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죽이는 데 실패하자 법으로 죽이려는 시도
사법부가 완성시켜 준 검찰·언론 마녀사냥 3년
기득권 카르텔의 주요 구성원이자 대변자 역할
윤석열 사단과 검찰-언론-사법부 '삼인성호' 체제
'판결은 신성·공정하니 존중해야 한다'는 헛소리
현재 사법 질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수자, 약자
윤 탄핵 넘어 검찰·언론뿐 아니라 사법 개혁 중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에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유했다가, 주류언론들의 강력한 반발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법조기자나 족벌언론들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정치검찰과 기득권 세력의 '애완견'이 됐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은 지난 3년이 넘도록 이재명 대표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찍어서 악마화해 왔다. 올해 초에 모두를 놀라게 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살인미수 정치테러는 그런 악마화가 낳은 개인적 일탈이었다. 하지만, 칼로 동맥을 자르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것은 기득권 세력의 중요한 조직적 목표였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핵심 측근들을 구속하고,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하고, 이재명 대표를 3번이나 공개 소환해서 포토라인에 세우고, 6번이나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는 12개의 혐의로 동시에 5건의 재판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3~4일을 꼬박 수원까지 오가야 하는 처지가 돼 있다.
이재명 구속이나 처벌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하나라도 나올 때까지 끝없이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하면서, 특수통 검사들은 칼을 찌를 뿐만 아니라 비틀면서 내장까지 다 긁어내는 수사방식을 사용했다. 임은정 검사는 이것을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고 "검찰 인력이 사냥꾼들이고 몰이꾼이고 사냥개가 되는 거라서 사냥감을 잡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죠"라고 지적했다.
특수부 검사들의 이런 사냥에는 족벌언론, 법조기자들과 손잡고 진행하는 언론플레이와 여론재판이 뒤따랐다. 악랄한 사냥과 같은 수사와 여론몰이가 벌써 3년째이고, 그렇게 이재명의 주변에서 수사받고 검찰과 언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벌써 5명이나 죽었다. 그러면 또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 죽음의 책임도 이재명의 탓으로 돌렸다.
이를 통해서 이재명 대표는 파렴치한 범죄자이고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이미 정해진 결과이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조선일보는 "재판 4개 중 하나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올가을 … 무더위를 참고 버티면 청량한 가을이 오는 계절의 순리처럼, 우리 정치에 상식이 회복되는 첫 단추가 채워질까"라며 판결을 기대했다.
거의 고문과도 같은 이런 사냥의 표적이었던 이재명 대표는 최근 부인 김혜경 씨의 재판을 앞두고 올린 글에서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라며 그 답답하고 억울해서 터질 것 같은 심정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주에 사법부는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의 기대마저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판결을 통해서 이 사냥을 완성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판결에 충격을 받으며 어떻게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판결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사법 질서와 구조를 살펴보면 그 배경과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사법부의 구성원들 자신이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들로 이루어진 특권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사법연수원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판사가 되고, 그들은 대부분 명문대 로스쿨 출신들이고, 명문대 로스쿨은 대부분 강남 8학군에서 배출되고 있는 구조다. 물론 개별 판사 중에서는 그런 특권적 가족 배경이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들은 자산가, 기업주, 고위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사주, 병원장, 교수, 의사와 같은 특권층이나 특권 전문직들과 인맥, 혼맥,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같은 골프클럽이나 헬스클럽 회원이기도 쉽다.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 속에서 형성되는 여론, 눈높이와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쉽다.
판사 퇴임 이후에 대기업의 법률 자문이나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들에 가기 위해서도 이것은 자연스러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 재산 공개를 보면 법원장, 부장판사 등이 엄청난 재산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국 사회의 사법 질서는 기본적으로 강자와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이해가 안 가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록 보수우파 정치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더 강자와 권력자에 있는 것은 맞지만, 민주당이 약자라거나 권력에서 배제됐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두 번이나 집권한 적이 있고 지금도 제1야당으로서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보수우파 정치세력에 더 우호적이고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엘리트들 속에서는 보수우파가 여전히 더 주류이고 다수이기 때문이다. 군부와 일당 독재 시절부터 형성돼 온 기득권 카르텔에서 민주당은 여전히 비주류이고 소수파의 지위에 있다.
