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11월 15일 자 표지. ⓒ 뉴스위크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며 그 내용을 번역해 홍보하면서 기사 내 김건희 여사 문제, 낮은 지지율, 한일관계 인식 등에 대한 내용은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내용을 빼면서 기사 문장을 잘라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아래 정책브리핑)은 지난 12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윤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소개했다. 대통령실 명의로 올라온 이 기사는 <뉴스위크> 인터뷰가 "4대 개혁 등 한국이 안고 있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노력과 국내적 저항, 북한을 위시한 국제 환경의 난관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면서 "주요 기사 내용과 주요 일문일답 내용을 발췌해 소개힌다"라고 했다.

인터뷰는 <뉴스위크> 11월 15일자(11월 8일 게재)에 실린 것이다. 정책브리핑은 '발췌 소개'라고 밝히긴 했지만 인터뷰 기사 내용 대부분을 문장 그대로 번역해놔서, 마치 전체 번역본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 원문과 대조하니 정책브리핑에서 빠진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 파란색 글씨가 <뉴스위크> 기사).

국정브리핑 : "5년 단임제의 윤 대통령은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본래 이 부분의 문장은 훨씬 길다.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문제, 총선 패배 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뉴스위크> 기사 원문 내용은 빠진 것이다.

"임기를 5년만 수행할 수 있는 63세의 전직 검사 윤 대통령은 임기 중간에 다다르고 있다. 10월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지난 2022년 중반에 취임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인 20%에 머물렀다. 개혁에 대한 반발뿐 아니라, 그의 부인 김건희가 해온 역할이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제1야당에 패배한 점도 그가 필수적이라고 했던 개혁을 추진하는 데에 또다른 도전으로 작용한다."


국정브리핑 :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 해결이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의 목표이며 여성이 직장에서 만족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뉴스위크> 기사에서 이 문장의 앞에는 "5명의 남성 보좌진에 둘러싸인"(flanked by five male advisers)이라는 부분이 있다. 직장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이 인터뷰 현장에는 남자 참모들만 대동한 점을 지적한 걸로 보이는데, 정책브리핑은 인터뷰 기사 문장을 바꿔버렸다.

"윤 대통령은, 5명의 남성 보좌진에 둘러싸인 채, 인구 위기 해결이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의 목표이며 여성이 직장에서 만족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스위크> 인터뷰 내용을 발췌 번역해 전달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사 ⓒ 문화체육관광부


통째로 생략 : 윤 대통령의 가정생활 그리고 한일관계

정책브리핑의 소개 기사에서 통째로 생략된 단락도 있다. 이 부분의 소제목은 "윤석열의 가정 생활"이다.

"윤 대통령은 자녀를 갖지 않았다. 사무실 벽에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웃는 얼굴로 바닥에 앉아 강아지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집에서 개 6마리와 고양이 5마리를 키운다. 한국은 현재 어린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개를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에에 큰 정치적 공격을 초래하고 개혁 추진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윤 대통령 부인의 역할 문제다. 김건희는 주가조작 혐의와 크리스찬 디올 핸드백을 선물받은 혐의에 대해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야당은 김 여사의 행위에 대한 특별검사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영부인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문제화를 시도해 내 아내를 둘러싼 논란이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특검 임명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특검은 신뢰할 수 있는 위법행위가 있었다거나 수사검사의 공정성 훼손이 있을 때 임명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


한일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도 통째로 생략됐다.

윤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제국주의의 지배를 겪은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지금은 이전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더 낫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이 한국-일본 관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또,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공동의 안보 이익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국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북한도 그렇게 해왔으며 특히 러시아와 그렇게 해왔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군인도 지원했다고 한국 정부는 밝혔다.


정책브리핑에는 이와 함께 <뉴스위크> 인터뷰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대통령이 정말 하고싶었던 말'이란 제목의 칼럼도 실렸다.

이 칼럼을 쓴 하태원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은 "대통령 앞에는 메모지 한 장 놓여있지 않았다. 생각의 흐름에는 거침이 없었고, 인터뷰 내내 취재진의 끄덕임이 자주 느껴졌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정책브리핑에서는 정작 대통령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설명한 내용들과 질문들이 모두 전달되지는 않았다.                    < 오마이 안홍기 기자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13일 게재된, 뉴스위크 인터뷰 현장을 묘사한 ‘대통령이 정말 하고싶었던 말’ 제목의 칼럼. ⓒ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