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Dr.인요한의 한국형 구급차 2.0 국회 전시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권성동 의원은 혹시 거기에 보좌관이나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
"단 한 사람도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인터뷰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친윤계의 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고, 한동훈 당 대표가 말을 아끼는 사이 친한계가 대리로 방어전에 나섰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감정싸움이 계속되며, 일시적으로 봉합됐던 여당 내 갈등이 다시 분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당 대표와 그의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5일이었다.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국민의힘의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김종혁 "권성동, 가족 이름 당게에 있나?"... 권성동 "나도 당무 감사하라"

스스로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라고 말한 바 있는 권 의원은 2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희 가족과 보좌진 중에 당원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라며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면, 저와 관련하여 당무 감사를 해도 좋다"라고 했다.

이는 같은 날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논쟁이 있는 게 아니고 특정의 사람들이 있다. 계속하시는 분이 하시는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게 익명으로 된 당원게시판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특정 사람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끄집어냈는지 그것도 상당히 의혹"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당원게시판이 익명게시판인데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건가?"라며 "거기에는 대통령과 여사뿐만이 아니라 한동훈 대표, 그러고 심지어는 장동혁 최고위원이나 김재원 최고위원이나 저나 이런 사람들에 대한 비판 글도 차고 넘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 것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게시판인데 거기에서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글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당무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으로 가능한 얘기도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당무 감사를 하면 당무 감사에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고, 왜 위법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 있어야 된다"라며 "권성동 의원은 혹시 거기에 보좌관이나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 실명으로 검색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찰 수사를 하고 있잖느냐. 그러면 위법 행위가 있으면 경찰 수사에서 나올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논란에 대해서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면서 공격하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당 대표에 대해서 공격을 하고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 된다"라며 친윤계를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경태 "남의 당에 지나친 애정"... 장예찬 "정치 그만하실 때 된 듯"

이같은 충돌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친한계 인사 중 최다선으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은 전날(1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내 게시판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우리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 과연 우리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이 당내 게시판을 가지고 싸우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이 중 한 명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겨냥해 "이분은 지금 우리 당을 탈당한 분 아닌가?"라며 "엄밀히 따지면 남의 당에 너무 지나친 애정과 사랑을 안 보내도 우리 스스로가 우리 당이 내부적으로 혁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할 수 있다 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으나 과거 SNS 막말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공천이 취소됐다. 이후 탈당을 감행, 무소속으로 선거를 뛰었고 낙선했다. 이후 그는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런 판단력이면 이제 정치 그만하실 때가 된 것 같다"라며 "한동훈 대표 가족이 글을 썼어도 무슨 문제냐고? 여론 조작 범죄 행위가 문제가 아니면 김경수는 왜 처벌한 건가?"라고 조경태 의원을 직격했다.

이어 "그렇게 당당하면 가족이 했다고 밝히시라"라며 "논리적 대응이 불가능하니 한참 어린 정치 후배를 공격하는 것도 6선 의원치고 너무 옹졸하다"라고 비난했다. 또 "제가 최고위원 할 때는 먼저 밥 사면서 '잘 부탁한다'고, '나중에 국회의장 하게 밀어달라'고 하셨잖느냐?"라며 "당 대표 선거나 비대위원장 선임 국면마다 '본인이 하고 싶으니 용산에 잘 말해달라'고 전화로 부탁도 하신 분 아닌가?"라고도 꼬집었다.

또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나경원 의원 캠프를 총괄하던 분이 곧바로 친한계가 됐다. 이렇게 의리도 없고 줏대도 없는 분이 친한계 핵심이니 그 동네 분위기 안 봐도 비디오"라며 "'한가족 드루킹' 사건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토론 환영이다. 증거 앞에서 한마디 반박도 못 하면서 라디오에서 후배 뒷담화나 하는 구태 정치, 용납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장예찬 "이준석 전화 와서 쿨하게 받았다... 의견 일치 있을 것"

한 대표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일시적으로 연대하는 모양새도 그려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정치적으로 '구원'이 많은 장 전 최고위원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디시인사이드라고 하는 유명 커뮤니티에 한동훈 대표 가족이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제목 내용 똑같은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이런 증거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원게시판에서만 여론조작을 한 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대형 커뮤니티 그리고 네이버 댓글에서도 특정 당원게시판 글과 똑같은 댓글을 지속적으로 남긴 계정도 저희가 다 발견을 했다"라며 "캡처도 확보하고 있고 디시뿐만이 아니라 네이버 댓글에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를 향해서도 "어차피 수사기관 통해서 밝혀지면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된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가족이 했는지 오늘이라도 집에 가서 물어보면 되잖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일단은 대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준석 의원으로부터 "지난주에 오랜만에 전화 주셨더라"라며 "저도 쿨하게 받았다"라고 밝혔다. 장 전 최고위원은 통화의 목적이 "정보 교환"이었다며 "개인적인 감정이나 그때그때 호불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해서 공통된 의견이 있느냐, 그럼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의원이) 어떤 의견인지는 제가 정확하게 모르지만 이게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는 데는 아마 의견 일치가 있을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바로 다음 순서로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이준석 의원은 "저도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몰라서 장예찬 전 최고한테 물어본 것"이라며 "(장 전 최고위원이) 예전에 밝은 세상에서 일할 때는 이런 거 하나 캐면 잘 캤다. 물어봤더니만 또 상세하게 설명해 주더라"라고 전화 통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 대표의) 아들이라는 분은 아직 고등학생인가 중학생인가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나이대 학생이 쓸 수 있는 글인가를 보면 될 것 같다"라며 "저는 내용이 성숙한 나이가 있는 분들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그래서 아닌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딸이라는 분은 유학을 가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IP 보면 미국인지 한국인지 보면 바로 나온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부인 분 되시는 분한테 장예찬 전 최고가 의심의 가닥을 집중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이 의원은 "남의 집에 불난 건데 저희가 이렇게 할 건 없다"라면서도, 이번 게시글이 유포되는 과정이 "조직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친 한동훈계 유튜버 또는 방송 나와서 종편에서 평론 많이 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이걸 끌어다가 자료로 인용해가지고 평론하시고 이랬더라"라며 "저는 정치를 왜 이렇게 다들 잘게 할까. 이렇게 해서 여론을 바꿀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정상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라며, 한 대표 측이 온라인 여론전을 통해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지형을 형성하려 했다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

