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신 중거리 미사일 동원 우크라 보복 공격
"서방 방공망 요격 못하는 초음속" 추가 발사 경고
핵탄두 장착 가능 다탄두 '하젤' '오리시니크' 공개
"미국, 유럽-아시아 IRBM 배치, 연습하는 데 대응"
푸틴 TV 연설서 쿠르스크 북한군은 언급도 안 해
트럼프 2기 취임해도 전략무기 무한 경쟁 나설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공격 승인 결정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략무기의 시험 공간으로 변모했다. 21일, 러시아가 최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우크라에 발사함에 따라 급속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조기 종전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임을 두 달 남기고 통제 불능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되'로 받고 '말'로 갚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국에 생중계한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군이 미국,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 것에 대응해 신형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군은 19일부터 미국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 스톰 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와 쿠르스크주를 잇달아 공격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보복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은 20일 키이우 대사관을 일시 폐쇄,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가 21일 업무를 재개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사일과 다른 무기를 생산하는 우크라(드니프로의) 최대 공업 단지에 미사일 파괴 시험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라면서 "러시아 중거리미사일(IRBM) 시스템 중 가장 큰 미사일을 전투 조건에서 시험발사했다"고 말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오레시니크(Oreshnik) 시스템 또는 하젤(Hazel)로 호칭됐다. 사거리 1000~5500㎞의 오레시니크(개암)에는 각각 별도의 유도장치를 보유한 여러개의 탄두가 장착된다. 소련 시절 RSD-10 파이오니아와 2027년 러시아 무력체계에 포함될 예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루베즈도 이러한 유형의 미사일이다.
푸틴은 우크라 지원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초당 1.5~3㎞를 날아가는 하젤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는다. 요격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현대적 대공방어시스템로 막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험발사는 러시아 연방의 안보에 가한 위협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자신들의 무기로 러시아 시설 타격을 허용한 나라의 군사시설에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단언했다. 또 "공격적인 행동이 확대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은 이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우크라 내 공격 목표가 결정되면,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목적에서 사전 통보할 것"이라면서 "공개적, 공식적으로 알릴 것이므로 적들도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번 발사에 앞서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INF 폐기 뒤 개발한 미사일"
주민 대피 통보를 하겠다는 말은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개발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IRBM 및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한 응답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2019년 억지 주장을 내세우며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조약(INF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라면서 "이제 미국은 그러한 장비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보고 있듯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으로 진전된 미사일 시스템을 이전하고, 군사훈련 중 사용 연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만료를 1년 남긴 INF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단, 중거리 핵전력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협정 파기의 빌미로 삼았지만, 이는 INF협정과 관련이 없는 무기였다.
푸틴은 세계 어떤 지역에서건 미국의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러시아가 자발적, 일방적으로 단,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에 주의를 환기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선호해왔고, 지금도 그럴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떠한 사건 전개에도 대비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세계 안보 시스템을 파괴한 것은 미국이지 러시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라면서 "미국은 계속 싸우고, 자신들의 헤게모니에 집착함으로써 전 세계를 글로벌 분쟁으로 몰아간다"고 역설했다.
사전통보 받은 미국 "우려" 표명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는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며 "확실히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싱 대변인은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RS-26 루베즈 ICBM 모델에 기반한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발사 직전에 미·러 간 '핵 위험 저감 채널'을 통해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우크라 공군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카스피해 연안의 아스트라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미사일의 속도와 고도 등 모든 특성이 ICBM에 부합한다"고 말했었다.
우크라군이 에이태큼스 6기를 발사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 탄약저장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중 5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군 북부그룹의 지휘소 한 곳이 타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적의 이러한 무기 사용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서의 적대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면서 "러시아군은 전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전진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모든 과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이든, 스타머 공개 언급 회피
바이든 대통령이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나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 사용 승인 사실을 언론에만 흘리고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과 달리 푸틴은 직접 IRBM 발사를 발표했다. 푸틴은 특히 연설 대상으로 러시아군과 국민, 파트너 국가에 더해 "쿠르스크와 브리얀스크 공격으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길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설정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에 대한 영국의 지원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면서도 스톰 섀도 사용 승인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 바이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푸틴은 연설 중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사태 전개를 예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퇴임 두 달을 앞두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우크라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군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최소한 1년 전부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와 잦은 연합연습이 러시아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해 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말 이러한 이유를 들며 2024년 중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하나로 한반도를 특정한 바 있다. 푸틴은 평양을 방문,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지난 6월을 전후해 서방이 우크라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허가가 북러 군사기술 협력 및 러시아 핵무기 사용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INF 파기 장본인
푸틴이 미국의 INF 협정 탈퇴를 빌미로 신형 IRBM 개발 사실을 공개하고 우크라에 시험발사까지 함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뒤에도 미·러 간 전략무기 개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전의 조기 종전을 약속해 왔지만, 국제적인 핵 규범의 복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INF를 파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쟁에 지친 우크라 국민들 “이제 그만 싸우자” (0) | 2024.11.28 |
---|---|
북한군 교전에 500명 사망설까지…증거 없고 설 난무 (0) | 2024.11.26 |
러 "한국, 살상무기 우크라 공급시 모든 방법으로 대응" (0) | 2024.11.25 |
가자 학살 진두지휘 네타냐후 '국제전범' 공식 낙인 (0) | 2024.11.23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한국 뒤통수 쳤다 (0) | 2024.11.23 |
사우디-이란 연대 '탄력'… "바이든 · 트럼프보다 시진핑" (0) | 2024.11.21 |
핵전쟁의 문턱 넘어가나... 우크라이나 전쟁 새 국면 (0)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