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세수가 줄자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을 위한 예산을 반으로 깎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하나같이 자격도 능력도 없는 현 정부 부처 수장들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불평등 심화같이 시급한 대내적 문제나 급변하는 대외 정세와 안보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리 만무하다.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운운하며 국지전마저 일으킬 태세다. 이 정권에 단 하루도 더 나라를 맡길 수 없다.

불의한 박근혜 정부를 주권자 국민의 이름으로 끌어내렸던 촛불 혁명의 나라에서 윤석열이라는 더 불의한 자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참담한 사실을 돌아본다. 탄핵 이후 촛불의 힘으로 수립된 정부는 국민이 절실히 요구했던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지 못했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커지는 소득격차 속에서도 계파 간 정쟁과 소위 "내로남불"식 국정운영에만 몰두, 국민들의 등을 돌려세웠다. 이 틈을 타 국정 운영 능력은 전혀 검증된 바 없는 함량 미달의 전직 검찰총장이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출마, 지금 생각해 보면 공허하기 그지없는 헛된 공약을 쏟아내며 대통령이 되는 부조리극이 연출되었다. 절대로, 그리고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더 이상 존재 이유와 가치가 없는, 아니 존재 그 자체가 우리 실존에 위협이 되는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정권 이양 준비뿐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탄핵 추진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함께, 그리고 즉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촛불 이후의 부조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주요 정치 세력들이 대선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어느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 공백과 극단적 분열의 상황을 이용해 국가권력을 전유한다면, 우린 오늘의 이 참담한 상황을 수년 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국가가 민주, 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일을 더 이상 특정 정치세력에 위임하고 그 선의에 기댈 수만은 없다. 이는 곧 40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의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를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동시에 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가 함께 체제 전환과 사회 대개혁을 위한 토론을 시작할 것도 아울러 요구한다.

이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국민이 10명 중 채 2명도 남지 않았다. 간접선거로 선출된 타국 의원내각제 총리들의 낮은 지지율과 비교하며 국민을 호도하거나 자신을 정당화하지 말라. 절반의 국민이 당신을 믿고 직접 표를 주었고, 그중 3분의 2가 표를 거둔 것이다. 중간선거가 없는 우리의 대통령제에서 이는 주권자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국정 운영의 권리를 직접 환수하려는 것이다.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기시감 속에 우리는 다시 퇴진의 촛불을 든다. 8년 전 추운 겨울 내내 수많은 우리 국민은 매일 같이 거리로 나와 결국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렸다. 이제 임기 절반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과오는 박근혜 4년의 과오보다 이미 몇 배나 더 크고 깊다. 당장 퇴진하는 것이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며, 결국 맞이하게 될 규문의 시간에 그나마 정상을 참작게 해 줄 것이다. 이번 촛불은 더 뜨거울 것이다.

2024년 11월 13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