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주요 근거 될 증거 은폐 논란을 감사원 스스로 증폭시킨 셈

 

 

 
최재해 감사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감사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지어진 70㎡ 미등기 유령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돌연 인정하면서 그 의도를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장 탄핵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 은폐 논란을 감사원 스스로 증폭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공사비 대납 등 대통령 관련 뇌물 의혹이 가시지 않자, 감사원이 대신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감사원은 2일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탄핵 주요 근거인 관저 이전 부실·봐주기 감사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앞서 한겨레는 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 용도로 검토했다는 관저 내 70㎡ 유령 건물이 올해 9월 감사결과 보고서에 통째로 빠진 이유, 공사비 대납 의혹, 감사원과 경호처의 책임 떠넘기기 등을 집중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을 들여 현대건설과 공사 계약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저 이전 의혹 감사를 지휘한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은 “경호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지만 대형 건설사와의 계약이고, 액수도 1억3천만으로 미미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 해명은 감사원이 작성한 감사보고서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감사보고서에는 경호처 감사 대상 기준이 “계약금액 1억원 이상 공사”이며, 이에 따라 경호처가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가 감사원에 제출돼 감사를 진행했다고 명시돼 있다.

대형 건설사여서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감사 업무의 기본과 배치된다. 감사는 계약 과정과 내용의 적정성 등을 살피는 것이지, 매출액 등 업체 규모를 기준으로 감사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관저 공사를 따낸 21그램이 중점 감사 대상이어서 현대건설 계약건은 확인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작 감사원은 ‘기억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 듣고는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최 국장은 “고문해서 밝힐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뇌물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은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사후에 조작했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특별히 문제없는 계약이라면 감사보고서에 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 감사원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최 국장은 현대건설 계약건이 “감사원이 가지고 있는 감사증거서류에도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경호처로부터 계약 목록 등을 제출받았다는 본인 해명과 모순된다.

감사 업무 전문가는 “감사원이 대통령실 대신 뒤집어쓰며 총대를 멨을 수 있다. 관저 이전 감사를 직권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판정이 위법 또는 부당함을 발견했을 때 감사원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다’는 직권 재심의 조항을 두고 있다.                 < 한겨레  김남일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