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에 아들 채용 청탁…대통령실 6급 근무” 주장 나와

SBS “검찰, 재력가 소환 통보”

 
명태균씨가 지난 14일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창원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직원의 아버지인 안동 지역 재력가는 아들의 채용을 부탁하며 명씨에게 억대의 돈을 줬다고 한다.

에스비에스(SBS)는 22일 자신의 아들을 채용시켜 달라며 명태균씨에게 돈을 준 혐의로 경북 안동지역 재력가 ㄱ씨를 검찰이 소환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ㄱ씨 아들은 2021년 미래한국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윤 대통령 대선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7월 안동지역 사업가 ㄴ씨로부터 2억원을 빌렸는데, 이 가운데 1억원은 ㄱ씨 돈이었다고 에스비에스는 보도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빌린 2억원 가운데 3천만원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안동 토크 콘서트 출연료 명목으로 공제하고, 7만원만 ㄴ씨에게 갚았다. ㄱ씨 돈 1억원은 갚지 않았는데,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는 “명씨로부터 ‘1억원은 재력가 ㄱ씨가 아들 채용 청탁 대가로 건넨 돈이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와 관련해 강혜경씨의 변호인은 한겨레에 “(강혜경씨가 진술한 내용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다 ‘내가 했다’는 명태균, 이번엔 “창원지검장 나 때문에 왔는데…”

민주당 녹음파일 공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14일 저녁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열쇠를 쥔 명태균(구속)씨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22일 더불어민주당은 명씨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명씨는 지난해 11월25일 김영선 전 의원(구속)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그 여자(김영선 전 의원)는 입을 열면 죽는다. 사주 자체가. 그 창원의 지검장 다 내 때문에 왔는데”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을 수사하게 될 검찰 인사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과시하는 듯한 내용이다.

올해 1월3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당시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언론 보도로 논란이 불거지자 올해 9월에야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형사부로 사건을 넘겼다. 민주당은 명씨와 강씨 사이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성훈 창원지검장(현 의정부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일 때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공안2부장·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을 맡은 공안통이다. 창원지검 관할에 창원공단이 있어 노동 관련 사건이 많다 보니 전통적으로 공안통 검사장이 임명되곤 했다. 김 지검장에게 명씨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명씨는 또 지난해 12월9일 녹음파일에서 강씨에게 “경찰청장부터 해가(해서), 여기 검찰부터 해가(해서), 김영선이 잡혀가. 그거 다 충성맹세 시킨 것 아나. 내가 데리고 와서. 김영선한테 ‘충성합니다’ ‘충성하겠습니다’ 다 세 번씩 외쳤다. 누가 해줬나, 내가 (해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이 선거 수사로 형사처벌 당할 수도 있는데, 명씨 자신이 검경을 불러서 김 전 의원에게 충성맹세를 시켰다는 다소 믿기 힘든 주장이다. 명씨는 이어 “선관위(에서) 아무리 (사건이) 넘어와도 경찰에서 다 없애버려. 내가 해줬다. 그거 한 달도 안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2022년 9월16일 녹음에서도 명씨는 창원지검장을 언급하며 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에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서부경찰서, 뭐 하는데, 안 그래도 OO하고 지검에 가 까고(가서) 창원지검장 만나가꼬(만나서), OO 문제가 좀 있대. 지검장한테, 뭐 지검장이 저거데, 누고 한동훈이하고 옛날…그래서 한 방에 해결해줬지 뭐. OO 21일 조사받는데 똘똘 말라고 다 해놨던데”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당시 창원지검장은 박재억 인천지검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장 3차장검사일 때 3차장 소속인 강력부장을 지냈다. 박 검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명태균이라는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만난 적도 없는데 황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명태균, 윤 대선캠프도 개입했나…“김건희 설득해 김영선 넣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부탁해 이뤄졌다고 명씨가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씨가 대통령 선거캠프 조직에까지 개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20일 윤 후보 선거캠프는 본부장급으로 추가 인재영입을 하며, 김 전 의원을 조직총괄본부 민생안전특별본부장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명씨는 “2021년 10월 윤 대통령 부부가 사는 아크로비스타를 찾아가 ‘여성 유권자 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선거캠프에 중진 국회의원 출신 여성 간부가 필요하다’고 김 여사를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3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리던 김 전 의원을 집 안에 들어오라고 해서 김 여사에게 ‘우리 시골 누야’라며 소개해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또 “민생안전특별본부 이름은 윤 대통령이 직접 지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씨가 “(본부장에 임명될 것을 미리 알고) 김영선이 (좋아서) 난리 났다, 난리 났어. 오버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는 녹취록도 나왔다. 또 명씨가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지난 8일 명씨 변호인은 녹취록에 나오는 ‘선물’은 공천이 아니라, 김 전 의원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 임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민생안전특별본부를 1만명 규모 조직으로 키워서 윤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녹취록도 나왔다.

명씨에게 1억2천만원씩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이아무개씨와 배아무개씨는 각각 민생안전특별본부 대구본부장과 경북본부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명씨는 지난 2월29일 이른바 ‘칠불사 회동’ 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김영선 전 의원에게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주면 1만명 규모 전국 조직을 통째로 가져갈 것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명태균 대우조선 파업 방문 사흘 뒤 윤 ‘강경 대응’ 주문...명씨 “내가 해결”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조선소 안 제1도크에서 스스로를 1㎥ 철제구조물에 가둔 채 농성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2022년 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현장을 살펴보고 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명씨가 현장을 방문하고 2~3일 뒤 윤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 되면서 파업은 대통령 발언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끝났다. ‘대통령 부부와 친한 민간인’ 신분인 명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는 파업 종료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해결했다”라며 자랑했다고 한다.

이아무개(47)씨는 21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대우조선 대관팀(정부·공공기관 상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 ‘대우조선이 망하면 거제가 망한다’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평소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다고 말했던 명태균씨에게 ‘현장 상황을 대통령 쪽에 좀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명씨의 현장 방문일을 2022년 7월15일 또는 16일로 기억했다. 이씨는 “명씨가 대우조선 입구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대우조선 버스를 타고 대관팀 안내를 받으며 파업 현장을 둘러봤다. 버스에 타서 내릴 때까지 15분 정도 걸렸는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라며 “대관팀이 보고서도 줬는데, 일반적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명씨가 다녀가고 2~3일 뒤인 7월18일 오전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또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 주례회동에서는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서는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등을 예고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공권력이 곧 투입될 것이라는 말이 현장에 퍼졌고, 결국 7월22일 밤 대우조선 하청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는 협상을 타결했다. 6월2일 파업을 시작하고 51일째였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하청노조 조합원 28명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지난해 5월23일 회사 이름을 한화오션으로 바꿨다.

대우조선 대관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기에 도움을 청했다. 명씨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당시 대관팀 간부들은 대우조선에서 한화오션으로 바뀐 이후 모두 회사를 떠났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당시 정치인 등 많은 사람이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방문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정확한 상황과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명태균씨가 현장 방문 이후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파업 타결 이후 명씨는 주변에 ‘내가 다 해결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말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