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 선고 뒤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서 첫 공식 발언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3차 국민행동의 날’(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1심 판결 뒤 첫 공식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가 “팔팔하게 살아 인사드린다”고 입을 떼자, 광화문 앞 도로 6개 차선과 도보를 메운 당원과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엘이디(LED) 촛불을 들고 환호했다.
1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연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두손 함께 꼭 잡고 제대로 된 세상, 제대로 된 이 나라를 위해서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무대에서 전날 법원 선고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로 규정하며 ‘사소한 차이를 넘어선 동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바뀐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며 “부족함이 있어도 비록 불만이 있어도 그 작은 차이를 넘어서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손잡고 싸워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따라왔다. (정치를 시작한) 그 시간부터 개인 이재명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의 충실한 도구로서 유용하게 쓰여지길 바랬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이)즐겁게 황제골프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도 우리가 새벽 일찍 만원 버스 타고 나가서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사실을,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했다.
좀 더 강한 어조로 전날 판결에 대한 비판에 나선 건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고 이 대표 판결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저들이 (이재명 대표 처벌에)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김건희 윤석열 정권의 최후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의혹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 공천개입과 관련해서)최소 10년의 징역은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행동의날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불안감을 일깨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정혜란(53)씨는 “어제 선고를 보고 이제는 정말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절대적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현재 정국에서 반대편의 상징적인 사람을 향한 무자비한 검찰의 모습과 판결이 굉장히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견주며,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대통령과 여당에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거세진 분위기였다. 전북 무주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박아무개(63)씨는 “대통령실이 의혹을 해명하고 사흘만 지나면 거짓말인 것이 드러나는 상황이 갑갑하고 화가 치민다”며 “윤석열 정권도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직장인 강동언(30)씨도 “김건희 여사는 디올백 사건, 주가조작 사건 등이 다 무혐의 처리된 것과 이재명 대표 유죄 선고는 비교된다. 평등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 5당은 국민행동의 날 집회 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속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하는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 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 한겨레 임재희 기자 >
야권·시민단체 대규모 연대집회…"윤석열 퇴진"
빗속에도 촛불대행진-야5당-비상행동 운집
시청역 앞 대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연쇄 개최
민주당 집회에 총 40만 명 모여 "윤석열 아웃"
"이재명 팔팔하다…여러분 있어 절대 죽지 않아"
촛불대행진엔 2만 모여 "윤석열은 예비 전범"
탄핵 의원 연대 "국회가 윤건희 끝장내겠다"
윤석열 정권의 갖은 폭정과 탄압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이 손을 잡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함께 열었다.
16일 오후 3시 시청역에서 개최된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 광화문에서 시작된 민주당의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민주당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6시 45분쯤부터 8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개최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시민행진'에 동참했다.
"이재명은 팔팔합니다"
굵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제3차 국민행동의 날'에는 야 5당 국회의원과 각 당의 지도자, 당원, 시민 총 30만 명이 모여서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법 통과' '윤석열을 거부한다'를 외쳤다. 현장엔 못 왔지만 유튜브로 지켜본 시청자도 1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 선고를 받은 것을 함께 분노했다.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은 팔팔하다. 절대 죽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이 우리를 위해 작동하고, 권력자들이 우리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일하는 세상을 누가 만들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며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책임은 권력을 가진 저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손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당원들에게 함께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내 자식들의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도 결국 나와 동지들의 작은 실천에 달렸다"며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 한 통, 인터넷에 댓글 하나라도 쓰자. 우리가 펄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용산을 향한 경고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들이 행사하는 모든 권력, 명예, 화려함은 결국 다 우리로부터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황제 골프를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 우리가 나가 번 돈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 동지를 믿고 국민을 믿고 역사를 믿고 포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서 함께 나아가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 여러분이 함께 보여 달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민주당 전종오 청년당원은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사법권을 남용한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며 "법원이 정부를 멈춰야 하는데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검찰과 법원이 왜 정부의 충견이 되어 윤 대통령과 여사를 지키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이재명 대표가 왜곡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공천 개입을 하고 명품백을 받은 조작과 왜곡의 전문가는 따로 있지 않냐. 검찰은 기소마저 박절하지 못해 안 하고 있냐. 우리가 정권은 유한하다는 진리를 보여주자"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에서는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다짐도 있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윤석열·김건희가 81회 무료 여론조사를 하고 3억 7500만 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15배 벌금을 매기면 60억 원이다. 이 벌금을 다 받아내겠다"고 장담했다.
