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직원·연구자 등 274명, 시국선언
"국정농단,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서"
"대북제재와 군사 압박으로 역효과만"
"친일적·퇴행적 역사행보로 국민 분노"
"민생은 손놓은 채 권력투쟁에만 골몰"
"의료대란으로 국민 생명권 위협까지"
"저급한 품격, 받아들일 수준 아니야"
인하대학교 교직원들이 2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때"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인하대 교수·직원·연구자274명은 이날 오후 시국선언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이제 그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고 선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의 권력은 선공후사, 무엇보다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사용해야 하며, 정해진 절차와 규범에 따라 공적인 방식으로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권한 없는 가족이 사사로이 국정에 관여하고 농단하는 것을 방조했다"며 "뿐만 아니라 국민들 다수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가족 비리와 채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월권행위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역대 정부가 어렵게 쌓아 올린 남북 협력의 성과는 무색해졌으며, 평화를 위한 다자외교의 노력 역시 실종된 상태다. 특히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 중심의 정책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보다 긴장만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안전을 무책임하고 반평화적인 윤석열 정부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윤 대통령이 ▲"친일적·퇴행적인 역사 행보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국가 관리나 민생은 손놓은 채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바이든-날리면 사태' '헌정사상 최초 국회 개원식 불참' 등을 예로 들어 "논란에 대한 저급한 대응으로 지도자의 품격과 권위를 상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일그러진 우리 모습은 결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인내하기에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존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바쳐 온 피와 희생이 너무 크다"면서 "스스로 매질을 하는 심정으로 우리가 선출한 윤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며, 대통령 하야와 특검 수용 등을 요구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다음은 인하대 시국선언문 전문.
<인하대 시국 선언문>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때이다.
오늘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 가족은 대통령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것을 넘어 국정과 공권력에 직접 개입하여 농단하고 있다. 대통령은 극단적이고 편향된 인식으로 편을 갈라 국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외세에 희생당한 국민의 권리와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대신 대외협력의 명분으로 무시하며 구걸 외교를 하고 있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거늘,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궤변을 일삼으며 폭주하고 있다. 국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윤석열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대통령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이나 공정무사한 인사 요구에,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느니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인사는 국민의 고유 권한이다. 우리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이제 그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고 선언한다. 우리 선언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권력을 사유화하여 헌법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였다.
대통령의 권력은 선공후사, 무엇보다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사용해야 하며, 정해진 절차와 규범에 따라 공적인 방식으로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권한 없는 가족이 사사로이 국정에 관여하고 농단하는 것을 방조하였다. 또한 헌법이 정한 공적 신분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무시하고 정당의 정치적 결정 과정에 개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 다수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가족 비리와 채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월권행위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대통령 개인의 이해를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때 그가 그토록 부르짖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도 자신의 행동이 민망해서 공정과 상식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 또한 최소한의 자의식과 양심은 있다며 위안을 삼아야 하는가?
2. 국민들을 전쟁의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쌓아 올린 한반도 평화의 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붕괴했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북·중·러의 결속을 촉진하며, 한반도를 냉전적 대립 구도로 되돌렸다. 역대 정부가 어렵게 쌓아 올린 남북 협력의 성과는 무색해졌으며, 평화를 위한 다자외교의 노력 역시 실종된 상태다. 특히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 중심의 정책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보다 긴장만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은 무력 충돌 가능성에 직면했다는 국외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비상식적이며 위험천만한 대응이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안전을 무책임하고 반평화적인 윤석열 정부에 맡길 수 없다.
3. 친일적·퇴행적인 역사 행보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친일 행동을 보이고 있다. 작년 삼일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이 아닌 우리 국민들의 반성을 촉구하더니, 피해자들이 동의도 없이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내놓았고,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일본을 안심시켰다. 그 뒤로도 많은 국가에서 반대하는 핵오염수 방류를 용인하였고,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 등이 빠진 채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동의해 일본 극우 정치인의 극찬을 받았다.
정부의 주요 인사는 일본이 사과로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고 하고,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망언을 하여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또한 난데없이 항일 운동의 상징인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외부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뒤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등 주요 역사기관에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지닌 인사들을 임명하였다. 이는 수십 년 동안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이룬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하는 행위로서, 정치적 입장에 상관없이 국민 전체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 국가 관리나 민생은 손놓은 채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의 업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기억나는 것이라곤 이태원 참사, 잼버리 대회 파행 운영,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으로 국가 관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들 뿐이다. 정부는 엑스포 투표에서 부산이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한 뒤 로마의 지지표를 흡수하여 역전할 수 있다고 했지만,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약 2/3를 득표하였다. 엑스포 유치 실패도 문제지만, 설익은 정보 수집 능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서민경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국민들은 고물가에 신음하고, 자영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에 생존의 갈림길에 있다.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은 더 상승하고 있다. 민생이 이렇게 파탄에 처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감세를 강행하고 있다. 거시경제는 어떤가. 2023년 성장률은 1.3%에 그치며, 1956년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충격 없이도 1%대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2·3분기 성장률은 각각 -0.1%와 0.1%로,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부진하며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그 대신 여당 대표와의 갈등과 같은 사안은 막장 드라마처럼 중계되고 있다. 이 정부가 과연 국민의 안위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반면, 권력 투쟁에는 이보다 더 진심일 수가 없다.
