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 군수 공천·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 대가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검찰이 명태균씨가 대통령실 취업, 경북 지역 군수 공천, 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ㄱ씨에게서 2021년 7월 2억원을 송금받은 경위를 물었다. 이에 김 전 소장은 “(2021년 7월 이전에 ㄱ씨의 지인인) 정아무개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경북 안동 지역 사업가 조아무개씨의 아들 대통령실 취업과 자신의 경북도청 특보 취업, 다른 사람의 경북지역 군수 공천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2억원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안동의 한 사회복지시설 관장인 정씨는 2021년 7월부터 미래한국연구소 사내이사를 맡는 등 평소 명씨와 김 전 소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명씨와 김 전 소장 등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명태균씨가 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창원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미래한국연구소의 회계를 도맡았던 강혜경씨는 앞서 검찰에 출석해 “명씨가 (2억원 중) 1억원은 조씨 아들 (취업) 청탁 대가이니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취재진에겐 “ㄱ씨에게서 받은 돈은 사업 경비와 여론조사 등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조씨 아들은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갔고 올해 대통령실 6급 에이아이(AI)·디지털비서관실 행정요원으로 발탁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나머지 1억원 중 3천만원은 안동에서 열린 정치 토크콘서트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출연시킨 소개비 명목으로 공제했다. 명씨는 평소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당선,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에 본인이 크게 기여했다고 주변에 얘기해왔는데, 명씨가 이 대표의 토크콘서트 출연을 성사시키면서 정씨와 조씨 등이 명씨를 신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7천만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ㄱ씨에게 돌려줬다. 김 전 대표는 검찰에서 “경북 지역 군수 공천과 경북도청 특보 채용이 실현되지 않아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ㄱ씨는 지난달 미래한국연구소가 1억7천만원 중 1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김 전 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김 전 소장은 송금받은 2억원 중 1억5천만원은 조씨에게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체적인 자금의 출처는 불분명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ㄱ씨와 정씨, 조씨 및 그의 아들을 차례로 불러 돈의 출처와 청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ㄱ씨 등은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ㄱ씨는 지난달 23일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1년 중반에 제가 돈을 빌려줬는데 그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도 하기 전이다. 대통령 후보도 결정이 안 난 시절에 무슨 취업 청탁을 하나”라고 말했다. 명씨 쪽 변호인은 “경북지역 군수 공천과 경북도청 특보 취업 청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정혜민 기자

>
명태균씨가 지난달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여론조사 쏟아져 들어온다”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에 가짜 사무소·언론사 차려

 

 
 
미래한국연구소가 서울시에 제출한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VOK) 등록신청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여의도연구원·서울시와 서울 지역 정치인들의 여론조사를 많이 수주하게 됐다”며 2020년 4월 서울에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소와 인터넷신문사를 가짜로 설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관련 공익신고자인 강혜경씨는 2일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인 명태균씨는 서울 정치인들의 여론조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2020년 4월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를 가짜로 만들고, 서울사무소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사까지 가짜로 만들었다”며 “서울사무소와 인터넷신문사 모두 서류에만 존재할 뿐 실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 명의상 소장이었던 김태열씨도 “당시 명태균씨는 ‘앞으로 여의도연구원과 서울시 여론조사를 엄청나게 따올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 사무소와 언론사가 필요하다’며 서울사무소와 언론사를 서류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창원지검은 지난 10월24일 관련 서류를 확보해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6월21일 일간신문 ‘투데이경남’을 등록했다. 선거 여론조사를 하려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해야 하지만, 언론사 의뢰를 받아서 조사하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투데이경남 의뢰를 받아서 조사하는 것처럼 꾸며 신고 의무를 피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9월5일 투데이경남 이름을 ‘브이오케이’(VOK)로 바꾸면서, 경남에서 벗어나 서울 등 전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브이오케이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Voice of KOREA)를 줄인 말이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가 경남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 등 전국을 무대로 여론조사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2020년 4월20일 서울 중구 ㅎ빌딩에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같은 해 4월21일 서울시에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도 등록했다. 브이오케이 주사무소와 발행소는 미래한국연구소 서울사무소에 뒀다. 미래한국연구소 명의상 소장이었던 김태열씨가 서울사무소와 브이오케이 대표까지 맡았다. 하지만 브이오케이는 단 한번도 언론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일간신문 ‘브이오케이’ 역시 신문을 발행한 적이 없다.

브이오케이 의뢰를 받으면 선거 여론조사 신고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래한국연구소가 이렇게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가 몇건이나 되는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도 파악하지 못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내부 분란을 겪다가 지난해 4월30일 폐업했고, 일간신문 브이오케이는 지난 7월1일, 인터넷신문 브이오케이는 7월4일 폐간했다.

김태열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명태균씨는 사업이 크게 번창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선 이후 명씨와 거리를 뒀고, 명씨 사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름을 빌려준 책임 때문에 내가 미래한국연구소 폐업과 브이오케이 폐간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 최상원 기자 > 

 

명태균, ‘민간인 통제’ 구역에…태풍 때 창원시 재난상황실서 ‘포착’

 

 

 
명태균(빨간색 동그라미 안)씨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몰아쳤을 때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보도자료 사진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김영선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며 경남 창원시 시정 전반에 개입했던 정황이 창원시 보도자료에서도 나왔다.

창원시는 지난 2022년 9월6일 창원시청 누리집(changwon.go.kr)에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6일 새벽 김영선 국회의원과 태풍 피해상황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이날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에 상륙해서, 창원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시점이었다.

창원시는 보도자료와 함께 이날 새벽 5시50분께 찍은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의 비상근무하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김영선 의원과 홍남표 창원시장이 재난종합상황실 앞쪽에 나란히 서서 태풍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명태균씨 모습도 나왔다. 창원시 의창구가 지역구인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왔던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빨간색 동그라미 안)씨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몰아쳤을 때 김영선 의원을 수행해서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보도자료 사진 갈무리
 

하지만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아니다. 그런데도 명씨는 ‘김영선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녔고, 창원시 공무원들을 국회의원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받고 지시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원시 재난종합상황실은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며, 창원시 공무원도 지문 인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민간인인 명씨가 김영선 의원의 공식 보좌관인 것처럼 행세하며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명씨는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 명함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창원시 공무원들은 그를 정식 보좌관인 것으로 알았다. 게다가 김영선 국회의원과 함께 왔는데, 어떻게 출입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