서 의원은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한테 500만 원짜리 봉투 2개를 줬다"며 "불법 금품기부 죄인데 최소 15배 벌금을 물어서 처벌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했다고 징역 2년을 받았고 윤 대통령은 김영선, 강서구청장 김태우, 포항시장 공천에 개입했다고 이준석 전 대표가 말했다. 최소 징역 10년을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조건은?
'제3차 국민행동의 날'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바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 본행사가 시작됐다. 시민단체인 비상행동과 야 5당이 함께한 행사다.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과 당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회는 시민들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자신을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변호사'라고 소개한 신세영 씨는 "청년이 주거 비용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이 밤길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며, 성소수자가 차별 없이 살아가고,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자격과 인권 감수성을 갖춘 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해병대 예비역 대위 강해린 씨는 "윤 대통령은 임성근 사단장을 살리기 위해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며 "윤 대통령이 쇼한 것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을 반격할 수 있도록 박정훈 수사단장이 무죄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에서 무장 경찰이 폭력으로 시위를 진압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하라고 했더니 본인 직원 109명이 다쳤다고 못한다고 했다"며 "조지호는 경찰이 탄압하다 부하직원이 다쳤으니 송구하다고 해야 한다. 일선 경찰의 기본권과 안전을 담보로 공천을 받으려면 솔직하게 국민의 힘에 입당하라"고 말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을 탄압한다는 교수와 학생의 발언도 있었다.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는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학생들의 활동을 탄압한 학교를 규탄한다"고 했고, 부경대학교 학생 이승민 씨는 "지난주 토요일 부경대학교에서 연행됐다"며 "학교에서 국민투표를 하니 교직원이 막고 학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렸다. 집에 가려는 학생들이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학생의 정당한 정치활동을 가로막는 학칙에 반발한 헌법소원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역시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했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모르는 정권은 처음"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사망한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쿠팡 업무 환경이 문제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쿠팡에서 개처럼 밤샘 근무를 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KBS 시사다큐 피디 조해진 씨는 "KBS의 제작 현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면 안 된다"며 "경영진이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엔 윤석열 탄핵이 대세"
앞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은 힘찬 구호로 이날 맨먼저 집회를 시작했다. 2만여 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 시민은 "경찰 폭력 공안 탄압 윤건희를 몰아내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치졸한 정치공작 박살 내자"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고 구속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표 유죄 판결이 재판일까 개판일까"라며 "이런 사법부는 박살 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김 상임대표는 또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군대를 파견했다"며 "예비 전범이다. 저 살겠다고 온 국민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김건희와 윤석열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이제 우리가 선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로 이뤄진 '윤석열 탄핵 의원 연대'도 각오를 다졌다. 의원 연대 대표를 맡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도록 국회가 앞장서서 윤건희를 끝장내겠다"고 했으며,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쉽진 않지만 진보, 중도, 보수마저 차이를 극복해서 나라를 지키는 길에 설득하고 독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고 송채림 씨의 아버지 송진영 씨는 안전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씨는 "현재 정권에서 윤석열이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을 처벌할 수 없다"며 "아무도 참사를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으면 참사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농성단 조서영 단장은 국민이 승리할 것을 확신했다. 조 단장은 "대학에서도 윤석열 탄핵이 대세고 국회에서는 윤석열 탄핵 공청회가 열렸다"면서 "50여 일 동안 농성을 진행하며 탄핵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대학생 농성단은 56일 차로 농성을 끝냈지만, 대학생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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