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 친분 과시…공천 개입 수사로 확대
명 "윤석열은 장님 무사, 마누라 덕에 대통령 돼"
"윤석열 지방에 갈 때면 윤석열 마누라랑 놀았다"
명이 직접 김건희한테 사람을 데려가 소개시켜
대통령실 '2021년 11월 경선 이후' 연락 안 했다고?
'도이치모터스 대책회의'도 알고 있었던 명태균
민주당 "모든 방법으로 김건희-명 관계 밝히겠다"
창원지검이 명태균 게이트를 정치자금법 위반에서 공천 개입으로 확대해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관계가 다수의 녹취록과 영상 등 증거로 남아 있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을 넘겨 받아 조사할 예정이다.
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 등 6명 이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표 창원시장, 국민의힘 정진석 전 공천관리위원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등 5명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명 씨가 구속된 이후 남긴 진술과 녹취록 등 공천 개입의 증거가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명 씨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도 끊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녹취록에는 이들의 관계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 씨와 지인의 2022년 3월 전화 녹취록에는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인이 교육 위원장을 했잖아. 그래서 김건희 사모가 학력 부풀리기부터 학력 위조까지 나왔잖아요. 그러면 유은혜가 가만히 있겠어요? 그런데 조해진이 민주당 것을 다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유은혜가 교육부 장관 하는 것을 막은 거예요…내가 조 의원을 보고 (김건희 한테) 이야기를 해 줬지. 김건희 집 식당에 가서 내가 김건희 사모 모시고 왔는데. 김건희하고 윤석열이는 나를 왜 쓰는데. 내가 정확하게 봤잖아. 윤석열은 장님 무사라 사람을 볼 줄 모르고. 마누라 때문에 대통령 된 것이고."(2022년 3월 초)
해당 녹취는 명 씨가 김건희 씨 학력 위조 파문이 불거졌을 때 자신이 나서서 당시 교육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조해진 전 의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명 씨는 김건희 씨를 조 전 의원 등과 직접 만나게 해준 것도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 씨는 윤 대통령 보다 김건희 씨와 훨씬 가까운 사이였을 뿐 아니라, 김건희 씨가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없을 때 서울 가서 아크로비스타 가서 윤석열 마누라랑 놀고 있어. 빙신같이 사람 그 많은 곳에서 뻘짓하고 있노. 어차피 윤석열 지 마누라 말만 듣는데."(2022년 3월 초)
명 씨는 실제 윤 대통령이 지방에 가면 아크로비스타를 가서 김건희 씨를 만나 인사나 공천과 관련된 언급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조 전 의원과 함께 당시 국민의힘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김건희 씨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당시 후보 비서실장으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임명 못 하도록 막았다고도 했다.
"조 전 의원이랑 옆방에 왔는데 사모가 와서 인사하래. 박완수도 작년 8월에 자기가 윤석열 만나는 게 꿈이라고 해서 윤석열 집에 가서 같이 술 마시고 왔어. 가능성이 제로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도지사 하게) 해줘야지. 그래서 윤한홍은 (경남지사) 더 이상 못 나가요. 나중에 봐요. 윤한홍은 내 때문에 잘렸어…그래서 내가 윤(석열) 총장한테 윤한홍 나가면 어부지리로 민주당이 된다고 그랬지. 그래서 청와대 데려가라고 했어."(2022년 3월 초)
명 씨에 따르면 박 도지사는 명 씨의 소개로 윤 대통령 집에서 대통령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명 씨는 자신 덕분에 박 위원장이 경남도지사가 됐다고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명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 씨는 후보 비서실장 인선과 경남지사 선거에도 개입한 셈이 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11월 대선 경선 후엔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앞선 녹취록은 모두 2022년 3월 초에 녹음된 것이다.
녹취록 외에도 윤석열 부부와 명 씨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는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명 씨는 구속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서 '코바나컨텐츠'라고 적힌 돈봉투 사진을 입수했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내부신고자인 강혜경 씨로부터 '명 씨가 김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 씨는 <MBC라디오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명 씨가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인 2022년 6월 초 무렵에 의원 사무실에서 나한테 김건희 여사한테 금일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며 "교통비라고 들은 적은 없다. 나는 격려금 정도라고 안다"고 말했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도 강 씨와 마찬가지로 명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돈을 받았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소장도 명 씨가 받은 금액이 500만 원이라고 했다.
돈 거래뿐만이 아니다. 명 씨가 대선 당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비밀 대책회의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명 씨는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였던 A씨와 2021년 12월에 아크로비스타 지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했다. A씨는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 등 명목으로 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소장은 "명 씨가 공천 시점에 김건희 여사를 소개해 준다고 A씨를 데리고 아크로비스타까지 갔다. 그런데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전 소장에 따르면 당시 명 씨는 '(김건희 영부인이) 도이치모터스 서면조사 대책 회의로 변호사들과 교수가 와서 못 만났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시기 김건희 씨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 내용은 도이치모터스를 알게 된 과정, 계좌를 맡기고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경위, 주식을 매각한 과정, 사건 경위에 대한 간략한 입장이었다. 시기적으로 김 전 소장의 증언을 뒷받침 한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친분이 뒷받침되는 영상도 확보됐다. MBC에 따르면 2021년 9월 18일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경남 김해에 방문했다.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윤 대통령 뒤에 반팔 차림의 남성이 보이는데, 이 사람이 명 씨다. 명 씨는 경호원 바로 뒤에서 윤 대통령을 따라다닌다.
비슷한 시기 촬영했다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도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보인다. 윤 후보가 10여 명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나누고 있고, 명 씨는 윤 대통령 바로 옆에 있다. 명 씨가 소개를 하고 윤 대통령은 명함을 교환하고 악수를 한다. 대부분 영남 지역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다.
이 자리에는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였던 배모 씨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모 씨로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고 명 씨 등에게 각각 1억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명 씨 등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 받았지만 기각됐다.
명 씨가 KTX 특별동차(대통령 전용 열차)를 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명 씨는 2022년 6월 13일 김건희 씨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 명 씨가 특별동차를 함께 탔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 연구소장은 "명 씨가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타봤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을 한 하루 전날에)김건희 여사가 김해에 봉하 마을에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가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당시 특별동차에 민간인이 동승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관계자들도 기억을 못 한다면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특별동차를 단독 이용했는지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의 '커넥션'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야권에서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서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1년 뒤에나 알려졌다"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비에 부쳐진 사안은 명 씨는 알고 있었다. 도대체 김 여사는 명 씨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냐"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녹취, 봉하마을 방문 시 명 씨가 대통령 전용 열차에 동승했다는 의혹, 명 씨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며 "검찰은 더 이상 변죽만 울리지 말고 김 여사를 수사하라"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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