둘째, 보수우파가 주도하는 이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에 검찰이 있고, 검찰과 사법부는 긴밀하게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사와 판사는 하나로 묶여서 ‘판검사’라 불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들 중 다수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사법연수원 동문일 뿐 아니라 퇴직 후의 동종 업자이기도 합니다."(전우용 역사학자)
셋째, 검찰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법부의 판결에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내용으로 영장을 신청하느냐, 누구를 불기소하고 누구를 기소하느냐, 재판에 어떤 증거를 제출하거나 제외하느냐, 어떻게 그림을 그려서 어떤 죄목을 넣거나 빼느냐, 어느 정도의 구형으로 형량을 요구하느냐에 따라서 재판 결과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째, 그런데 '윤석열 사단'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과 개입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윤석열 사단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수사하면서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었고, 그 후에도 판사들의 신상과 평판에 대한 정보 수집과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래서 윤석열 사단은 마음에 안 드는 판사를 수사와 기소하겠다고 압박하며 교체하는 힘을 보여줘 왔다.
다섯째, 대통령 당선으로 윤석열 사단은 날개를 달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사 인사에 대한 검증 권한을 틀어쥐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전부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들은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와 사법고시 동기와 선후배들인 보수적인 법관들을 주요한 자리마다 임명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더 철저한 장악을 추진해 왔다.
여섯째,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은 윤석열 사단의 사법부 압박과 통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다. 윤석열 사단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은 족벌언론들의 표적이 돼서 낙인이 찍히고 두고두고 조리돌림을 당했다. 예컨대 족벌언론들은 '윤핵관'인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판결한 판사의 고3 때 쓴 글까지 찾아내 "노사모"로 낙인찍었다.
조국 재판에서 검찰에 비협조적이던 김미리 판사는 4년이 지난 아직도 족벌언론에 이름이 나온다. 윤석열 사단이 정보를 흘리면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들이 그것을 받아서 개별 판사들에 대해 품평하거나 압박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개별 판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서명 운동이나 규탄 집회가 아니라, 이처럼 기득권 카르텔 내부에서 나오는 평판, 압박, 주류언론의 논평 등이라고 봐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부당한 외부적 압력'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탄원 서명을 받고 집회와 시위를 하면서 공정한 판결을 요구해도, 기본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증거의 가치를 법관의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는 법의 잣대와 저울이 한쪽으로 휘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다.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법관의 이성과 양심'이 아니라 그 법관이 속한 기득권 그룹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서 유무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족벌언론, 정치검찰, 사법부의 ‘삼인성호’라는 이 치명적 구조는 단지 이재명에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니고 윤석열만 퇴진시킨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삼인성호' 마녀사냥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하거나 방조, 동조하면서 '나는 조국, 윤미향, 이재명 등과 정치적 노선과 입장이 다르고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니까'라면서 그것의 성공을 응원하는 사람과 세력이 상당히 많았다는 데 있다.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 준 경우는 바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구주류였다.
금태섭, 박용진 등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스스로의 주장과 실천을 통해 민주당 당원과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게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이 경쟁자인 이재명을 사법적으로 제거하고 나면, 자신들이 그 공백을 차지하면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진보 좌파' 지식인과 단체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사람들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기껏해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말이나 하고 있다. 예컨대 경향신문 사설은 "여야 정치권은 전체로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법원은 우리 사회 신뢰를 지탱하는 보루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신성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것은 언제나 가장 흔하지만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별장 성접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결국 무죄로 풀려난 판결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판결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중단시키며 자리를 지켜준 판결이 공정하고 정의로웠나?
곽상도 아들에게 간 50억 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이,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를 뒷받침하며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을 구속한 판결들이, 이태원 참사에서 하급 말단 공무원 말고는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민주노총 간부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징역 15년으로 법정 구속한 판결이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기에 우리가 '존중'해야 할 판결들인가?
지금처럼 있는 죄도 없애고,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주류언론-검찰-사법부의 공모와 카르텔 구조에서 가장 취약하고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바로 가장 돈 없고 힘없는 노동자,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을 볼 때 '신성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존중하자'라는 이런 태도가 누구의 편에서 무엇을 돕는 것인지는 명백하다.
더구나 지금 '삼인성호' 카르텔은 이재명 대표(와 대법원 판결을 앞둔 조국 대표 등)의 정치적 생명을 사법적 방식으로 끊음으로써,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지난 총선 결과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2년 반 후의 대선도 자신들의 뜻대로 주무르고 싶어 한다. 대통령을 시민들이 선출하는 게 아니라 검찰, 족벌언론, 사법부가 입맛에 맞게 골라내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 마냐,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냐 싫어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민주주의 원칙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판결을 절대 존중할 수 없고, 강력하게 규탄하고 비판할 뿐 아니라, 이런 기막힌 판결을 계속 만들어내는 지금의 사법 질서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탄핵과 하야를 넘어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뿐 아니라 사법개혁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회적 의제들을 결정짓는 소수의 법관들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고,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통제하는 일제 때부터 이어진 낡은 구조를 바꾸고, 법관의 민주적 선출과 탄핵을 위한 제도 마련, 재판의 투명한 공개와 배심원제 확대 등 시민적 통제가 필요하다. < 민들레 전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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