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위법 판단했는데…‘파우치’ 박장범 생존 길 

 

서울남부지법 “KBS이사회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무효’ 단정 어려워”...“PD수첩 과징금 취소,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와 이 사건은 달라”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회의로 뽑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 효력이 정지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26일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10월17일엔 서울행정법원이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기 위해서는 최소 3인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추천 2인 방통위 의결은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재판장 김우현)는 22일 KBS 야권 이사들이 제기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는 사법부의 제동 없이 사장직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른바 2인체제 하에서 방통위의 추천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이 그 처분의 위법성이 명백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똑같이 2인 방통위를 거쳤는데, 왜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 판단은 달랐을까. 

KBS 야권 이사들은 “방통위가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된 2인의 위원만 구성된 상태에서 2인의 의결만으로 KBS 이사 7인을 추천하는 의결을 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이고, 선행처분인 방통위의 이사 추천이 무효인 이상 후행처분인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 역시 중대‧명백한 하자가 승계되어 무효”라는 입장이었다. KBS와 박장범 후보자 측은 “방통위법에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고 설령 2인체제 의결이 무효여도, 대통령이 KBS이사를 임명함에 있어 방통위의 추천에 구속된다고 볼 수 없고 임명권자로서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하자의 승계’ 이론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신청인측이 2인체제 위법의 근거로 내세운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결정 및 항고심을 두고 “본안청구의 인용가능성이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통위에게 이사의 임명권이 있다고 정하고 있어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에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을 두고서도 “그대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이른바 2인체제 하에서 의결로써 한 행정처분에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에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역시 판단했다. 나아가 “KBS측 주장과 같이 방통위법에는 의사정족수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의결정족수(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인데, 신청인 주장과 같이 방통위법의 입법목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성격 등을 고려해 재적위원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른바 2인 체제하에서 방통위의 추천 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명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고 이 사건 이사회 결의에 자격 없는 이사가 참여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임명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빠르면 23일 박장범 후보자 KBS 사장 임명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윤, KBS 박장범 청문보고서 22일까지 재송부 요청…임명 강행 수순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사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재송부 시한은 하루로 22일까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앵커 시절 진행했던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파우치”로 표현하며 사안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고, 사장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7대 인사 기준’에 의해서도 결격 사유 없는 후보임이 이미 증명이 됐다”며 “민주당식 방송장악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맞섰다. 과방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내일이라도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최해 여야가 함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회가 22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은 23일 이후 이른 시기에 박 후보자를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