 

“김건희 개목줄” ‘댓글부대’ 의혹 커지는데…입 닫은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20일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한 대표는 이날도 답변을 피한 채 침묵을 이어갔다. 한 대표의 침묵을 두고 당 안팎에선 한 대표 가족이 실제로 연루됐거나,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의혹이 불거졌던 ‘한동훈 댓글팀’과 관계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와 가족 명의 비방글 1100여건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당원게시판에 무더기로 올라온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5일이다. 일부 정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서 작성자 ‘한동훈’으로 검색하면 “○○(김건희 여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 200여건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이날 밤 한 보수 유튜버가 이를 방송하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일부 당원들은 한 대표의 아내, 딸, 어머니, 누나, 장인, 장모의 이름으로 작성자를 검색해 비방 글 900여건을 더 찾아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휴대전화 등으로 실명인증을 한 당원들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작성자는 ‘한**’ 식으로 앞 글자인 성만 표시된다. 그런데 전체 이름으로 작성자를 검색하면 그가 쓴 모든 글을 찾을 수 있는 ‘오류’가 있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당원 가운데 “한동훈이라는 동명이인이 8명”이라며 글쓴이가 한 대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당원 게시판은 6일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30분까지 ‘점검 중’ 상태였는데, 이후 작성자 검색 기능이 폐지됐다.

하지만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요구가 터져 나오고, 다른 보수 유튜버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이 13일, 한 대표 명의 비방 글을 방송한 유튜버를 겨냥해 “그 글은 한 대표와 무관하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당원과 누리꾼들은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민감한 국면마다 쏟아진 글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날 한겨레에 공개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온가족 드루킹 의혹 참고자료’를 보면, 한 대표와 가족 명의 게시글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던 2023년 1월부터 최근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면마다 비슷한 시간대에 쏟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온 건 한 대표가 4·10 총선 참패 뒤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칩거하던 중 7·23 전당대회 등판론이 나오던 5월8일이다. 당시 당원들 사이에선 4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저자세를 보였다며 탈당 요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하루만 한 대표 이름으로 쓴 글이 51개다. 비슷한 시간에 게재된 글의 제목은 “한 지지자들은 말과 단어도 품격이 있음” “전당대회를 무서워하는 윤(대통령)과 떨거지들” 등이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이뤄진 5월9일에도 한 대표 명의의 윤 대통령 비방 글이 24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재가한 8월13일엔 한 대표 장모 명의 글 37건이 게시됐다. 한 대표는 복권 결정이 알려진 8월9일부터 반대 뜻을 밝혔는데, 9일부터 13일까지 장모 이름으로 올라온 복권 반대 글은 111건에 이르렀다. 장모 명의 글은 한 대표 취임 뒤 친윤계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두고 갈등을 벌일 때인 7월25~29일에도 30건으로, 대부분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 대표 딸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과 똑같은 글이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누리집의 뉴스 댓글,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인물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6월20일 디시인사이드에 ‘한 대표 캠프에 꽃풍선을 보내자’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과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글은 동일 아이피(IP)”라며 “가족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 조작을 했으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입 꾹 닫은 한 대표

글의 작성자가 실제로 한 대표와 가족들인지, 아니면 명의를 도용당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친윤계는 거듭 당무감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친한계는 여기에 선을 그으며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게시글의 양상과 규모를 볼 때 한 대표 가족을 포함해 여러 인물들의 실명 정보를 이용한 댓글팀이 활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직접 보고 들은 게 있다. 한 후보가 법무장관 시절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비슷한 시기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댓글팀으로 의심되는 포털사이트 계정 24개를 발견했다”며 계정 아이디를 공개하기도 했다.

열쇠를 쥔 한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지 2주가 넘은 이날도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제가 오늘 백브리핑 안 하겠다고 했다”며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당 안에선 이런 대응이 문제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의 평소 스타일상 사실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말을 안 하겠냐”며 “본인이 의혹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전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