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긴급 브리핑까지 하며 반발했지만…
최재해 원장 등 독립기구 정체성 훼손 '뚜렷'
김건희 황제 특혜 수사 책임자들도 마찬가지
불공정 수사 정황 뚜렷한데 마구잡이 '반발'
연말 예산 정국 + 탄핵 정국으로 진통 예상
우원식, 예산안 처리 미루면서 여야서 야유
들을 이유 없는 국민의힘 예산안 관련 요구
"증빙 없는 특활비는 삭감"…원칙대로 가야
국민의힘과 감사원, 검찰의 극렬 반발 속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므로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는 만큼, 민주당 주도의 처리가 확실시된다.
감사원 반발하지만…독립성 훼손 뚜렷
이날 감사원장 탄핵 소추안 본회의 보고를 앞두고 감사원은 오전부터 크게 반발했다. 감사원 최달영 사무총장은 감사원 본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엄정히 감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헌정사에 유례없는 막가파식 횡포" "당 대표 방탄이 유일한 목적인 '더불어방탄당', '탄핵 중독당'"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은 어폐가 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 등 170명이 발의한 감사원장(최재해) 탄핵소추안을 보면, 감사원은 정권 초부터 줄곧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해온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다. 헌법 제100조와 감사원법 제2조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그러나 최재해 원장은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했을 뿐 아니라, 지난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도 "감사를 통해 국정을 지원한다"고 답변하는 등 헌법과 법률이 정한 감사원의 독립된 지위를 스스로 흔들었다.
또한 최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특정감사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감사 ▲KBS 위법·부당행위 국민감사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직무감찰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감사▲문재인 정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 등 전 정권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을 뿐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해서는 친위대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과 그의 친위대 격인 '타이거 사단'은 특별조사를 이용해 감사위원회 의결도 건너뛰고 독단적인 감사에 착수하는 등 편법·위법적 행보를 주도했다. (☞관련기사 : 2일자,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반대하는 너절한 궤변들)
특히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안에 따르면 최 원장은 김건희 씨가 연루된 대통령실·관저 이전 국민감사와 관련, 지난 10월 15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과 관련된 회의록 및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같은 달 24일 법사위의 감사원 현장검증에서도 자료 제출을 계속해서 거부함으로써 국정감사의 정상적인 수행을 방해했다. 사실상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친위대 역할을 한 것이다. 나아가 최 원장은 감사 과정에서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해 "(무속인·민간인 개입이)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 "21그램(관저이전 공사업체)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감사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 발언을 하며, 중립 의무를 포기하고 사실상 정권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개입이었다.
김건희 검찰 수사 '특혜' '불공정' 정황 뚜렷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특혜 수사' '봐주기 수사' 등으로 탄핵이 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 역시 정치적 중립 문제에 있어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33명이 지난달 27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탄핵 시도는 헌법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위헌·위법적 시도"라고 집단 반발하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이날 오후 탄핵안 보고 뒤,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검사가 아니라 자신을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간 수사 내용을 봤을 때, 과연 정상적인 수사가 이뤄졌는지부터 의문이 든다.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 소추안 내용 등을 종합하면,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윤석열 캠프 쪽 비밀회의 뒤 15쪽짜리 서면조사만 했고, 올해 7월에야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비공개로 특혜 수사를 받았다. 무장병력이 있는 시설에서 검사들은 휴대전화까지 제출했다. 불공정한 특혜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도 하나 없이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판 과정에서 김건희 씨 계좌가 47회 통정매매에 쓰인 정황이 확인됐지만, 이는 철저히 무시됐다.
김건희 씨가 직접 운용했다는 계좌에서는 지난 2010년 11월 1일 주포 김모 씨와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 씨 사이에서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매도해주셈)" 등의 대화가 오간 뒤, 김 씨가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지시하자마자 단 7초 만에 3300원에 8만 개 매도 주문(2억 6000만여 원)이 제출된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 이는 재판부도 인정한 사안이다(☞관련 기사 : 10월 17일자, 김건희 영장 기각에도 4년 멍 때리다 면죄부 준 검찰). 또 거래 직후 녹취에서 증권사 직원이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 주, 다 매도됐다"고 하자 김건희 씨가 "알겠습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거래 방식이나 녹취록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충분히 의심은 되지만, 검찰은 혐의를 구체화할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김건희 씨에게 면죄부를 줬다. 또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해 김건희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탄핵안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이창수 지검장은 김건희 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는 김건희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검찰의 브리핑 내용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헌법정신을 훼손한 사안이라며 이 역시 탄핵 사유로 넣었다.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에 대해 통상의 수사절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제공하고, 마땅히 진행해야 할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고 불기소처분해, 검찰의 처분이 동일한 법적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 권력자와의 관계성 등 사회적 배경을 이유로 선택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이는 법 집행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하며, 국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으로써 법 앞의 평등원칙을 져버린 행위"라고 했다.
우원식 의장이 막은 '예산 정상화'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정부·여당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감사원과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 "불법적인 집단행동과 정치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탄핵과 관련된 기관들의 그동안 행태를 미뤄볼 때 오는 4일 표결과 오는 11일 강백신·엄희준 검사 청문회 등 계기마다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연말 예산 정국 역시 탄핵과 맞물려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 4000억 원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감액의 핵심은 증빙 없는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였다. 민주당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82억 5100만 원)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와 특경비(506억 9100만 원) ▲감사원 특활비(15억 1900만 원)와 특경비(45억1900만 원) ▲경찰 특활비(31억 6700만 원) 등 권력기관의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4조 8000억 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조 5000억 원을 넘은 예가 없었던 만큼 그 절반인 2조 4000억 원 수준으로 감액했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도 505억 원에서 497억 원으로 줄였다. 이 밖에 용산공원 조성 사업 예산도 당초 416억 원에서 229억 원으로 줄였으며, 이른바 윤석열·김건희 부부 관심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예산도 508억원에서 74억 원을 삭감했다.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도 5000억 원을 깎았다.
다만 민주당은 당초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이날, 원칙대로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하려고 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로막으면서 절차가 상당히 지연되게 됐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 모두에게 야유를 받았다. 우 의장 입장에선 야당 단독 감액 예산 통과에 대한 본인의 정치적 부담을 줄였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런 해결 방안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야유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활비 위주로 삭감했을 뿐 민생 예산안은 정부안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만큼, 굳이 국민의힘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예산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도 협상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삭감 전면철회 및 사과 등 들어줄 수 없는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어 의견을 좁혀기도 매우 어렵다. 특활비·특경비 삭감으로 국정운영이 마비된다면서, 거의 생떼를 쓰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이날도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의 특활비, 특경비 예산 삭감에 대해 "범죄자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감액) 하는 것 아니냐"며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민주당은 수차례 협의해서 정해진 예산안인 만큼 원칙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허영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전체 특활비·특경비·정보비를 분석해보니 정부 전체 예산안이 2조 1232억 원이었다"며 "이중 6대 권력기관이 쓰는 정보비가 2조 200억 원이 넘었고 지출이 증빙되는 특경비를 제외하더라도 1조 1000억 원이 아무런 지출 증빙없이 마구 쓰여졌다"고 했다. 허 의원은 "용산 사업은 어떤가. 애초 496억 원이 들거라는 대통령의 공언과 다르게, 무려 2660억 원이 쓰였다"며 "앞으로 합참 이전, 주한미군 대체부지확보를 더하면 8000억 원이 더 들어간다. 무려 1조원 이상의 예산 낭비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래놓고 용산 비용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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