5.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대란은 대통령의 갈등 관리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제대로 의학교육을 준비하지도 않은 채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반대편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설득하여 합의에 이름으로써 추진 동력을 얻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현장의 반대를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붙이고 당사자들의 집단 행동을 수사로 협박하면서 진심어린 협상과 협조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일방적으로 정원 확대를 발표한 뒤, 이제는 늦었다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중증·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필수의료, 공공의료, 지역의료 활성화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의료체계 붕괴 현실을 군의관이나 엄청난 건보재정으로 막고 있을 뿐이고, 졸속으로 추진된 의료개혁은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의료민영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6. 논란에 대한 저급한 대응으로 지도자의 품격과 권위를 상실하였다.
바이든과 비속어로 논란이 일 때, 어이 없게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회를 향한 말이었다고 했다가 뒤이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 배우자가 리투아니아 방문 중 명품 매장에 쇼핑을 갔다는 해외 보도가 나오자, 호객 행위에 낚였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했다.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격노를 일삼고 있는데, 남발하는 격노도 문제지만 감춰도 시원찮을 격노를 자랑처럼 떠들어대니 국민들은 이제 격노에 무감할 뿐 아니라 또 격노냐며 조롱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과 시정 연설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3권 분립을 존중해야 하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보기 싫고 불편한 존재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반드시 해야 함에도 하기 싫은 일은 내팽개치는 등, 대통령의 공적 역할과 사인(私人) 윤석열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일차원적인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최고 지도자의 언행을 보며,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 이전에 한 개인의 인격까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의 일그러진 우리 모습은 결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인내하기에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존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바쳐 온 피와 희생이 너무 크다. 2년 반 이후에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국가의 존립 근간인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처한 위기가 너무 심각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의 자존을 지키고 현재의 심화되는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스스로 매질을 하는 심정으로 우리가 선출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대통령과 배우자는 불법적인 정치개입과 권력 농단에 대해 사과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
- 공정하고 공평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김건희, 채상병 등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
-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는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 친일 굴종 외교를 중단하고, 뉴라이트 외교안보 인사와 역사기관장을 교체하라.
- 경제, 사회정책을 민생을 위한 기조로 즉각 전환하라.
- 의료 현장 인력을 참여시켜 의료 시스템과 의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동시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라.
2024년 12월 2일
인하대학교 교수, 직원, 연구자 일동
총 274명
기명: 202명
강병구, 강상길, 강수환, 강승훈, 경정익, 고인석, 고일석, 고재민, 고재봉, 곽영선, 구세진, 권나영, 권미애, 권민정, 권상기, 권순욱, 권훈, 기세휘, 김도영, 김도완, 김동식, 김만수, 김명인, 김민배, 김병국, 김병삼, 김상우, 김상원, 김선기, 김수연, 김수정, 김승우, 김연주, 김연주, 김영, 김영구, 김영민, 김영순, 김영호, 김영환, 김용진, 김용해, 김우석, 김유성, 김은영, 김의영, 김종배, 김종철, 김주형, 김지현, 김지훈, 김진, 김진선, 김진주, 김창환, 김태승, 김필규, 김현준, 김형돈, 김화순, 김희정, 노철언, 노태훈, 동승모, 류달성, 류수연, 문성진, 민경진, 민정기, 박경희, 박동호, 박정의, 박주현, 박천응, 박혜영, 배성미, 백시영, 사오리, 서경석, 성도환, 성재욱, 소병훈, 송동하, 송혜은, 신동훈, 신진영, 신현태, 신희성, 심종환, 안동하, 안재환, 양성희, 양승재, 양인성, 양재훈, 양춘우, 연석정, 오남식, 오동현, 오명선, 오영섭, 오윤정, 우환식, 원동준, 원종찬, 유상봉, 유영종, 유창민, 유창호, 육상효, 윤미선, 윤상진, 윤선주, 윤승준, 윤재중, 윤현명, 윤홍식, 이경규, 이경주, 이경희, 이관홍, 이근섭, 이동훈, 이민백, 이민정, 이병국, 이봉규, 이선구, 이수연, 이영택, 이용진, 이운규, 이익권, 이정빈, 이종협, 이주영, 이주홍, 이지애, 이지연, 이창선, 이충권, 이태수, 이향란, 이현우, 이호재, 이효원, 임세실, 임준, 임학성, 장경호, 장성필, 장우제, 전한웅, 정경희, 정대용, 정미영, 정선태, 정성관, 정영태, 정예원, 정재훈, 정종현, 정준호, 정찬모, 정태욱, 정한영, 정혜온, 정회윤, 조강현, 조기현, 조나영, 조승희, 조원승, 조장천, 조재완, 주마나몽, 주수정, 차종호, 차태근, 최리노, 최규진, 최민석, 최수진, 최우창, 최윤미, 최인숙, 최정철, 최지연, 최지호, 최흥섭, 최희, 편석준, 하종천, 한성우, 한재준, 한재준, 허인영, 홍명덕, 홍순선, 홍순언, 홍지미, 황순찬
무기명: 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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