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라고 불러준 대가”
언론노조 KBS본부 “용산, 대놓고 정권 비호 할 아첨꾼 선택”

 
 
▲박장범 KBS사장 내정자와 김건희 씨. 디자인=안혜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박장범 전 앵커를 KBS 27대 사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에 박장범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면서 박 후보자를 두고 “KBS ‘뉴스9’ 앵커를 역임하며 언론인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탁월한 친화력과 협상 능력, 적극적인 자세로 조직 내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고 평가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겸비한 공영방송 사장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아첨 언론’의 새 지평을 연 박장범 씨의 KBS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조만한 백’이라고 불러준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권력은 이제 낙하산만으로는 부족해 대놓고 정권을 비호 할 아첨꾼을 선택한 것”이라며 “권력에 대한 비판을 모르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앞장서 권력의 성과를 홍보하고, 권력을 향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물타기 하라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국회는 사흘에 걸쳐 실시된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 박장범의 왜곡된 언론관, 부적절한 주식거래, 세금 탈루, 아들의 위장전입, 스쿨존 속도위반, 과태료 미납으로 인한 차량 가압류 등을 밝혀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이미 김건희 여사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판단뿐이었던 듯이 예정된 현장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임명안 처리를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술친구’로 불리는 박민 사장이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시켰다면 박장범 체제의 출범은 KBS가 김건희 방송임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Kimkeonhee Broadcasting System’을 국민의 방송 KBS로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박장범 사장 내정자를 향해선 “기자와 앵커 출신이지만 지난 2월 대통령 대담을 진행하면서 언론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모든 언론이 ‘명품백’이라는데 가격도 숨기고 ‘고가’라는 표현도 못 한 채 굳이 ‘파우치’로 불렀다. ‘조만한 백’이라는 설명까지 붙여 의미 축소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청문회 도중 청문준비단원이 KBS 기자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찍혀 ‘답변 안하기 전략’이 들통나기도 했다”며 무자격 사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장범 KBS사장 내정자. ⓒ연합
 

언론노조 KBS본부는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 KBS 사장 선임에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박민 사장이 면접 전에 교체를 통보받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복수의 직원이 청문회에서 증언했다”며 “대통령실이 ‘파우치 박장범’을 사장으로 임명하려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앞서 KBS이사회는 지난달 23일 박민 사장과 박장범 전 앵커,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등 3명의 후보자를 놓고 공개 면접을 실시했는데, 면접 전날인 22일 박민 사장이 대통령실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주변에 알렸다는 것이다.

KBS본부노조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사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권력에 의해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방송법 50조를 위반한 것으로 심각한 법치주의 훼손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사장 임명 과정 개입 의혹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며 국회를 향해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사장 후보자 추천 과정의 불법성 검증을 위해 오는 25일 KBS이사회 현장 검증을 예고한 상황이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