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성접대'를 '불법 출금'으로 되치기한 검찰


간교한 프레임 전환과 보복수사, 법정서 안 통해
차규근‧이광철‧이규원‧이성윤, 항소심 전원 무죄
"긴급 출국금지는 절차상 위법" 1심 판단 뒤집혀
이규원 1심 일부 유죄 '허위 서류' 부분도 무죄로

"검찰개혁에 깡패처럼 보복한 윤석열, 입장 내야"
"이재명 사건과 공통점…법원이 바로잡을 수 있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25 [공동취재] 연합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그를 끝없이 비호했던 부패 검사들을 단죄하기는커녕, 거꾸로 '김학의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던 윤석열 검찰이 항소심 법정에서 완패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를 남발한 정치검찰이 사법부에 의해 철퇴를 맞은 격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1-3부(박영주 박재우 김영훈 부장판사)는 25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긴급 출국금지는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판시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며 그 정당성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의 경우 1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단돼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이번에 전부 무죄로 뒤집혔다. 동일한 사건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별도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미 지난 1월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엮여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했던 검찰개혁파 인사들이 지난 2021년 4~7월 기소된 이래 지난한 법정 투쟁 끝에 전원 결백을 인정받은 것이다. 검찰은 차 의원과 이 대변인에게 각각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과 이 의원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1.25. 연합
 

서울고법 형사11-3부 재판부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차 의원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출입국 알람 설정을 해놓게 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해외 도피 가능성이 제기돼 출입 금지가 논의되던 김 전 차관의 입출국을 적시에 파악하려면 알람 설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무단 수집 혐의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자이지, 차 의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불법 조회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출입국본부장의 정당한 업무 행위"라고 했고, 가장 큰 쟁점이었던 긴급 출국금지 승인 혐의 역시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할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이던 이 대변인은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과거 사건번호로 작성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해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및 공용서류 은닉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인 자격을 도용해 승인요청서를 작성한다는 인식 및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김학의 성접대·뇌물 수수' 혐의 재판과 '김학의 불법 출금' 혐의 수사 및 재판을 모두 맡았던 이정섭 검사. YTN 뉴스 영상 캡처.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한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2024.5.28. 연합
 

항소심 결과에 대해 이광철 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서 "2019년 3월 22일 이후 5년여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긴급 출금은 위법하나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한 1심의 판단이 아쉬웠는데, 오늘 항소심은 긴급출금 자체가 적법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준희 검사의 이른바 공익신고를 빙자하여 관할도 아닌 이정섭 검사가 있는 수원지검에 보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과거사 정리 작업에 보복한 윤석열은 오늘 판결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수사권을 갖고 깡패들처럼 자기 수하들에게 사건을 보내 보복하게 한 윤석열 패거리들의 행태에 당시 패거리 두목격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답변 기다린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아울러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관련해 고초를 겪었던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이광철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총괄간사, 이규원 대변인의 2심 무죄 판결도 환영한다"며 "두 사건 모두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주축인 일부 정치검사들의 먼지털이식 수사, 무리한 기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힌 것이다. 중형 선고를 간절히 바라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제 하늘을 보고 짖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사법부는 이를 물리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오늘 증명됐다"며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역사는 더디지만 반드시 진보한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의혹 앞에서는 애완견이 되고, 그들의 정치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사나운 사냥개가 되는 정치검찰의 시대도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당이 공개한 검찰 1‧2‧3차 김학의 수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